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 협업으로 기업금융 재건…RWA 제약 속 투자 확대”
입력 2026.05.26 07:00

[정영균 하나증권 부사장 인터뷰]
부동산 중심 IB 탈피…은행 협업 기반 기업금융 재건 속도
ONE IB 문화 구축…RM 페어링 등 협업 체계 구체화
인수금융 시너지 가시화…모험자본·심사 역량 강화도

  • <편집자주> 기업금융(IB) 부문은 최근 증권사의 가장 핵심적인 상품 공급자로 떠올랐다.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IMA), 생산적금융을 통해 증권사에 모인 수십조원의 자금이 IB의 거래 수주만을 기다리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IB부문의 영업 환경은 거시경제 환경 악화, 일부 제조업을 제외한 주요 산업의 업황 악화, 경쟁 격화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들의 올해 활동성과는 각 증권사의 실적에도 직결될 전망이다. 인베스트조선은 주요 증권사 IB 영업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커버리지 부문의 책임자들을 직접 만나 각 사의 전략과 해법, 전망을 들어봤다. 

    과거 해외 부동산 중심으로 자원을 집중했던 하나증권이 바뀌고 있다. 부동산에 쏠렸던 IB(기업금융)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상장(ECM), 회사채(DCM), 인수금융, 구조화금융 등 전통 IB 역량을 다시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영균 하나증권 부사장은 “과거에는 해외 대체투자와 부동산 쪽에 IB 역량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전통 기업금융 부문의 성장이 더딘 측면이 있었다”며 “최근에는 기업과의 소통 채널 역할을 하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자금조달 수요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증권은 기업금융 경쟁력 재건을 위한 해법으로 은행·증권 협업 강화를 택했다. 단기간 내 기업 커버리지를 확대하기 위해 대기업 네트워크 강점이 있는 하나은행과의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실제 은행과 증권이 공동으로 딜을 발굴하고 기업 자금조달 수요에 대응하는 협업 체계인 ‘ONE IB’를 구축하고 IB 부문별 간담회도 운영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하나금융그룹의 조직문화 키워드는 ONE IB”라며 “증권사가 부족한 기업 고객과의 관계를 ONE IB를 통해 극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지난 2023년 삼성증권에서 하나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뒤 그룹 차원의 기업금융 재건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하나금융지주 투자금융본부 부사장으로 선임돼 현재 하나증권 부사장과 겸직 중이다. 증권사 출신 인사가 지주 투자금융 부문을 맡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하나금융지주가 자본시장과 증권의 역할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 부사장은 그룹 차원의 생산적 금융 확대 과제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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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하나증권,그래픽=윤수민 기자)

    하나은행·증권은 ‘ONE IB’ 실행을 위해 세부적으로 은행 RM과 증권 RM을 연결하는 ‘RM 페어링’ 제도를 도입했다. 은행권에서 직접 대응하기 어려운 자금조달 수요를 증권이 연결하고 관련 솔루션을 제안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를 통해 신규 딜소싱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하나증권은 기존 대기업 중심 커버리지에서 벗어나 중소·중견기업(SME) 커버리지까지 강화하기 위해 올해 초 SME실과 신디케이션실도 신설했다.

    정 부사장은 “단기간 내 증권 IB 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은행과의 협업, 즉 은행의 대기업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시너지를 내자는 것이 ONE IB의 핵심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도 협업은 있었지만 지금은 RM 페어링, 각종 간담회 체계 등을 통해 실제 실행 조직 수준으로 구체화됐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지주에 투자·생산적금융부문을 신설하고 산하에 투자금융본부와 기업금융본부를 편제했다. 기업금융본부 산하에는 사업별 실무 논의를 담당하는 4개의 전문 간담회를 설치했다. 기업금융, 부동산금융, 대체투자, 모험자본 투자 등이 주요 영역이다.

    이는 모험자본 투자 확대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그룹 차원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자금 흐름이 은행 대출 중심에서 자본시장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하나금융 차원에서도 증권 역할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는 설명이다.

    협업 효과는 인수금융 부문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인베스트조선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수금융 리그테이블에서 하나은행과 하나증권은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전년도 순위가 각각 3위와 6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상승이다. 과거에는 은행과 증권이 개별적으로 움직였다면 최근에는 그룹 차원에서 딜을 공동 소싱하고 셀다운까지 연계하면서 전체적인 딜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부사장은 “예전에는 좋은 딜이 있어도 북(Book)에 모두 담기 어려웠다”며 “이제는 그룹 차원에서 딜을 함께 소화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ONE IB 효과는 인수금융을 시작으로 다른 비즈니스 영역으로도 점진적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특성상 자본 활용에는 제약이 존재한다. 금융그룹 차원의 RWA 총량 안에서 투자를 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ONE IB 체계 안에서 은행 RWA를 유연하게 활용하는 방식도 가능하지만 결국 금융그룹 전체 자기자본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한 독립계 증권사처럼 공격적으로 북(Book)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제한된 RWA 안에서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정 부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증권사 IB 경쟁력의 핵심으로 ‘투자 선별 능력’을 꼽았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및 모험자본 확대 기조 속에서 증권사들이 단순 수수료 비즈니스를 넘어 직접 투자 역량까지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부사장은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증권사 IB의 영업모델이 결국 ‘투자형 IB’ 중심으로 전환될 것으로 봤다. 시장이 위축되면서 단순 수수료 중심의 IB 모델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우량 투자자산을 기반으로 중장기 투자수익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경쟁 구도가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 부사장은 “생산적 금융이나 모험자본 투자가 대부분 에쿼티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결국 좋은 딜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향후에는 투자 수익이 증권사 밸류에이션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증권 역시 관련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최근 심사역과 모험자본 투자 인력을 신규 채용했으며 변리사 등 전문 인력도 보강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어느 증권사가 좋은 투자를 했는지는 결국 2~3년 뒤 결과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최근 하나증권은 기업금융 경쟁력 재건에 집중하고 있다. 재건에 나선 배경은?

    "예전에는 해외 부동산과 대체투자 쪽에 IB 역량이 많이 집중돼 있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전통 기업금융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ECM·DCM 같은 전통 IB뿐 아니라 기업과의 접점 자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바꾸고 있다."

    -IB 전략 강화의 핵심은 무엇인가?

    "은행과 증권 간 협업, 즉 ONE IB라고 할 수 있다. ONE IB는 단순 커버리지를 넘어 인수금융, 부동산금융, 대체투자, 모험자본 등을 아우르는 협업 체계다. 은행 RM과 증권 RM을 연결하는 RM 페어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기업금융·부동산·대체투자·모험자본 등 분야별 간담회도 운영하고 있다."

    -ONE IB 성과는 실제로 나타나고 있나?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만큼 아직은 기업 니즈를 제안하고 호흡을 맞춰가는 단계다. 증권사는 은행 대비 기업 고객 네트워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ONE IB를 통해 은행의 대기업 네트워크를 함께 활용하면서 딜소싱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다만 인수금융 부문에서는 이미 ONE IB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개별적으로 움직였다면 최근에는 그룹 차원에서 딜을 공동 소싱하고 셀다운까지 연계하면서 전체 딜 규모가 커지고 있다. 회사채 주관 실적도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연초 시장 반등 가능성을 점쳤는데, 현장에서 체감하는 딜 파이프라인 분위기는 어떤가?

    "M&A 시장은 생각보다 급격하게 반등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대기업 카브아웃 딜은 계속 진행되고 있고 사모펀드(PE)의 드라이파우더도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최근에는 전체 경영권 매각보다 PE와 공동 투자하거나 일부 지분만 매각하는 형태의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 AI 데이터센터나 인프라성 자산 등 전략 산업 관련 투자 수요는 꾸준히 확대되는 분위기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니즈가 다양해지면서 인수금융이나 딜 구조 설계 역량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고 본다."

    -향후 증권사 IB 모델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나?

    "시장이 위축되면서 단순 수수료 중심의 수익구조보다는 우량 투자자산을 기반으로 중장기 투자수익을 확보하고 여기에 수수료 수익을 더하는 방식의 투자형 IB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우량 인수금융처럼 안정적인 캐리 수익이 가능한 자산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북(Book)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투자형 IB 전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보나?

    "좋은 딜을 선별하는 능력이다. 생산적 금융이나 모험자본 투자는 대부분 에쿼티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투자 수익이 향후 증권사 밸류에이션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좋은 투자를 소싱할 수 있는 인력과 이를 걸러낼 수 있는 심사 기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로서 RWA 한계는 어떻게 보고 있나?

    "독립계 증권사처럼 북(Book)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발행어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결국 RWA 한도 안에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ONE IB를 통해 제한된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행과 협업해 딜을 함께 소화하고 자산을 빠르게 셀다운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최근 강화하고 있는 조직 역량은 무엇인가?

    "모험자본 투자와 심사 기능 강화를 위해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변리사처럼 특정 산업과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인력도 보강 중이다. 결국 어느 증권사가 좋은 투자를 했는지는 2~3년 뒤 결과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2~3년간 국내 IB 시장의 핵심 키워드를 꼽는다면?

    "생산적 금융 대전환과 승자독식 구조 심화를 꼽고 싶다.

    국가 첨단전략산업과 혁신 벤처기업 중심으로 자금 공급이 확대될 것이고 AI 데이터센터, 첨단산업단지,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등 생산적 금융 관련 자산이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다. 동시에 대형 딜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우량 자산과 대형 하우스 중심의 양극화 역시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영균 하나증권 IB그룹장(부사장) 약력 : 1966년 출생. 1991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2007년 하나대투증권(현 하나증권) Sector Coverage실장. 2010년 하나대투증권 Syndication실·Coverage3실 실장(상무보). 2015년 삼성증권 투자금융본부장(상무). 2023년 하나증권 IB그룹장(부사장). 2024년 하나증권 IB그룹장 겸 IB2부문장(부사장). 2025년 하나증권 IB그룹장 겸 IB1부문장(부사장). 2026년 하나증권 IB그룹장(부사장) 겸 하나금융지주 투자금융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