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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과거 신세계그룹과 스타벅스 본사가 체결한 계약 조항까지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이번 논란이 불매운동과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등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 장기화할 경우, 헐값에 지분을 넘겨야 하는 예상치 못한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스타벅스 본사는 스타벅스코리아의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논란이 국내외로 확산되자 본사 역시 사안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향후 내부 통제와 검수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신세계그룹에 예상치 못한 재무적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스타벅스 본사와 체결한 주식 양도 계약에 포함된 ‘콜옵션(특정 자산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 조항 때문이다.
이마트는 2021년 7월 스타벅스 본사가 보유하던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50% 가운데 17.5%를 약 4743억원에 추가 인수하며 총 67.5% 지분을 확보, 최대주주에 올랐다. 당시 거래에는 이른바 ‘35% 할인 콜옵션’ 조항이 포함됐다.
해당 계약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 운영 과정에서 신세계그룹 측의 귀책 사유로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나 계약 위반 등이 발생해 라이선스 계약이 해지될 경우, 스타벅스 본사는 이마트가 보유한 지분 전량을 공정시장가치 대비 35% 할인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 혹은 스타벅스 본사가 지정한 제3자에게 해당 인수권을 넘길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통상적인 콜옵션 계약 문구에 해당할 수 있지만, ‘귀책 사유’ 조항의 범위가 구체적인 사례나 상황을 명시한 형태가 아닌 만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라이선스 계약 해지 사유 자체가 브랜드 훼손, 계약 위반, 경영 리스크 등 폭넓은 상황에 적용될 수 있어 실제 발동 요건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라이선스 계약은 일부 의무 조항 위반 등의 경우 해지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콜옵션 조항이 연결되는 구조”라며 “해당 조항 자체는 통상적인 수준으로 볼 수 있지만, 실제 계약 해지까지 가는 경우는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미국 본사가 이번 사안을 어떤 수준으로 판단하고 접근할지는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분 계약 당시에도 시장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이 같은 조건의 옵션을 수용한 배경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브랜드인 스타벅스 본사가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 관리를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했다.
신세계그룹 역시 스타벅스코리아가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내는 핵심 계열사인 만큼, 일부 제약을 감수하더라도 경영권과 안정적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더 중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통상 글로벌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라이선스 계약 해지 사례가 빈번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처럼 예상치 못한 사회·정치적 논란이 브랜드 리스크로 번질 경우, 과거 계약 조항이 잠재적 부담 요인으로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콜옵션 행사 가능성 등 계약 내용에 대한 질의에 대해 스타벅스 미국 본사 측은 “현재 파트너십 관련해선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스타벅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필요에 따라 JV·라이선스 구조를 재편하거나 지분을 재매입해온 전례가 있다. 한국의 경우 JV 형태로 운영되던 스타벅스코리아 지분을 신세계그룹 측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구조가 바뀐 사례고, 일본과 중국 등에서는 반대로 현지 JV 파트너 지분을 다시 사들이며 경영권을 강화하고 사업 구조를 재편한 사례가 있다.
결국 관건은 이번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여부다. 일회성 논란에 그칠지, 실제 소비 위축과 실적 악화로 이어질지가 향후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특히 카페업 특성상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 실제 소비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는 대표적인 생활밀착형 소비 업종인 만큼 소비자 정서 변화가 매출에 즉각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기존에 구매한 스타벅스 굿즈를 폐기하거나 불매 운동에 동참하고 있으며, 광주 등 일부 지역 매장의 방문객 감소 사례도 거론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 요구에 대해 스타벅스 본사 측은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과 관련된 부적절한 마케팅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의도치 않았더라도 결코 발생해선 안 될 일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캠페인을 즉시 중단했고, 경영진 책임 조치 및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스타벅스코리아가 5·18민주화운동 46주년 당일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탱크 텀블러 시리즈’를 판매하며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문구를 사용하면서 확산됐다. 논란이 커지자 스타벅스코리아는 관련 콘텐츠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 역시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이라며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김수완 신세계그룹 부사장은 19일 광주를 찾아 사죄 의사를 밝혔으나 면담이 거부됐다.
신세계그룹이 수습에 나섰지만 파장은 계속 커지는 분위기다. 해외 외신들도 관련 사안을 보도하고 있고, 이재명 대통령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광주 지역에서는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들이 정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등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신세계 측은 “당사 귀책 사유에 따른 의무불이행(출점계획 미달, 비밀유지 위반, 채무불이행 등)으로 인해 라이선스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에는 공정한 가치평가 방법에 따른 가격에 35% 할인율을 적용한 가격이 각각 적용된다”며 “금번 이슈는 글로벌 스타벅스와의 라이선스 계약상 계약 해지와 관련이 없는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계약상 영향도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