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의결권 힘 실리는데…여전히 인기없는 '부서' 수탁자책임실
입력 2026.05.21 07:00

연간 의결권 행사만 3500건 넘어
세 차례 채용에도 최종 2명 선발
지배구조·법률 아우를 전문인력 부족

  •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영향력이 자본시장에서 점차 커지고 있다. 상법 개정과 이재명 정부의 스튜어드십코드 강화 기조가 맞물리면서다.

    정작 의결권 행사의 실무를 담당하는 국민연금 내부 조직인 수탁자책임실은 기금운용본부 내에서도 비선호 부서로 분류된다. 역할과 책임은 커졌지만 보상 체계와 커리어 측면의 매력이 제한적이라는 내부 의견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부터 상법 개정 취지를 반영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기조를 내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역시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와 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 강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국민연금의 역할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해당 개정안의 영향으로 기관투자가들의 주주권 행사 명분 역시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요 상장사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 등에서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규모는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행사한 의결권 안건 수는 국내주식에서만 총 3122건에 달했다. 해외주식은 391건으로 연간 3500건이 넘는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주요 기업의 이사 및 감사 선임, 정관 변경, 보수한도 승인 등 사실상 국내 자본시장의 핵심 의사결정 상당수에 국민연금이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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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러한 역할 확대와 달리 내부 분위기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는 평가다. 의결권 행사를 담당하는 수탁자책임실은 기금운용본부 내에서도 선호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탁자책임실은 ESG전략팀과 주주권행사1·2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업 지배구조 분석과 의결권 행사 방향 검토, 기업과 비공개 대화, 주주활동 등을 맡는다. 최근 들어 업무 범위와 외부 관심도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조직 내부에서는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 부서"라는 인식이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운용 부서는 수익률이 곧 성과로 연결되지만 수탁자책임 업무는 정량화가 쉽지 않다"며 "성과평가나 보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성과급 체계 역시 운용 부서와 차이가 있다. 기금운용본부 내 핵심 운용역들은 운용 성과에 따라 보상이 결정되는 구조지만, 수탁자책임실 업무는 특성상 시장수익률과 직접 연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커리어 측면에서도 차이가 감지된다. 통상 운용 인력들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사모펀드(PEF) 등 금융권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많지만 수탁자책임실 출신 인력들은 로펌이나 학계, 정책기관, 정치권 등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앞의 관계자는 "젊은 직원일수록 운용 부서를 더 희망하는 경향이 있다"며 "금융전문가에겐 큰 매력이 없는 부서로 인식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인력 수급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수탁자책임 관련 인력 충원을 위해 세 차례 채용 공고를 냈지만 최종 선발 인원은 2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기업 지배구조와 자본시장, 법률 이해를 동시에 갖춘 전문 인력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이를 수행할 전문가는 많지 않다"며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이 확대될수록 조직과 인력 체계 역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