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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가 오는 11월 도입된다. 장기 보유 기관을 사전에 확보해 상장 직후 기관 매도에 따른 주가 급락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실제 공모가를 검증할 만한 기관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너스톤 제도 도입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6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 이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인 11월부터 시행된다.
코너스톤 제도는 발행사와 주관사가 상장 전 핵심 기관투자자를 미리 유치해 공모주 일부를 배정하는 구조다. 장기 보유 기관을 사전에 확보해 상장 직후 단기 매도에 따른 주가 변동성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국내에서는 2018년 한국거래소가 도입을 제안한 이후 논의가 이어져 왔지만, 증권신고서 제출 전 투자 권유와 청약 의사 확인을 제한하는 자본시장법상 ‘사전 공모’ 규정에 막혀 제도화가 지연돼 왔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 IPO 부서들도 세부 운용 방식 검토에 나섰다. 핵심 쟁점은 코너스톤 투자자의 자격 범위다.
코너스톤 투자자는 증권신고서 제출 전 단계에서 공모주 사전 배정을 약속하는 만큼, 단순히 물량을 받아가는 기관이 아니라 공모가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기관이어야 한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이 같은 가격 검증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국내 IPO 수요예측은 기관투자자가 독립적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기보다, 발행사와 주관사가 제시한 공모가 밴드 안에서 수급과 배정 가능성을 따지는 방식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를 충분히 검토하기보다 저연차 운용역들이 시장 분위기와 기관 간 정보 공유, 상장일 수급 전망을 바탕으로 주문 가격과 수량을 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관들이 수요예측 초반까지 증권신고서조차 들여다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텔레그램 같은 SNS를 통해 기관들끼리 '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고, 직접 따져 공모가 적정성을 판단하는 기관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홍콩 등 코너스톤 제도를 운영 중인 해외 시장에서는 국부펀드, 연기금, 글로벌 롱온리펀드, 대형 운용사, 전략적 투자자 등이 코너스톤 투자자로 참여한다. 이들은 자체 섹터 리서치와 내부 투자심의, 글로벌 피어 밸류에이션을 바탕으로 공모가 적정성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명과 배정 규모가 공시되는 만큼 평판 리스크도 함께 부담한다.
다만 해외에서도 소형 IPO에서는 로컬 자금이나 패밀리오피스, 발행사와 관계가 있는 전략적 투자자가 코너스톤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코너스톤은 공모가 검증자라기보다 사전 확약 물량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코스닥 상장이 유가증권시장 상장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 역시 변수다. 코스닥 IPO는 기업 규모가 작고 상장 후 유동성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연기금, 공제회, 해외 롱온리펀드 등 대형 장기자금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쉽지 않다.
결국 코너스톤 투자자 자격을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핵심 과제로 남는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자격 범위를 대형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정하되, 실제 참여기관 결정은 주관사에게 재량권을 주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주관사 재량이 커질수록 제도가 공모가 검증보다 물량 확보 수단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연기금과 공제회 등 대형 장기자금 유치가 어렵다면 기존 운용사, 투자자문사, 중소형 기관 중 일부가 6개월 의무보유 확약을 걸고 코너스톤 투자자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너스톤 제도 도입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국내에 공모가를 검증할 역량을 갖춘 기관이 얼마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누가 코너스톤 투자자의 자격을 갖는지에 따라 제도 실효성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