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테마로 상한가 찍는 LG株, 5년전 '애플카' 때와 다를까
입력 2026.05.26 07:00

취재노트
반년간 LG이노텍 260%, LG전자 190% 폭등
로보틱스 중심 그룹 밸류체인 전반 재조명
애플카 협력 당시 기대감과 유사하단 평도
피지컬 AI 존재감 밀리지 않겠다 의지 상당

  • LG전자와 LG이노텍을 필두로 LG그룹 계열사 주가가 모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보틱스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계열 전반에 흩어진 피지컬 인공지능(AI) 역량과 외부 협력 생태계가 재조명받으면서다. 

    시장에선 5년 전 '애플카' 협력 기대감이 커졌던 당시와 기시감을 느끼는 반응도 많다. 현대차그룹 등 경쟁사에 비해 자본력이나 글로벌 우군 측면에서 열세라는 평가가 적지 않은 만큼 단순 기대감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현재 LG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는 로보틱스·피지컬 AI 기대감을 타고 재평가가 진행 중이다. LG이노텍의 경우 피규어AI 투자나 비전센싱 모듈 사업이 부각되며 6개월간 260% 넘게 급등했고, LG전자 역시 휴머노이드 로보틱스 및 AI 사업 확장 기대감 속에 190% 가까이 상승했다. 지주사 ㈜LG와 LG CNS도 같은 기간 각각 50% 안팎 상승하면서 계열 전반으로 기대감이 유입되는 모습이다. 

    단순 테마성 수급으로 보기에는 그룹 내 관련 움직임도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및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전략적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김창태 LG전자 부사장은 "휴머노이드 개념검증(PoC) 실증 작업에 투입할 로봇 생산 준비가 진행 중이고 상반기 액추에이터 초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 현대차그룹과 가속기(GPU) 협력을 구체화하면서부터 LG그룹이 피지컬 AI로 피벗(Pivot)할 수 있을까 우려가 적지 않았다"라며 "현재 그룹 차원에서 각 계열에 흩어진 로보틱스 역량을 수직계열화하는 등 구상이 진행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LG그룹은 계열 전반에 흩어진 기술과 제조 역량을 종합하면 드물게 휴머노이드 로보틱스 밸류체인 상당 부분을 내재화할 수 있는 그룹으로 평가된다. AI 모델과 센서, 배터리, 디스플레이, 통신, 소재, 제조 자동화 등 핵심 요소를 계열사별로 분담할 수 있는 구조여서다. 

    특히 로봇의 '눈'과 '두뇌'에 해당하는 핵심 기술 내재화에서 국내 대기업 가운데 경쟁력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이노텍의 비전센싱 모듈은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차세대 모델에도 탑재될 예정이다. 

    엔비디아와 협력하는 한편, 그룹 내 자체 AI 역량 내재화 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LG AI 연구원이 자체 모델인 엑사원 기반 피지컬 AI 역량을 키우고 있고, LG CNS는 산업 자동화 및 로봇 AI 협업 경험을 축적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LG전자 단독으로도 지난 10년 동안 770TB 규모 제조 데이터를 축적해온 만큼 로봇 구동에 필요한 학습 데이터 기반까지 고르게 확보한 셈이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LG그룹 최대 강점은 다른 대기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오랫동안 유지해온 사내 연구개발(R&D) 조직"이라며 "제대로 사업화에 성공하지 못해서 빛을 보지 못한 역량도 많지만 변동 없이 오래 누적된 인력, 데이터풀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추진력이 제대로 실렸으면 하는 목소리가 많다"라고 전했다. 

    지금 시장의 열기가 5년 전 애플카 기대감의 데자뷔처럼 보인다는 냉정한 시각도 있다. 

    당시에도 LG그룹은 완성차 브랜드가 없을 뿐, 전기차 핵심 밸류체인 대부분을 내재화할 수 있는 사실상 국내 유일한 그룹으로 평가받았다. LG마그나의 파워트레인을 비롯해 차량용 디지털 디스플레이, 고성능 배터리, 특수소재, 5G 통신 인프라까지 그룹 내부에서 상당 부분 공급망 구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애플과 같은 빅테크와 맞손을 잡고 전기차판 '폭스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테슬라를 견제하던 애플 등 빅테크 진영의 전기차 기획 상당수는 결국 무산됐고 LG그룹 전동화 비전 역시 힘이 빠지게 됐다. 결과적으로 LG그룹은 전기차 산업 내 부품 공급사 중 하나로 자리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시장이 기대한 플랫폼 주도권이나 그룹 차원의 구조적 전환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지금도 LG그룹 로보틱스 전략을 두고 기대와 회의론이 교차하고 있다. LG이노텍이나 LG유플러스처럼 보안이나 데이터 신뢰성이 중요한 영역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이 많지만 그룹의 실행력이나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선 애플카 협력과 비슷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자문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난 수년 완성차 사업에서 막대한 현금을 쌓아뒀고, 최종적으로는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업공개(IPO)로 대규모 추가 조달에 나설 수 있다"라며 "LG그룹은 엔비디아와의 가속기(GPU) 협력 기회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인데, 휴머노이드 생태계까지 통째로 구축하자면 어떻게든 자본 조달이 필요할 테고, 그룹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이번 만큼은 그룹 내부에서도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관측도 전해진다. 내부적으로도 피지컬 AI에서 주도권 확보에 실패할 경우 향후 그룹 존재감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소버린 AI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차원에서도 LG그룹 내 누적된 역량이나 향후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거 스마트폰, 전동화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친 경험들이 반복됐기 때문에 이번 만큼은 단순 부품 공급망에 머물지 않겠다는 내부 공감대가 훨씬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