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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해외 크레딧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를 통해 조달 여력이 커진 대형 증권사 입장에서는 해외 사모대출이 수익률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운용 수단이지만,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의 환매 제한과 가격 불투명성 논란이 커지면서 보수적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조달과 운용 사이의 '미스매칭'을 수익 기회로 볼지, 리스크의 출발점으로 볼지를 두고 하우스별 운용 철학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최근 시장의 경계감을 키운 계기는 미국 블루아울캐피탈 사태다. 블루아울은 일부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의 환매를 중단하고 자산 매각에 나섰다. 비상장·비유동성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사모대출 특성상 평시에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환매 요청이 몰리거나 기초자산 가치 산정에 의문이 제기될 경우 유동성 부담이 빠르게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국내 익스포저도 이미 작지 않다. 금융감독원이 주요 12개 증권사의 판매 실적을 집계한 결과 국내 투자자의 해외 사모대출펀드 잔액은 2023년 말 1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17조원으로 늘었다. 개인 판매 잔액도 같은 기간 1154억원에서 4787억원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당국은 재간접 구조와 정보 비대칭, 불완전판매 가능성 등을 우려 요인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해외 사모대출 논란이 단순 판매상품 이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IMA와 발행어음을 통해 대규모 고객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하면서, 이 자금을 어떤 자산으로 굴릴지가 새로운 경쟁 변수로 떠올랐다. 올해 3월 말 기준 발행어음 조달액은 54조4000억원, IMA 조달액은 2조8000억원으로 두 상품의 조달 규모는 57조원을 넘어섰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조달자금이 늘어난 만큼 운용자산을 찾는 부담도 커졌다. IMA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곧바로 국내 인수금융, 기업금융, 비상장 투자 등으로 집행하기는 쉽지 않다. 딜 발굴과 실사, 약정, 인출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기간 현금성 자산으로만 운용하면 기준수익률을 맞추기 어렵고, 반대로 장기·비유동성 자산을 과도하게 담으면 고객자금 회수 리스크가 커진다. 해외 사모대출이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중간 자산처럼 거론되는 배경이다.
공격적으로 접근하는 쪽은 해외 사모대출을 '가교 자산'으로 본다. 국내 대체자산이 실제 집행되기 전까지 발생하는 현금 드래그를 줄이기 위해 수익 구조가 유사한 해외 크레딧 자산을 임시로 편입하고, 이후 국내 자산으로 리밸런싱한다는 논리다.
한국투자증권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IMA 포트폴리오 내 해외 사모대출을 국내 대체자산 투자 전 임시 가교 자산으로 활용한다는 운용 전략을 제시했다. 3월 말 기준 IMA 1~4호 총 모집금액 2조5590억원 중 해외 사모대출 수익증권 편입액은 5034억원으로, 전체의 19.67% 수준이었다. 일부 상품의 해외 사모대출 비중은 24%대까지 올라갔다.
다만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회사 측 논리처럼 해외 사모대출이 국내 대체자산 집행 전까지 수익률 공백을 메우는 브릿지 역할에 그친다면 운용 효율화 수단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편입 비중이 높아질수록 '임시 자산'이 아니라 초기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핵심 수익원으로 받아들여질 여지도 있다. 월·분기 단위 환매가 가능하다는 조건이 실제 시장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이후 운용에서는 일부 신중한 기조를 반영하고 있다. 최근 공시된 IMA 2호 운용현황을 보면 대출 비중은 42%로 1호보다 약 11%포인트 낮아졌고, CP와 MMF·MMT 등 현금성 자산 비중은 확대됐다. 증권업계에서는 1호 상품에서 높은 크레딧 비중이 주목받은 이후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유동성 관리에 보다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일부 대형 증권사들은 해외 크레딧을 적극적인 운용 대상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한 대형 증권사 IB 임원은 "해외 크레딧이나 사모대출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영역은 아니다"라며 "일부 증권사는 조달과 투자 간 미스매칭을 활용해 공격적으로 수익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투자 듀레이션과 크레딧 수준을 보수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현재 상황에선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도 해외 사모대출 활용 여부를 두고 선행 사례와 당국 기조를 살피는 분위기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미 IMA 상품을 출시했지만 상대적으로 채권과 선별적 구조화 자산 중심의 운용 색채가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NH투자증권은 지난 3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자로 지정되며 IMA 업무가 가능한 세 번째 증권사가 됐다. 최근 약 4000억원 규모의 1호 상품 모집을 마쳤다. 후발 사업자인 만큼 초기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유동성과 설명 가능성을 보다 중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쟁점은 해외 사모대출 편입 자체의 적정성보다 '어떤 자금으로, 어느 만기로, 어느 비중까지 담고 있느냐'에 있다. 같은 해외 크레딧이라도 자기자본 투자와 고객자금 운용은 성격이 다르다. 고유자산으로 장기 보유하는 해외 크레딧은 투자손익이 증권사로 귀속되지만, IMA나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에 편입될 경우 고객자금 회수와 투자자 설명 의무, 회사의 유동성 부담이 함께 따라붙는다.
당국도 이 대목을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발행어음 운용 자산의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고, IMA 만기 전 고객자금 회수에 차질이 없도록 자산 유동성을 사전에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사모대출펀드와 관련해서도 환매 동향과 손실 규모를 투자자에게 안내하고 선제 대응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해외 사모대출을 담았느냐보다 담은 이유와 빠져나올(엑시트) 계획을 설명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IMA와 발행어음 시장이 커질수록 수익률보다 리스크 관리 체계가 하우스의 신뢰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