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전력난 올라탄 HD현대, 그룹주 끌어올릴 모멘텀 될까
입력 2026.05.27 07:00

DC향 중속엔진 수요 확대
HD현대그룹 계열사 시너지 주목
현중·일렉트릭·마린솔루션 밸류체인 가동
전력 인프라 신사업에 재평가 기대

  • HD현대그룹이 데이터센터 전력난을 새 사업 기회로 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데이터센터향 중속엔진 수주를 계기로 그룹 내 밸류체인이 가동되기 시작했고, 소형모듈원전(SMR) 공급망 진입 기대도 더해졌다. 그룹 전반이 전력 인프라 모멘텀을 계기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을지 시장 관심이 쏠린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사 에이페리온에너지그룹(AEG)과 데이터센터 전력용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약 6270억원이다. 20MW급 힘센엔진 33기가 미국 텍사스주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에 들어갈 예정이다. 납품은 발전소 건설 일정에 맞춰 2028년부터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파악된다.

    선박엔진이 데이터센터 전력원으로 거론되는 것은 전력 확보 방식이 달라지고 있어서다. 그동안 데이터센터는 주로 외부 전력망에서 전기를 끌어다 썼다. 그러나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전력망 연결이 늦어지거나, 지역별 전력 공급이 부족한 사례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 안팎에서 전기를 직접 만들어 쓰는 '온사이트 발전'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한 증권사 전력기기 담당 연구원은 "온사이트 발전에는 가스터빈과 연료전지 등 여러 방식이 활용될 수 있다. 가스터빈은 대규모 전력 생산에 유리하지만 수요가 몰리며 납기가 길어졌고, 블룸에너지 등이 생산하는 연료전지도 전체 수요를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이 때문에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선박과 육상 발전에서 검증된 중속엔진 기반 발전을 또 다른 대안으로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핀란드 바르질라가 먼저 시장을 열었다. 바르질라는 미국 데이터센터에 중속 가스엔진을 공급하며 레퍼런스를 만들었다. 이후 국내 선박엔진 업체들도 데이터센터 전력난 수혜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를 먼저 받았다. 회사는 자체 중속엔진 브랜드인 힘센엔진도 보유하고 있다. 해외 원천기술사에 지급하는 라이선스 비용 부담이 없으니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HD현대중공업은 생산능력 확충도 검토하고 있다. 울산교육단지 내 유휴 부지를 활용해 중속엔진 생산능력을 기존 연 1000대 수준에서 1300대 수준까지 늘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조선 호황으로 선박용 엔진 수요가 이미 높은 상황에서 데이터센터용 물량까지 더해지면 케파 확보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증권가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에 데이터센터향 4행정 엔진 수주 문의가 기존 물량의 10배 수준까지 늘었다는 이야기가 거론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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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그룹 차원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전력용 엔진에 대해 유지·보수역할에서 협력한다. 데이터센터 전력 설비는 안정성이 중요한 만큼 정기 점검, 부품 교체 등 유지·보수 수요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HD현대그룹은 육상 엔진 발전을 별도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내부 협의체를 구성하고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중속엔진을 맡고, HD현대인프라코어가 고속엔진을 담당하며, HD현대일렉트릭이 발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HD현대중공업 그룹사 차원 육상발전 협의체를 통해 AI 데이터센터향 발전시스템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 자문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 조선업이 어려웠던 시기에는 HD현대일렉트릭도 그룹 내 부수적인 사업처럼 여겨졌고, 포트폴리오 재편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부진한 사업은 HD현대오일뱅크에 케미칼 부문 정도"라고 했다. 그는 이어 "주력인 조선업이 호황에 들어선 데다 전력 인프라 수요까지 맞물리면서 그룹 포트폴리오 자체가 좋아진 상황"이라며 "신사업 방향을 잘 잡은 만큼 관련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HD현대그룹이 재평가받을 수 있는 모멘텀이지 않나 싶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도 투자포인트가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SMR 공급망 진입 기대도 있다. 미국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 공급에 대한 기본 합의를 체결했고, 원자로 주기기 핵심 설비 제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해 "톱티어 조선사이자, 바르질라이자, 두산에너빌리티"라며 "사업 부문 하나하나가 시클리컬의 한계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목표주가를 117만원으로 상향하고 업종 최선호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이외에도 ▲SK증권 97만원 ▲키움증권 95만원 ▲유안타 84만2000원 등으로 목표주가가 형성돼있다. 

    다른 계열사에 대한 증권가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에 대해 ▲대신증권 150만원 ▲SK증권 150만원 ▲유안타증권 145만원 ▲하나증권 144만원 수준에서 목표주가를 제시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초고압 전력기기 중심의 경쟁력과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온사이트 발전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감안하면 현재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목표주가에 대해서는 ▲유안타증권 43만3000원 ▲SK증권은 34만원 ▲대신증권은 32만원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