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급만으론 부족"…힐튼·하얏트·롯데, 보급형 브랜드 확대로 시장 공략
입력 2026.05.22 15:29

하얏트·힐튼·IHG, 셀렉트서비스 보급형 브랜드 확장
관광지 객실 부족에 오피스텔·기존 호텔 리브랜딩 증가
호텔롯데도 HM 자회사 출범…호텔사 위탁운영 경쟁 확대

  • 국내 호텔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에는 서울 핵심 입지 중심의 5성급 럭셔리 호텔 개발 경쟁이 시장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글로벌 호텔 체인들이 3~4성급 중심의 셀렉트 서비스(select service), 즉 보급형과 장기체류형 브랜드를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동시에 국내 호텔 운영사들도 직접 자산을 보유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위탁운영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와 호텔업계에서는 현재 흐름을 단순한 관광업 회복 이상의 구조 변화로 해석한다. 코로나 이후 급감했던 호텔 공급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방한 관광객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글로벌 체인들은 상대적으로 공급 공백이 큰 중급 호텔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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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실제 글로벌 브랜드들의 움직임은 최근 1~2년 사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하얏트는 최근 부산 연산동에 국내 첫 '하얏트 플레이스'를 개관했고, 판교에서도 같은 브랜드를 확대 중이다. 하얏트 플레이스는 기존 파크 하얏트나 그랜드 하얏트와 달리 비즈니스·출장 수요 중심의 셀렉트 서비스 브랜드다.

    하얏트는 장기체류형 브랜드인 '하얏트 하우스'의 국내 도입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속초 등 관광·체류 수요가 결합된 지역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된다. 최근에는 개별 호텔의 지역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언스크립트 바이 하얏트'도 국내에 도입됐다.

    힐튼 역시 최근 부산 기장군에 '힐튼 가든 인 부산 기장'을 추진하고 있다. 힐튼 가든 인은 힐튼의 대표적인 보급형 브랜드로, 호텔과 레지던스를 결합한 복합개발 프로젝트 형태다. 힐튼은 지난 지난 2023년 아난티와의 계약 종료 이후 부산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최근 부산 관광객 증가세를 감안해 다시 시장 확대에 나섰다. 

    IHG 역시 서울 명동 '보코 서울 명동'을 기점으로 국내 시장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보코는 기존 호텔을 리브랜딩하는 형태에 강점을 가진 브랜드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 늘어나는 노후 호텔 리포지셔닝 흐름과 맞물려 시장 관심을 끌고 있다.

    글로벌 체인들이 이처럼 중급 브랜드 확장에 나서는 배경에는 국내 호텔 시장의 구조적 공급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는 연간 2000만명 돌파 가능성도 거론된다. K팝과 K뷰티, 의료관광 수요 확대에 더해 원화 약세까지 겹치며 미국·대만·동남아 관광객 유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공급은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기간 중소형 호텔 상당수가 폐업하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됐고, 최근 급등한 공사비와 금리 부담으로 신규 호텔 개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서울 도심 호텔 공급 부족이 최소 5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특히 최근 수요 증가를 주도하는 관광객 구조도 과거와 달라졌다는 평가다. 단체 관광 중심에서 개별 관광과 장기체류형 소비로 이동하면서 숙박 수요 자체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관광이나 장기 출장, 워케이션 수요 등이 결합되면서 단순 숙박이 아닌 생활형 체류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오피스텔과 레지던스형 자산을 활용한 장기 숙박 사업도 늘고 있다. 일부 사업자들은 서울 도심 오피스텔을 활용해 외국인 대상 장기 체류 숙박 모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행사와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공실 리스크가 커진 오피스·생활형 숙박시설을 호텔형 자산으로 전환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국내 호텔 운영사들의 전략 변화도 이런 흐름과 맞물린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텔롯데다. 호텔롯데는 올해 위탁운영 전문 자회사인 롯데HM(Hospitality Management)을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HM 사업 확대에 나섰다. 기존에는 호텔 자산을 직접 보유·운영하는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브랜드와 운영 역량 중심의 에셋라이트 전략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HM은 광명 L7호텔 운영을 시작으로 위탁운영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호텔롯데가 향후 해외 시장 확대 과정에서도 위탁운영 방식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호텔신라는 이미 신라HM을 통해 위탁운영 사업을 확대해왔다. 신라스테이와 신라모노그램 등을 중심으로 3~4성급과 리조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구조다. 파르나스호텔 역시 로카우스 호텔 용산과 양양 프로젝트, 시니어 레지던스 '소요한남 바이 파르나스' 등을 통해 운영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글로벌 호텔 산업의 전형적인 변화와 닮아 있다고 평가한다. 과거에는 호텔 체인이 직접 자산을 보유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브랜드와 운영만 담당하고 자산은 외부 투자자나 시행사가 보유하는 구조가 대세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체인 입장에서는 자산 직접 투자 없이 브랜드 확장이 가능하고, 자산 보유자 입장에서는 글로벌 예약망과 운영 시스템을 활용해 평균 객실 단가(ADR)와 객실 점유율(OCC)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시장 과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근 호텔 시장 호황을 보고 다수 시행사와 자산운용사가 신규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관광 수요 증가세가 장기간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호텔은 공급까지 통상 3~5년 이상 걸리는 만큼 현재의 높은 객실 단가와 점유율만 보고 사업에 진입할 경우 향후 공급 과잉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지방 시장은 변동성이 더 크다는 평가다. 글로벌 브랜드를 도입하더라도 실제 안정적인 수요 기반이 없으면 운영이 쉽지 않다. 최근 부산과 속초, 양양 등지에서 호텔 개발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관광객 증가 기대감만으로 사업성이 과도하게 평가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본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만 붙인다고 호텔 사업이 성공하는 시대는 아니다"라며 "결국 입지와 실제 체류 수요, 운영 역량이 함께 검증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