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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기업금융(IB) 부문은 최근 증권사의 가장 핵심적인 상품 공급자로 떠올랐다.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IMA), 생산적금융을 통해 증권사에 모인 수십조원의 자금이 IB의 거래 수주만을 기다리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IB부문의 영업 환경은 거시경제 환경 악화, 일부 제조업을 제외한 주요 산업의 업황 악화, 경쟁 격화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들의 올해 활동성과는 각 증권사의 실적에도 직결될 전망이다. 인베스트조선은 주요 증권사 IB 영업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커버리지 부문의 책임자들을 직접 만나 각 사의 전략과 해법, 전망을 들어봤다.
중복상장 규제로 대기업 계열사 상장 불확실성이 커진 반면, 모험자본과 생산적금융 활성화 기조 속에서 혁신기업과 IT·기술기업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주요 증권사 IB들이 기술기업·유니콘·벤처기업과의 접점 확대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삼성증권은 비교적 일찍부터 이들 기업 중심의 커버리지를 강화해왔다는 평가다.
이 부사장은 “과거에는 삼성증권이 특정 분야에만 집중하고 기존에 하던 사업 위주로 움직인다는 시장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개념이 많이 바뀌고 있다”며 “중소기업 신규 사업부터 프리IPO, 시리즈B·C 투자 주선까지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PE·VC 네트워크 확대에도 힘을 싣고 있다”며 “KKR·칼라일 등 글로벌 PEF는 물론 국내 중견 PEF 커버리지도 강화하고 있으며 VC 업계와도 IPO 딜을 매개로 다양한 접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상장 이후에도 CB·BW·블록딜 등 후속 자금조달과 유동성 관리까지 연결해 IPO 전후를 아우르는 ‘풀 커버리지’를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딜이 나오는 모든 영역이 커버리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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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IPO를 중심으로 ‘커버리지 헤리티지’ 초석도 만들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통적인 커버리지 강자인 하우스들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오랜 관계를 이어온 인력풀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벤처·기술기업 커버리지에 강점이 있는 만큼 IPO 딜을 기반으로 관계를 확장하며 자체 커버리지 헤리티지를 구축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총 13개 기업의 IPO를 주관했다. 대기업 커버리지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는 만큼 일찍부터 혁신기업과 유니콘 기업 중심의 커버리지 확대에 집중해왔다. 리벨리온, 메가존클라우드, 채비 등 혁신기업 중심 딜에 역량을 집중하며 관련 커버리지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증권은 그간 벤처기업 등 모험자본 공급을 늘리기 위한 준비를 진행해왔다. 투자 가치가 있는 혁신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심사인력도 대폭 확충했다. 올해만 프리IPO 투자 7건을 집행했으며 VC 블라인드펀드 출자도 시작했다.
지난해 삼성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리브스메드는 적자 기업임에도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기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1조원을 기록한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해외 기업 IPO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영국 반도체 검사장비 기업 테라뷰 상장을 주관한 데 이어 미국 바이오 기업 인제니아 테라퓨틱스의 국내 상장도 추진 중이다.
이 부사장은 수수료 기반 IB 비즈니스의 성장성이 둔화하고 투자형 IB 전환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결국 커버리지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삼성증권은 금융지주 계열처럼 그룹 차원의 투자 지시를 받는 구조는 아니지만 시장 변화에 맞춰 스스로 투자 방향을 설정하고 대응해 나가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프리IPO 투자를 점진적으로 강화했고 올해는 프리IPO를 넘어 VC 블라인드펀드 출자까지 확대하며 혁신기업 발굴과 지원, 커버리지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기술사업금융(신기사) 부문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진행한 일부 프리IPO 투자에서는 약 15배 수준의 수익을 거둔 사례도 있다. 올해 역시 프로젝트펀드 투자 자산들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펀드 청산 과정에서 추가 성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자본력까지 더해진 증권사 IB 간 딜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이 부사장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전통적인 대기업 딜이나 회사채·IPO 딜은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많이 낮아졌다.
이 부사장은 헤리티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방향성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쌓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직 내부에서도 방향성을 명확하게 가져가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으며, 결국 비즈니스의 핵심은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전통 IB는 이제 커버리지를 위한 서비스 성격이 강해졌고, 실질적인 수익은 구조화금융이나 인수금융, M&A 같은 대형 딜에서 나와야 한다”며 “결국 차별화된 ‘엣지’를 가진 하우스만 경쟁력을 입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삼성증권 커버리지 조직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과거에는 회사채 발행 주관 등 전통 기업금융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딜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접점을 커버리지로 봐야 한다. 중소·중견기업(SME) 커버리지도 있고, 인수금융 영역에서는 사모펀드(PEF) 커버리지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VC 네트워크 역시 중요한 커버리지 영역으로 보고 있다."
-최근 주목하는 산업군이나 딜 유형은?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AI, 반도체, 로봇, 바이오, 방산 등 시장에서 성장성을 인정받는 혁신 산업들이다. 상대적으로 혁신기업과 유니콘 기업 커버리지에 더 집중해왔다. 현재도 리벨리온, 메가존클라우드 등 혁신기업 딜을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딜 가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자금조달 니즈 변화는 어떤가?
"ECM DCM 등 전통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다만 혁신기업 IPO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고, 우리도 그 영역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채비 상장주관도 잘 마무리했고 현재도 6~7개 정도의 IPO 딜을 진행하고 있다. 프리IPO 투자 기회도 확대되고 있다. M&A 시장 역시 전반적인 분위기는 좋지 않지만 인수금융 차환 수요 등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수수료 중심 모델을 넘어 새로운 수익원을 계속 발굴하려고 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자기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영역 어디로 보는가?
"규모 기준으로는 여전히 인수금융 비중이 가장 크다. 원래 강점이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다만 최근에는 프리IPO나 VC 블라인드펀드, CB·BW 등 혁신기업 관련 투자 영역에 더 집중하고 있다. 물론 에쿼티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데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국민성장펀드 등으로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좋은 투자처를 발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결국 밸류에이션 판단이 가장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증권사의 강점은 자본력과 커버리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나 운용사도 자금 규모는 크지만 딜 접점이나 속도 측면에서는 증권사를 따라오기 어렵다."
-IPO 성과가 쌓이면서 추가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는 어떤 부분이라고 보나
"지난해 상장시킨 테라뷰와 리브스메드 관련 블록딜을 총 3건 진행했다. 현재 벤처기업들은 상장 이후에도 기존 투자자나 VC들의 엑시트 수요 때문에 오버행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그 오버행 이슈를 해결해주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실제로 두 회사 모두 해외 투자자와 매칭을 성사시켰다.
피아이이라는 회사는 CB(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업무도 지원했다. 단순히 ‘IPO 본부’라고 부르지 않고 내부적으로는 ‘IPO 전후 커버리지 조직’이라고 표현한다. 상장뿐 아니라 상장 전후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자금조달, 투자자 매칭, 유동성 관리까지 함께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향후 IB 수익모델은 어떻게 변화할까
"결국 투자 비즈니스 비중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발행어음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투자형 IB로 간다고 해서 수수료 비즈니스를 포기하는 건 아니다. 세일즈와 셀다운 역량을 기반으로 회전율을 높이는 구조가 중요하다.
딜을 따기 위해 무리하게 투자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저희 내부 원칙도 명확하다. 딜을 따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딜이 있으면 함께 투자하는 것이다. 결국 투자 수익도 중요하지만, 영업의 중심은 여전히 시장성과 실행력이어야 한다."
-삼성증권 IB가 지향하는 핵심 경쟁력은 무엇인가?
"진정성과 장기적인 관계다.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꾸준하게 비즈니스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상장 메자닌 부문은 이미 상위권을 확보했고 IPO 실적도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12건 상장을 시켰고 올해도 총 10건 정도를 진행한다. 단순히 상장만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 블록딜이나 메자닌 조달 등 후속 솔루션까지 연결하고 있다.
또한 조직 안정성이다. 고객들은 담당자가 자주 바뀌는 것을 싫어한다. 최근 몇 년간 조직 개편을 거의 하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고객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꾸준하게 시장에 남아 있는 것이 결국 평판으로 이어진다. 조건 설정 단계부터 시장 친화적으로 접근하려 노력하고 있다. 고객이 먼저 찾는 ‘퍼스트콜하우스(First Call House)’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본다."
▲이충훈 삼성증권 IB1부문장 약력 : 1971년 2월 출생. KAIST 산업경영학과 졸업. KAIST 경영공학 석사. 1996년 삼성증권 입사. 인수공모팀·벤처지원센터·기업금융2팀 근무. 2018년 삼성증권 리스크관리담당(상무). 2021년 삼성증권 IB2부문장. 2023년 삼성증권 IB2부문장(부사장). 2024년 8월 삼성증권 IB1부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