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에…'보수적' 은행들도 운용자산에 삼전닉스 담는다
입력 2026.05.22 07:00

금리 상승에 흔들린 채권…은행권 운용전략 변화
"'트렌드' 따라가야"…반도체 등 수익증권 담았다
금융지주 차원에선 여전히 '보수적' 접근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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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보수적인 자산운용을 고수해온 시중은행들이 최근 시장금리 상승과 반도체주 강세 흐름에 맞춰 운용 전략을 일부 다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채권 중심 포트폴리오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량 반도체주가 편입된 수익증권(펀드)에 일부 자금을 배분하며 수익률 제고에 나선 모습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운용자금 중 주식형 자산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증권사와 달리 엄격한 리스크 관리가 우선되는 은행권에서 주식 관련 익스포저를 늘리는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손실이 자리잡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는데, 채권 부문에서 평가손실이 커지자 추가 매수에 부담을 느낀 은행들이 일부 자금을 주식형 자산으로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1분기 국내 금융지주들의 운용손익은 채권 평가이익 감소 등의 영향으로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하나금융의 매매평가익은 전년 대비 61.4% 줄었고, 우리금융 유가증권이익은 37.1% 감소했다. KB금융의 유가증권·파생·외화환산 및 보험금융 손익은 전년 대비 4.0% 늘었지만 전분기 대비 23.6% 줄었고, 신한금융의 유가증권 및 외화·파생 관련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반도체 대형주를 겨냥한 포트폴리오 구성이다. 은행권은 최근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표 종목을 펀드(수익증권) 등 위탁 형태에만 의존하지 않고, 은행이 개별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담아 직접 운용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최근 장세가 반도체 및 대형주 중심으로 쏠림 현상을 보이자, 외부 위탁 운용보다는 은행이 직접 포지션을 구축해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시중은행은 대체투자 성격의 메자닌 펀드 포지션을 유지하는 한편, 이 같은 대형주 중심의 직접 주식 운용 포지션을 두 번째로 크게 가져가며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수익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주식이 워낙 많이 오르고 있다 보니 시장 트렌드에 맞춰 반도체 등으로 주식형 자산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라며 "채권 부문은 금리 상승으로 평가손이 발생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매수하지 못하지만, 올초부터 '오르는 장'이었던 만큼 주식 투자는 과거 대비 늘렸다"라고 설명했다.

    실무진 차원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채권 대비 수익성이 높은 주식형 자산 확대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만약 시장금리가 추가로 오를 경우 주식형 자산이 '방어막'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지주 경영진 차원에서는 은행이 공격적으로 주식 익스포저를 늘리는 데 따른 변동성 부담을 더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전행적인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을 건의해 왔지만, 은행은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기조가 있다 보니 적극적으로 확대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고 설명했다.

    은행 업종 특성상 주식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확대될 경우 위험가중자산(RWA) 부담이 커져 자본비율 등 건전성 지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증권사처럼 단기 손실을 적극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만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초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졌을 당시 일부 은행권에서는 주가 변동성이 커지자 관련 자산을 일부 손실 처리하며 처분하는 움직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 관련 이익이 줄어드는 대신 대출 금리가 오르며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되기 때문에, 은행별로 운용수익을 확대하는 대신 이자수익에 기댈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굳이 변동성이 큰 주식 자산을 늘리지 않는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 강세에 맞춰 주식형 익스포저를 작년보다 확대해 운용해 온 것은 맞다"면서도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과 유가 급등세 여파로 미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은 만큼 시장 우려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매크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