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로 떠난 우버, 네이버도 굳이?…동력 약해진 배민 매각
입력 2026.05.22 07:00

우버, 배달의민족 모회사 DH 최대주주 등극
兆단위 투입하고, 자회사 인수에 8조 투입 애매해져
우버, 도어대시와 경쟁하려면 배민 매각할 필요가?
네이버도 인수할 경우 청문회 위험ㆍ주주반발 등 각오
FI 컨소 부담 커…강한 의지와 든든한 조력자 있어야

  • 8조원에 달할 배달의민족 경영권 매각은, 그 덩치에 걸맞지 않게 국내 원매자 찾기가 쉽지 않았다. 매각 측이 원하는 가격을 선뜻 제시할 대기업과 재무적 투자자(FI)가 상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그나마 유력한 원매자로 거론됐던 우버(Uber)는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의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우버 또는 DH가 이제 와서 굳이 배민 경영권을 팔아야 할까"라는 의구심이 생길 상황이 됐다.

    거의 유일한 국내후보로 거론된 네이버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정치적 파급효과를 감내해야 함은 물론, 주주반발을 함께 극복해줄 강한 의지를 가진 든든한 조력자 확보가 필수다. 

    초기에 무성했던 빅딜에 대한 기대감과 달리 M&A 동력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회사 DH, 최대 주주는 '외도'...주가하락에 행동주의 공격마저

    애당초 배달의민족 경영권 매각의 시작은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가 처한 상황 때문이었다. 

    지난해 말 DH의 부채 규모는 약 61억6600만유로(약 9조2500억원)이다. 계열사 전반적으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본사 역시 재무적 압박에 시달렸다. 이에 DH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21년 140유로 수준이던 주가는 지난해 말 15유로까지 추락했다. 그나마 DH 계열사 중 배달의민족은 연간 수천억원대 이익을 기록하며 DH 전체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지만 쿠팡이츠와의 경쟁 심화로 실적둔화 우려가 제기되던 상황이었다.

    이 와중에 DH 최대 주주가 DH는 놔두고, 다른 배달 플랫폼을 찾았다. 그간 DH의 최대주주(27%)였던 네덜란드 기술투자회사 프로수스(Prosus)는 지난해 41억 유로(약 6조1000억원)를 들여 유럽의 '저스트 잇 테이크어웨이'(Just Eat Takeaway, JET)를 인수했다. 이 회사 배달 플랫폼 '리퍼란도'(Lieferando, '배달하다'는 독일어 'Liefern'에서 유래)는 독일 최대 규모로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를 자랑한다. 그러자 유럽연합 공정거래 당국은 "리퍼란도를 인수할거면 DH 지분을 10% 미만으로 낮춰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자 DH의 다른 주주들이 나섰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아스펙스'(ASPEX)가 DH 지분을 늘리며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감축과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을 요구했다. 이에 최근 니클라스 외스트베르크(Niklas Östberg) CEO도 올해 말을 끝으로 사임하기로 결정했다. DH는 내달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기존 일부 경영진의 해임과 감사위원회 선출 등을 의결한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DH는 대만의 푸드판다를 매각한 이후, 아시아 주력인 배달의민족까지 매물로 내놓는 강수를 뒀다. DH는 JP모건을 매각주관사로 선정, 우버, 네이버, 도어대시, 알리바바 등에 투자 안내서(티저레터)를 발송했다. 국내에선 태평양이 법률자문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다. 

    우버 DH 최대주주 등극, 배민 인수는 커녕 매각 가능성도 의문?

    그사이 우버는 유력한 배민 인수후보로 주목받았다. 2017년 우버이츠로 한국에서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배민에 밀려 2년 만에 철수한 이력이 있다. 한국시장을 다시 공략하려면 배민 만한 대안이 없다. 최대 라이벌인 미국의 도어대시(DoorDash)와 아시아 배달시장에서 경쟁하려 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버는 배민보다는 DH 지분을 인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올해 4월 EU 공정거래당국의 명력으로 지분 강제매각에 나선 프로수스로부터 DH 4.5% 지분을 인수했다. 주당 20유로, 약 2억7000만유로를 들였고 이로써 7%대 지분을보유했다. 다시 한달뒤. 우버는 시장 내 장외거래 및 파생금융상품 등을 활용, 추가지분 확보로 19.5% 주주가 됐다. 여기에 추가지분 5.6% 인수가능한 옵션을 감안하면 잠재적 지분율은 25.1%에 달한다. 

    독일 자본시장법상 지분 30%를 넘어서면 의무공개매수(Mandatory Tender Offer)를 진행해야 하는터라 우버는 "30%이상 지분 취득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비유하자면 'SK하이닉스' 경영권을 사는 대신, 훨씬 싼 값에 'SK스퀘어'를 인수한 셈이다. 

    이제 우버의 배민인수 실효성에 큰 의문부호가 달리게 됐다. 더 나가면 "이제와서 배민을 매각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구심도 생길 상황이다.

    DH의 최대 주주가 된 우버는 크게 세 가지 선택지가 생겼다. ▲파트너사와 협력해 배민 경영권 인수 ▲배민을 제3자에게 비싼값에 매각 ▲현 상황을 유지하며 배민에 대한 영향력 행사로 나뉜다. 

    배민 인수의 경우, 소요되는 자금 차이가 너무 크다. 우버가 2024년5월~2026년5월까지 세 차례 걸쳐 DH 지분을 인수하는데 소요한 비용은 6억~6억5000만유로, 한화 약 1조1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해서 국내로 치면 배민을 '손자회사'로 두게 됐다. 이제와서 8배나 많은 자금을 투입해 손자회사 지분 100%를 인수할 실효성이 많지 않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우버가 배달의민족 인수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던 건 사실이고 가격이 합리적이라면 인수의향이 있단 의견도 내비쳤었다”며 "그러나 본체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몇 안되는 돈 버는 계열사인) 배달의민족을 매각하는건 상당한 부담이고, 쿠팡이란 매섭게 치고 올라오는 경쟁사가 있다보니 고민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배민 매각이 그대로 진행될 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DH의 '캐시카우'는 배민이다보니, DH 최대 주주가 된 가장 핵심 원동력이 배민이다. 이제와서 배민을 8조원에 팔았다고 해도 지분율 (20%)를 감안하면 우버가 손에 쥘 돈은 한화로 1조6000억원 정도에 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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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네이버가 인수 시도해도 컨소시엄 구성 난관

    우버를 비롯, 해외 원매자들이 배민을 인수해 한국 배달 시장에 진출하려면 파트너십을 통한 전략을 사용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들로서는 한국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그리 높지 않을뿐 아니라 기술적, 정서적으로 한국 사정을 잘 아는 파트너사가 필요하단 판단이 깔려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유력하게 거론된 곳이 네이버다. 네이버는 DH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투자금을 회수한 초기 투자자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배달의민족 인수를 위한 우버와의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예비입찰 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다만 우버의 지위가 모회사의 최대주주로 바뀐 상황이기 때문에 컨소시엄이 구성이 유효할지도 미지수란 평가가 나온다. 즉 우버가 빠진 상황에서 네이버가 단독으로 인수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규제 산업 가운데서도 강도가 높은 배달 플랫폼 사업은 국내 대기업들이 모두 손사래치는 영역이다. 배달의민족 CEO는 지난해 5년 연속 국정감사에 불려나갔다. 산업재해, 정보유출, 공정거래 등 각종 분야에서 신경쓸 규제가 한두개가 아니다. 수익이 나는 것과는 별개로, 정치적·사회적 리스크에 노출될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은 배달의민족이 국내 원매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다.

    네이버 내부적으론 배달의민족의 인적 구성이 유사해 인수에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돼 있단 의견도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좀 더 따져봐야한다. 

    현금창출력이 양호한 네이버라 할지라도 8조원대의 자금을 그것도 이미 과점 시장을 구축한 산업에 쏟아붓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전세계 IT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패권 다툼을 벌이는 와중에 네이버가 주력도 아닌 배달 플랫폼에 집중하기 시작한다면, 자칫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FI는 참여에 한계...네이버 '라인의 아픔'도 극복해야

    배민과 같은 대어가 M&A 시장에 등장하는 건 흔치 않기 때문에 기회를 옅보는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연대도 고민해볼 수 있다. 다만 인수금융 절반을 제외하고도 수조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이런 규모의 자금을 모을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게 맹점이다. 

    조단위 블라인드 펀드를 갖고 있다 한들, 실제로 쏠 수 있는 자금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프로젝트펀드의 투자가 수반되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기관 중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은 11번가 사태와 홈플러스 사태를 거치며 프로젝트펀드 출자 규모를 최대 1000억원 수준으로 제한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 수준 정도가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 참여할 LP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은 대기업들 대부분이 쳐다보지 않는 딜이 됐고, PE들 역시 접근조차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며 "초기의 기대감과 달리 현재는 그 분위기가 크게 사그라들었다"고 전했다.

    네이버의 컨소시엄 구성 전략, 즉 연대를 통한 배달의민족 인수를 두고 과거 '라인(LINE)'을 떠올리는 투자자들도 있다. 최초 네이버의 기술로 탄생한 라인은 대만·태국·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으며 한 때는 아시아 최대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단 목표가 있었다. 그러나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협업(라인야후)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기 시작했고, 급기야 네이버는 단순 투자자 수준으로 지위가 내려앉았다. 지난달 라인야후는 결국 네이버와 시스템분리, 운영위탁 계약을 공식적으로 종료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파트너쉽 관계로 사업을 추진하며 사실상 실패해 본 전례가 있는 네이버가 굳이 주도권을 쥐지도 못할 M&A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는 미지수이다"며 "우버와 네이버의 연합 가능성이 거론됐을 때 '우버가 돈이 없는게 아니라 청문회에 대신 서줄 파트너가 필요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런 지적을 감수하면서까지 네이버가 인수전에 참전해야할 유인이 클지는 한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