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사주 성과급, '노조 표결' 넘었지만 '주주 표심' 산 넘어 산
입력 2026.05.28 07:00

잠정합의안 73.7% 찬성 가결…노사 갈등은 일단 봉합
보상용 자사주 보유·처분계획 주총 승인 여부 관건
실적 전망치 단순 적용 시 3년 세후 지급액 80조원 안팎
주주단체, 무효소송·대표소송 검토…주주권 행사 국면으로

  • 삼성전자의 자사주 성과급 지급안이 노동조합 찬반투표를 통과했다. 이제 논란의 무게중심은 주주총회와 소액주주 행동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노사 간 임금협상은 타결 수순에 들어갔지만, 매입한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보유·처분하려면 주주총회 승인 절차가 필요한 만큼 주주 표심이 다음 관문으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27일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찬성률 73.7%로 합의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전체 재적 조합원 6만5593명 중 6만2616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은 95.5%를 기록했다. 찬성 인원은 4만6142명, 반대 인원은 1만6474명으로 집계됐다.

    노조별 표심은 엇갈렸다. 반도체 사업부문 조합원이 많은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의 찬성률은 80.6%에 달한 반면, 디바이스경험(DX) 사업부문 조합원이 상당수 포함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찬성률은 21.1%에 그쳤다. 반도체(DS) 부문을 중심으로 한 조합원 표심이 합의안 가결을 이끌었지만, 사업부별 이해관계 차이는 남은 셈이다.

    이번 합의안의 핵심은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를 유지하면서 DS 부문에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별도로 두기로 했다. 특별경영성과급은 세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된다. 지급 주식 가운데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고, 나머지는 각각 1년과 2년간 매각이 제한되는 구조다. DX 부문 직원에게는 1인당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조 투표가 가결되면서 총파업 리스크는 일단 완화됐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사안이 노사 합의만으로 끝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사주 성과급은 직원 보상을 주가와 연동해 장기 성과를 유도한다는 명분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주주환원 재원과 자본배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변수는 개정 상법상 자사주 보유·처분 절차다. 개정 상법은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면 원칙적으로 취득일부터 1년 안에 소각하도록 하고, 임직원 보상 등 예외적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보유·처분하려면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마련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 때문에 이번 논란의 핵심은 '사들인 자사주를 직원에게 지급하는 계획을 주주들이 승인할 것이냐'에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임직원 보상 목적의 자사주 처분 계획을 승인받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당시 승인 물량은 보통주 4745만여 주다. 26일 종가 기준으로는 약 14조원 수준에 그친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352조원, 내년과 내후년은 각각 약 444조원, 424조원 안팎으로 제시됐다. 이를 단순 합산하면 2026~2028년 3년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1220조원이다. 여기에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 비율인 10.5%를 적용하면 세전 기준 성과급 재원은 약 128조원으로 계산된다.

    실제 직원에게 지급되는 자사주는 세후 기준으로 산정될 가능성이 크다. 소득세율 40% 안팎을 가정하면 세후 실지급액은 약 77조원 수준이다. 여기에 DX 부문 1인당 600만원 상당 자사주 지급분과 실제 세율·산식 차이를 감안하면, 향후 3년간 자사주 지급액은 80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합의안상 '사업성과'의 구체적 산정 기준, 향후 실적 전망 변화, 실제 세율, 지급 시점 주가에 따라 최종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다만 기존 승인분과 추정 지급액 사이의 간극이 큰 만큼, 향후 추가 자사주 매입과 보유·처분계획 승인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법적 대응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27일 삼성전자 노사의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합의에 대해 "세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사전 할당하는 것은 상법상 배당 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장된 위법 배당"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회사 자금의 외부 유출은 주주총회 결의 사항이지 노사 자율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주주운동본부는 당초 잠정합의안의 성과배분 부분에 대해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었지만, DX 부문 중심의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이 제기한 찬반투표 중지 가처분 결과를 지켜본 뒤 소송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투자자에는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촉구하고,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와 연대해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 대표소송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소액주주 플랫폼을 통한 결집도 진행 중이다. 액트는 앞서 전체 주주투표에서 삼성전자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에 대해 참여 주주의 95%가 반대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최근 소액주주의 주주명부 열람·등사 청구를 수용했고, 소액주주 측은 주주명부를 확보한 뒤 국내외 기관투자가와 개인주주에게 주주권 행사 동참을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할 계획이다.

    주주단체가 목표로 하는 결집 지분은 1.5%다. 현행 상법상 6개월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발행주식 총수의 1.5% 이상을 모으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다. 아직 결집률은 초기 단계로 알려졌지만, 온라인 여론전이 주주명부 열람과 지분 결집, 임시주총 소집 청구 등 실제 주주권 행사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주들이 문제 삼는 대목은 직원 보상 자체보다 성과급 산식이다. 일회성 특별보상은 경영 판단의 영역으로 볼 수 있지만,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상한 없이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할 경우 배당·자사주 소각·투자 재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자사주 성과급이 현금 성과급보다 주주와 임직원의 이해관계를 더 가깝게 맞추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보상을 주가와 연동하고 일부 물량에 매각 제한을 두면 핵심 인력 이탈을 막고 장기 성과를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자사주 매입 자체도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우호적인 수급 요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반면 주주 입장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곧바로 주주환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매입한 자사주가 소각되지 않고 임직원에게 이전될 경우 주당가치 제고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보호예수 해제 이후 잠재 매도 물량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오버행 우려도 남는다. 회사가 보유할 때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가 임직원 개인에게 지급되면 의결권이 살아난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논란도 따라붙을 수 있다.

    다만 임직원 수만 명에게 분산 지급되는 구조상 이를 곧바로 특정 주주의 우호지분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오히려 임직원들이 주주 지위를 갖게 되면서 향후 회사의 주가·배당·보상 정책에 대해 독자적인 이해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직원 주주와 일반 소액주주 간 이해관계가 어떻게 맞물릴지도 변수로 남은 셈이다.

    결국 관건은 삼성전자가 주주들에게 어떤 설명을 내놓느냐다로 모인다. 자사주 취득 규모와 시기, 보유·처분계획, 기존 주주환원 정책과의 관계, 보호예수 해제 이후 수급 부담, 의결권 부활에 따른 지배구조 논란까지 모두 주총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기존 승인분과 향후 필요 규모 사이의 간극이 큰 만큼, 추가 주총 승인 과정에서 소액주주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판단이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자사주 매입 자체는 주가에 긍정적인 이벤트이기 때문에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개정 상법상 자사주 의무 소각 정책의 여파가 성과급관련 이해관계 충돌까지 확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은 개정 상법 시행 이후 자사주 활용 방식이 주주총회 통제 아래 어떻게 놓이는지를 보여주는 첫 대형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과거 소액주주 행동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집중됐다면 이번에는 성과급 산식과 노사 합의 영역까지 문제 제기가 확장되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개정 상법의 취지는 자사주가 경영진 판단만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주주에게 통제권을 부여하자는 데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주총 과정에서 보유·처분계획과 주주환원 정책의 관계를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