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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퇴직연금 담보대출 활성화를 위해 '압류 허용'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증권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퇴직연금 담보대출은 그간 일부 은행이 제한적으로 운영했던 시장이었다. 규제가 완화될 경우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공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퇴직연금 담보대출 활성화를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대출 연체 및 미상환 시 자산을 압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금융회사의 부실 위험을 줄이고 대출 실행의 문턱을 낮춘다는 취지에서다.
퇴직연금 담보대출은 가입자가 주택 구입이나 의료비 지출 등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 적립금의 최대 50%까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다만 실제 상품을 출시한 금융사는 드물다. 현재 NH농협은행 등 일부 기관만 제한적으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퇴직연금 담보대출을 꺼리는 건 현행법상 근로자 보호를 위해 퇴직연금을 압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주가 연체하거나 상환하지 않더라도 회수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출 실행 이후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담보권 실행이 쉽지 않은 구조"라며 "금융회사들이 상품 취급에 소극적이었고, 사실상 실행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담보대출 대신 중도인출을 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정부와 당국은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기존 적립금을 그대로 굴리면서 담보대출을 활용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 흐름도 제도 개편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증시 상승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이 불어난 가입자들 사이에서 중도인출 대신 담보대출을 활용하려는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압류 제한 문제 때문에 시장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지만, 담보대출 활성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관련 법안이 이미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인 만큼 이를 토대로 추가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퇴직연금 담보대출 발생 시 해당 자산에 대한 양도 또는 압류를 허용하는 내용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김위상 의원 대표발의)이 계류 중이다. 아울러 퇴직연금 사업자가 담보대출에 '협조한다'는 기존 조항을 '대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며 강도를 높였다.
증권업계도 법 개정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퇴직연금 사업 확대를 핵심 먹거리로 삼고 있는 만큼 담보대출 상품이 영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증권사가 담보 가치 평가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퇴직연금 자산 대부분이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투자상품으로 운용되는 만큼 증권사가 실시간 담보 관리나 마진콜 대응 등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과 비교해 건전성 규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도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담보대출이 가능해지면 연금 자산 관리와 대출 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이 나올 수 있다"며 "담보대출이 가능한 금융기관으로 가입자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기관이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논란도 만만치 않다. 퇴직연금은 대표적인 노후보장 수단인 만큼 담보대출 활성화가 자칫 노후자금을 손쉽게 끌어다 쓰는 구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압류까지 허용될 경우 사실상 퇴직연금 계좌가 '마이너스통장'처럼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가입자에게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노후자산을 레버리지 대상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한 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