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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아직 풀어내지 못한 숙제는 정의선 회장의 지분 승계, 복잡하게 얽혀있는 그룹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일이다. 현대차그룹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수록 향후 승계 방향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분의 규모, 그룹 내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앞으로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이 한층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정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의 이해관계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순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8년 그룹이 지배구조의 대수선을 시도했을 당시와 현재의 현대차는 180도 다른 상황이다. 어느덧 글로벌 3대 완성차 브랜드로서 위상이 공고해졌고, 본업 및 신사업, 재무적으로도 안정기에 진입했다. 계열사들의 시가총액 역시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정 회장과 계열사들은 자금소요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
과거 현대모비스의 분할, 합병 등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이끌어 내려는 전략에서 벗어나 정몽구 명예회장 지분의 상속과 세금납부라는 이른바 '정공법'을 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정의선 회장 개인적으론 현대오토에버, 현대글로비스, 기아 등 현금화가 가능한 지분의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장을 통해서도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상장과정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30조원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정 회장은 구주매출을 통해 6조원이 넘는 자금을 손에 쥘 수 있다. 고평가 논란 속에서도 일부 증권사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를 약 120조~140조원대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룹은 이르면 내달 미국 상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장은 현대차그룹에서 재차 진행될 지배구조 개편의 첫 신호탄이다. 일단 정 회장은 마련한 자금을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모비스 7.47% ▲현대차 5.57% ▲현대제철 11.81% ▲현대엔지니어링 4.68% 등을 보유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그룹 계열사 지분을 모두 상속할 경우 약 8조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현 상황에서 정 회장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선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분율 측면에선 정 회장의 그룹 지배력(▲현대모비스 0.33% ▲현대차 2.7% ▲기아 11.72%)은 여전히 미미하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에서 시총 50조원 규모의 현대모비스 지배력을 높이면 현대차(150조원)와 기아(70조원)에 대한 영향력도 자연스럽게 확대한다.
지분 상속과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건 별개의 문제이다. 현대차그룹은 주요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현행법 상 문제가 되진 않지만, 공정위는 신규 순환출자를 엄격하게 금지하며 과거에 형성된 순환출자 고리도 해소할 것을 유도하고 있다. 일부 계열사들의 부실이 그룹 전반으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정 회장의 가용 현금이 늘어나면 계열사들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입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방안도 추진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대모비스 지분은 기아가 17.7% 현대제철이 5.9%를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이 모두 매입에 나선다면 12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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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의선 회장 원톱 체제가 가동된 지 6년이 지난 시점. 현대차그룹이 다른 그룹사 대비 승계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정 회장의 지배력 강화 시나리오에 설득력을 더하는 요인이다.
현대차·기아의 사업부에서 시작해 부사장,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에서 회장 직함을 달기까지 핵심계열사에서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온 정의선 회장의 존재감을 부인하긴 어렵다.
지분승계와 지배구조 개편 시계가 점차 빨라지면서, 승계 시나리오에 변수가 될 수 있는 정 회장 일가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과거 LG그룹 상속 분쟁 사례가 현대차그룹 상황과 겹쳐 보이기 시작하면서다.
일단 사업적으론 정몽구 명예회장 일가는 교통정리가 마무리 된 상황으로 보인다.
첫째 정성이 고문은 그룹 광고 계열사 이노션 지분 17.6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2005년 이노션 설립과 함께 20년 넘게 사내이사로 재직중이다.
둘째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은 남편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커머셜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그룹의 금융을 주도하고 있다. 2017년 경영 전면에 나선 정 사장은 2021년 현대커머셜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정 명예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부회장의 그룹 내 존재감도 무시할 순 없다는 평가다.
호텔 사업은 셋째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이 담당하고 있다. 2003년부터 경영에 참여한 정 사장은 2023년 가족이 보유한 지분 전량을 매입하며 당시 사실상 승계를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초 아들과 함께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보유한 지분을 정리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LG그룹의 사례에서처럼 유류분 제도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정의선 회장에게 모든 재산을 증여하더라도 다른 가족들은 법적으로 최소한의 상속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가족 간 재산 분배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의선 회장 시대 이후의 경영권 문제도 변수다. 현대차그룹은 다른 그룹사와 달리 정 회장 이후의 후계구도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정 회장은 물론 일가의 셈법은 복잡해 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이 정의선 회장에 오롯이 넘어가지 못하고 분산된다면, 정 회장의 지배력 역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순환출자를 활용해 그룹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오너 일가의 결속력이 느슨해진다면 과거와 같이 외부의 공세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평가가 나온다.
다양한 시나리오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공정'한 승계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승계 구도가 정의선 회장 중심으로 기울어 있는 만큼, 세 누나 측의 반발 가능성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