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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들이 증권 자회사에 자본을 싣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증시 거래대금 확대, 머니무브, 생산적 금융 기조,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도약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증권업은 다시 금융지주 비은행 전략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다만 우리금융그룹의 경우 셈법이 더 복잡하다. 증권업 강화가 필요하다는 명제와, 출범 초기인 우리투자증권에 2조원 규모의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 때문이다.
특히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지주보다 은행 의존도가 높은 데다, 우리투자증권의 그룹 이익 기여도는 아직 2%대에 그친다. 은행이 벌어 쌓은 자본으로 후발 증권사를 재건하는 구조인 만큼, 자본 투입의 무게도 그만큼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달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증자가 완료되면 자기자본은 2조2000억원으로 늘고, 자기자본 기준 업계 11위권에 오르게 된다. 우리금융은 여기에 더해 내년에도 1조원 규모의 추가 증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경우 우리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종투사 인가 기준인 3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종투사 인가를 받으면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확대되고, 전담중개업무(PBS) 등 신규 사업 진출도 가능해진다.
문제는 자본 확충의 필요성과 자본배분의 타당성이 항상 같은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투자증권은 2024년 8월 출범 이후 아직 본격적인 수익 체력을 검증하는 단계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274억원이었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었지만, 같은 기간 우리금융 전체 순이익 6038억원과 우리은행 순이익 5312억원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기준 금융지주별 은행·증권 순이익 비중을 비교하면 차이는 더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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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각각 그룹 순이익의 18% 안팎을 차지했다. NH투자증권은 NH농협은행에 맞먹는 수준의 순이익을 냈고, 하나증권도 그룹 내 비중은 8%대지만 분기 순이익 1000억원을 넘겼다. 반면 우리투자증권의 1분기 순이익은 그룹 순이익의 2.3%, 우리은행 순이익의 2.6% 수준이다.
다른 금융지주의 증권 증자가 이미 가동 중인 엔진에 연료를 더 붓는 성격이라면, 우리금융의 증권 증자는 아직 출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엔진을 만들기 위해 먼저 연료탱크부터 키우는 구도에 가깝다.
후발주자인 우리투자증권에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성립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투입 자본이 어떤 사업에서 얼마만큼의 이익으로 돌아올지에 대한 설명도 더 엄격하게 요구된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부담은 커지는 분위기다. 1분기 그룹 순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가운데, 대규모 증자를 받은 우리투자증권을 향한 수익 창출 압박도 커지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내부에서는 "증자를 받은 만큼 빨리 돈을 벌어와야 한다"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히 자본을 확충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늘어난 자기자본에 걸맞은 이익을 빠르게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자기자본 2조2000억원을 기준으로 5% 수준의 자기자본수익률만 요구해도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이 필요하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274억원, 올해 1분기 순이익 140억원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올라서야 할 눈높이가 낮지 않다.
내년 추가 증자로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어서면 같은 수익률 기준에서 필요한 이익 규모는 더 커진다. 종투사 진입이 사업 확장의 문을 열 수는 있지만, 곧바로 이익 체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통 IB 경쟁력도 아직 검증 단계다. ECM·DCM 등 주요 자본시장 부문은 기존 대형 증권사와 일부 중형 강자들의 네트워크가 촘촘하게 형성된 시장이다.
올해 1분기 ECM 시장에서는 NH투자증권이 선두권을 유지했고, DCM 대표주관 부문에서도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기존 하우스 중심의 경쟁 구도가 이어졌다. 자기자본이 늘어난다고 곧바로 발행사 커버리지, 주관 트랙레코드, 리스크 인수 역량이 따라오는 구조도 아니다.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 역시 단기간에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국내 주식 거래대금 기준 시장점유율이 25.7% 수준으로 여전히 최상위권 리테일 기반을 갖고 있다. 토스증권 등 플랫폼 증권사는 모바일 고객 접점과 해외주식 거래 경험을 바탕으로 별도 영역을 구축했다.
후발 증권사가 따라잡아야 할 것은 자기자본 규모만이 아니다. 고객 접점, 앱 체류 시간, 거래 습관, 브랜드 인지도 등 시간과 데이터가 필요한 자산 역시 브로커리지 경쟁력을 좌우한다.
물론 우리금융 입장에서 증권업 육성은 피하기 어려운 과제다. 은행 중심 수익 구조만으로는 중장기 성장성과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고, 보험·증권·자산운용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는 모든 금융지주의 공통 과제다. 특히 우리금융은 과거 우리투자증권 매각 이후 오랜 기간 증권업 공백을 겪은 만큼, 다시 증권사를 키우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번 증자는 단순한 비은행 강화 차원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다른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이미 그룹 이익의 의미 있는 축으로 자리 잡은 상태에서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투자증권은 아직 그룹 내 이익 기여도가 2%대에 불과한 후발주자다. 후발주자라서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뒤집어 말하면 후발주자에게 2조원을 맡길 만큼 수익화 경로가 검증됐느냐는 질문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우리금융 내부에서 제기되는 자본배분 우려를 단순한 조직 간 이해관계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은행이 그룹 이익의 대부분을 떠받치는 상황에서 아직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증권 자회사에 2조원 규모의 자본을 배정하는 일은 내부적으로도 부담스러운 결정일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우리금융에 필요한 것은 '증권을 키우겠다'는 선언보다, 은행이 벌어 쌓은 자본이 우리투자증권에서 어떤 이익으로 돌아올지에 대한 더 설득력 있는 답"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