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는 흔들리는데 공모주는 '따따블'…'공모주 투기장' 다시 열렸다
입력 2026.05.21 07:00

코스피 변동성 확대 속 신규 상장주 흥행…단기자금 이동
마키나락스·코스모로보틱스 잇단 '따따블'…첫날 수익률 부각
상장 초반 흥행 뒤 급락 사례도 속출…"심한 변동성 인지 필요"

  • 코스피가 7000선 초반에서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공모주들이 상장 첫날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수 방향성이 불확실해지자 투자자들이 로봇·인공지능(AI) 등 테마가 붙은 신규 상장 종목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마키나락스가 상장 첫날 장 초반 '따따블'(공모가의 4배)까지 오르며 이 같은 흐름을 다시 확인시켰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마키나락스는 이날 코스닥 상장 직후 공모가 1만5000원 대비 300% 오른 6만원에 거래 중이다. 신규 상장 종목의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 상단까지 오른 것이다. 앞서 마키나락스는 일반청약에서 약 13조9000억원의 증거금을 모았다. 이는 지난해 말 상장한 세미파이브(15조6000억원)에 이어 코스닥 기준 역대 두 번째 규모로 거론된다.

    마키나락스가 산업 현장에서 AI를 실행하는 엔터프라이즈 AI 운영체제(OS) '런웨이'를 기반으로 피지컬 AI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산업AI와 피지컬AI에 대한 시장 관심이 커진 가운데, 공모 단계에서 확인된 수요가 상장 첫날 매수세로 이어진 셈이다.

    다만 이번 흐름은 마키나락스 한 종목의 흥행으로만 보기 어렵다. 올해 들어 신규 상장주의 첫날 주가 흐름은 대체로 양호했다. 증시가 상승세를 보일 때도 공모주에 대한 관심은 이어졌고, 최근에는 지수가 숨 고르기에 들어서며 장중 변동성이 커지자 단기 수익 기회를 노린 자금이 이벤트가 뚜렷한 새내기주로 더 빠르게 이동하는 양상이다.

    이날 오전 코스피는 7200선 안팎에서 등락했고, 장중 7053.84까지 밀렸다.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개인이 지수를 일부 받치는 구조다. 지수 베팅이 쉽지 않은 구간에서 상장 일정과 공모가, 테마가 명확한 신규 상장 종목이 단기 자금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 올해 들어 상장을 마친 종목들의 첫날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20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총 14곳이다. 이 가운데 마키나락스와 폴레드, 코스모로보틱스, 에스팀, 액스비스, 아이엠바이오로직스 등은 상장 첫날 공모가의 4배까지 올랐다. 카나프테라퓨틱스, 인벤테라, 리센스메디컬 등도 공모가의 2배까지 올라 강한 흐름을 보였다. 덕양에너젠, 한패스, 메쥬, 채비 등도 장중 공모가의 2배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특히 코스모로보틱스의 흐름은 최근 신규 상장주 수급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웨어러블 재활로봇 기업인 코스모로보틱스는 지난 11일 상장 첫날 공모가 6000원 대비 300% 오른 2만4000원으로 '따따블'을 기록했다. 이후 4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급락했지만, 19일 다시 29% 이상 상승했다. 로봇·AI 테마와 신규 상장주 수급이 결합되며 주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사례다.

    문제는 상장 첫날 흥행이 이후 주가 흐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초기 유통 물량이 제한된 상태에서 매수세가 몰리면 상장 첫날 주가는 쉽게 급등할 수 있다.

     반대로 공모가 대비 주가가 크게 오른 뒤에는 공모 투자자와 기존 투자자의 차익실현 유인이 커진다. 의무보유 해제 물량이 순차적으로 풀리고, 상장 직후 집중됐던 관심이 다음 공모주로 이동하면 주가는 빠르게 되돌림을 겪는 경우가 많다.

    실제 최근 신규 상장주 중 일부는 상장 초반 강세 이후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에스팀은 최근 3개월 기준 70% 넘게 하락했고, 아이엠바이오로직스와 액스비스도 고점 대비 60% 안팎의 낙폭을 보였다. '따따블'을 기록한 폴레드 역시 상장 이후 빠르게 하락해 고점 대비 50% 이상 밀렸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급등한 종목이라도 실적과 수익성, 유통 물량 부담이 뒤따라오지 못하면 주가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모주 급등의 배경에는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강해진 단기 매매 구조도 있다.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최대 4배까지 오를 수 있게 되면서, 공모주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차익 기대가 커졌다. 반면 상장 직후 적정 기업가치에 대한 판단보다 수급과 테마가 먼저 반영되는 경향도 강해졌다. 기업의 펀더멘털보다 상장 첫날 주가 상승 폭이 투자 판단의 중심이 되는 구간이 늘어난 셈이다.

    마키나락스도 같은 시험대에 올랐다. 상장 당일 장 초반 '따따블'을 기록했지만, 회사는 지난해 매출 115억원, 영업손실 80억원을 기록한 적자 기업이다. 산업AI와 피지컬AI 테마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청약 증거금, 수요예측 흥행이 상장 첫날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이후에는 수주가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지는 속도와 런웨이 기반 반복 매출 확대 여부가 기업가치 평가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결국 최근 공모주 강세는 증시 방향성이 약해진 구간에서 나타나는 단기 자금의 이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수가 상승할 때도 신규 상장주의 첫날 성적은 양호했지만, 변동성이 커진 지금은 이벤트성 종목으로의 쏠림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한 증권사 ECM 관계자는 "지수가 급등 이후 조정받는 구간에서는 이벤트가 분명한 신규 상장주로 단기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상장 첫날 급등한 종목일수록 이후 차익실현과 유통 물량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상장 이후에는 실적과 수익성 확인이 더 중요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