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하이닉스 성과급에 '명품' 반사이익 받는 백화점株
입력 2026.05.26 07:00

순현금 수억원씩 보유한 고액 자산가 급증
삼성전자 협상 타결에 백화점 관련주 들썩
코스피 상승에 가처분소득 늘어난 개미들
외국인 관광객 늘고 보복소비 전망까지

  • 백화점 기업들은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코스피 8000선을 넘보고 있지만 백화점주(株)는 이제까진 치솟는 환율과 유가, 이에 따른 소비 심리가 위축하며 주가는 코스피의 흐름을 따라가진 못했다. 이 같은 베경에는 적은 유통주식수, 반도체를 비롯한 증시 주도주에 투자자들의 수급이 쏠려있었단 점도 주요한 원인이 됐다.

    최근 '가장 무거운 주식'으로 평가받는 백화점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도주의 주가가 주춤하면 백화점을 비롯한 소외주들이 간극을 메우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일명 순환매 장세의 시작이다.

    순환매 장세의 초입에서 특히 백화점 관련 기업의 주가가 탄력을 받게 된 요인에는 소비심리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지수 상승으로 인한 가계의 가처분 소득 증가, 여기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직장인들의 통상적인 소득 범위를 벗어난 사실상 '새로운 소득계층'이 탄생함에 따라 여가 및 하이엔드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길었던 삼성전자의 노사 임금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난 21일 신세계, 현대백화점, 롯데쇼핑의 주가는 일제히 급등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소식에 신세계(16.9%), 현대백화점(15.4%) 등은 삼성전자 및 지수의 상승폭보다 훨씬 큰 주가 상승이 나타냈고 롯데쇼핑(6.5%) 역시 강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노사는 사업성과의 약 10%대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보상안에 확정했다. 반도체(DS) 부문의 임직원은 최대 6억원 내외, 적자 사업부 역시 최소 1억6000만원가량의 성과급을 보장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의 주력사 SK하이닉스 역시 DS부문의 성과급에 준하는 수준을 지급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수만명에 달하는 삼성·SK 임직원들이 순현금 수억원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로 탈바꿈하면서 백화점 업계는 프리미엄 가전·리빙, 명품과 패션 부문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은 물론이고, 반도체 사업장이 위치한 경기 남부 지역 백화점들의 소비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이 같은 신소득계층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주요 백화점들은 VIP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었다. 

    일반 소비자들보다 매출 기여도가 높은 VIP 고객을 유치해 핵심고객으로 묶어두려는 전략이다. 백화점들은 우수회원 등급을 세분화해 일반 고객들과 차별화한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 같은 전략은 매출 확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현대백화점의 VIP 고객 매출은 전년 41%에서 46%로 확대했고, 신세계백화점은 44%에서 47%로, 롯데백화점은 41%에서 46%로 각각 증가했다. VIP 고객군의 매출은 해외명품, 럭셔리주얼리, 패션 등 고마진 상품에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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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코스피 강세가 지속할수록 백화점 관련주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단 평가도 있다.

    과거엔 증시의 상승과 소비심리 완화에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었고, 오히려 부동산 등 비유동성 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현상이 반복돼 왔다. 우리나라 소비자들 특유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당장 사그라들 것으로 보긴 어렵지만, 주식 자산 비중이 높고 투자 활동으로 인한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는 금융 선진국들의 사례를 따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투자심리 회복과 더불어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단 점도 백화점 관련주들이 주목받는 이유다.

    올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같은 기간 대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1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누적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677만명으로, 전년(558만명) 대비 21% 증가했다. 이들이 올해 국내에서 카드로 소비한 금액만 6조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소비에 나서면서 백화점 3사의 매출과 이익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같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주요 백화점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배당을 실시하며 투자자 유인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신세계는 백화점 업계에선 최초로 올해 1분기 총 114억원(주당 130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해부터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국내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코스피의 상승이 단기간 내 이벤트로 인한 것이 아니라, 반도체를 비롯한 초호황기에 들어선 국내 주요 기업들이 주도한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강세가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주식투자로 인한 처분 소득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갈 것으로 보는 게 가장 합리적이지만 고유가 및 고환율로 눌려왔던 보복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유통, 백화점 관련 기업에 대한 주목도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