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P5 저리대출 약정 지연에…지원 명분 모호해진 국민성장펀드
입력 2026.05.22 07:00

승인 후 대출 약정 무소식…자급 집행도 지연
올해 3월 계획이었지만 노사갈등 깊어져 중단
삼성전자 호실적에… "필요 없는 지원" 지적도
기업도, 금융기관도 급하지 않아…부처만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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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가 경기 평택에 조성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프로젝트의 국민성장펀드 저리대출 자금 집행이 지연되고 있다. 당초 승인 직후 대출 약정을 체결한다는 구상이었지만, 노사 갈등이 파업 국면으로 들어서며 의사결정의 우선순위가 밀린 모습이다.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 메가프로젝트로 선정된 삼성전자 P5 설비 투자 프로젝트 저리대출 약정이 현재까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 제도에 대한 강한 개선안을 요구하며 노사 대치가 이어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저리대출 승인 이후 약정서를 구체화하는 단계에서 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승인 직후 노사 갈등이 심화하면서, 약정과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 이야기조차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P5 설비 투자는 대규모 반도체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찍이 메가프로젝트 후보로 거론됐다. 전방시장인 AI 산업의 성장세가 명확한 상황이라 투자의 실익이 클 것으로 기대되고,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협력업체에도 정책자금 파급효과가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지난 3월 이 프로젝트에 대한 2조5000억원의 저리대출을 승인했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이 2조원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금융기관이 5000억원을 맡는 구조다. 프로젝트는 5단계로 구성되고, 이번 1단계 투자 규모만 9조원에 육박한다.

    삼성전자는 당초 대출 승인 이후 약정을 빠르게 진행하기로 했으나, 노사 갈등 상황이 겹치며 시기를 조율하는 모습이다. 대출 약정이 진행돼야 이를 승인한 금융위, 자금을 함께 대기로 한 금융기관 모두 자금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역시 삼성전자의 의사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자금 조달이 급하지 않은 상황이다. AI 산업 성장과 반도체 쇼티지로 호실적이 뚜렷해 낮은 금리여도 대출을 받을 동력이 크지 않다. 당장 올해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쉽게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내년에는 400조~500조원에 달할 것이란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실적 추이만 봐도 삼성전자가 기존에 계획한 투자를 추진하고도 내부에 현금을 수백조원씩 쌓을 수 있는 구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수십조원 규모의 설비투자(CAPEX) 지출이나 주주환원 규모를 고려해도, 매년 회사에 유입될 현금의 규모가 빠르게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P5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집행이 지연되자 대기업에 정잭자금이 흘러가는 것이 맞느냐는 의구심도 다시 나오는 모양새다. 당초 저리대출 승인 당시에도 삼성전자가 재무적인 측면보다 국민성장펀드의 상징성을 우선해 메가프로젝트에 지원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P5 프로젝트와 같은 대기업 대상 저리대출은 낮은 금리에 대한 금융기관의 불만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투자는 대규모 AI 반도체 설비에 정책자금이 투입된다는 의미를 지닐 뿐 삼성전자는 자금이 필요하지 않고, 금융기관은 금리 수준이 탐탁지 않은 상황이 된 셈이다.

    올해 국민성장펀드가 운용된 이후 "과감하고 신속한 자금 집행"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며 지원 건수와 투자 금액 등을 성과로 제시하고 있는 만큼, 정책자금이 실질적으로 민간에 들어갔는지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다른 관계자는 "저리대출 승인 직후인 지난 3월 내 약정까지 끝낼 것으로 봤으나, 현재 노사 관계를 고려하면 당장은 의사결정이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삼성전자도 언젠가는 받아야 할 자금이니 시기를 보는 모습"이라면서도 "승인 이후 집행이 안 되니 금융위만 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