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제' 삼성에 '리밸런싱 부담' 반박한 미래…단일종목 ETF '기싸움'
입력 2026.05.26 16:05

삼성, 최대 규모 2.4조 신탁원본액·현물 납입형 앞세워 업계 최고 강조
미래에셋, 외국인 3290억·현금 설정으로 맞불…"오히려 리밸런싱 부담"
업계, "상품 출시 이후 실제 수급 및 호가 스프레드·괴리율이 승부처"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간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국내 첫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하루 앞두고,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정면승부에 나섰다. 삼성은 압도적인 초기 설정 규모와 기존 레버리지 운용 경험을, 미래에셋은 외국인 초기 자금과 현금 설정 방식의 운용 유연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26일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각각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오는 27일 8개 운용사에서 총 16개 상품이 동시에 출시되는 가운데, ETF 시장 양강이 상장 전날부터 상품 차별화 경쟁에 나선 것이다.

    삼성자산운용은 '규모의 경제'를 내세웠다.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의 신탁원본액은 각각 1조665억원, 1조3665억원으로 상장일 최초 설정 규모 기준 국내 ETF 시장 최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은 지난달 말 기준 KODEX 레버리지 ETF 순자산이 19조8000억원에 이르고, 국내 대표지수 레버리지·인버스 시장에서도 약 91%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함께 강조했다.

    삼성은 이번 상품에 지정참가회사(AP) 25개사와 유동성공급회사(LP) 15개사를 확보했다. 충분한 물량을 바탕으로 다수 LP가 경쟁적으로 호가를 제시하면, 상장 직후부터 매수·매도 스프레드와 괴리율을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매매 타이밍에 민감한 레버리지 투자자에게는 표면 보수보다 원하는 가격에 바로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삼성은 경쟁사보다 높은 보수에 대해서는 '현물 납입형' 설정·환매 구조로 대응했다. 삼성의 두 상품 총보수는 연 0.29%로, 미래에셋의 연 0.0901%보다 약 20bp 높다. 다만 ETF 설정·환매 과정에서 현금 대신 실제 주식을 주고받으면, 운용사가 시장에서 현물을 직접 사고파는 과정이 줄어 중개수수료와 증권거래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 측은 이를 적용할 경우 약 1.1~1.4% 수준의 거래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레버리지 상품의 보유기간이 짧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보수 차이가 실제 투자자 부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설정·환매 비용과 호가 스프레드가 오히려 실질 수익률을 좌우할 수 있다는 논리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삼성의 규모 중심 논리를 우회적으로 반박하는 메시지를 내비췄다. 초기 원본액이 지나치게 클 경우 오히려 운용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매일 기초자산의 일간 수익률 두 배에 맞춰 익스포저를 재조정해야 한다. 순자산이 커질수록 리밸런싱 과정에서 처리해야 할 매매 규모도 함께 늘어나는 만큼, 초기 설정액이 크다는 사실만으로 유동성 우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이 출시하는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의 초기 설정 규모는 합산 약 1조3000억원이다. 삼성보다 규모는 작지만, 이 가운데 3290억원을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유치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TIGER ETF의 상장 초기 외국인 투자 유치액으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라고 했다. 외국인 전문 투자자들의 초기 자금이 상장 이후 실제 거래로 이어질 경우, 거래 회전과 호가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설정·환매 방식도 삼성과 차이를 보였다. 미래에셋은 현물과 선물을 함께 활용하는 레버리지 상품이지만, 설정·환매 과정에서는 현금 방식을 택했다. 신규 설정 자금이 현금으로 유입되면 운용사가 시장 상황에 따라 현물과 선물 가운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자산을 선택하고, 현·선물 간 가격 차이가 벌어질 경우 차익거래를 통해 성과 제고를 도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사는 이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두고 '업계 최고 전문성'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삼성은 국내 최대 레버리지 ETF 운용사로서 대규모 자금을 관리해 온 경험을 내세웠고. 미래에셋은 현물과 선물 간 상대가격을 활용하는 파생상품 운용 역량을 차별화 요소로 제시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단순히 기초자산 수익률을 두 배로 확대하는 상품이 아니라, 매일의 리밸런싱과 헤지, LP 호가 관리가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ETF 운용역은 "기존 레버리지 시장에서 삼성의 입지를 고려하면 KODEX의 초기 경쟁력은 분명해 보인다"면서도 "여러 운용사가 같은 기초자산을 두고 상품 구조와 유동성 전략을 달리해 동시에 출시하는 경우, 양사의 전략 가운데 어느 쪽이 유효했는지는 결국 실제 거래대금과 호가 스프레드, 괴리율 관리 결과를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