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둘러싸고 DX부문 임직원들의 반발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의 사과문이 오히려 임직원들의 박탈감과 소외감을 가중시키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노사 합의안이 가결된 이후인 이날 오전 11시께 삼성전자 사내 메일과 내부 게시판에는 노 대표 명의의 사과문이 올라왔다.
노 대표는 사과문에서 "최근 임금협상 과정과 그 결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소외감과 박탈감, 그리고 회사에 대한 실망과 서운함을 느끼셨으리라 생각한다"며 "사업 환경과 업황의 차이가 부문별로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상황에 부문장으로서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현재 DX 부문이 마주한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의 상황을 분명히 직시하고, DX부문의 돌파구를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원가 구조와 사업 운영 방식, 상품 경쟁력과 실행 체계까지 하나하나 다시 점검하고, 중장기 성장의 기반을 차근차근 다져가가겠다"고 했다.
DX부문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해당 메시지가 오히려 반감을 키웠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이번 결과에 대해 DX부문의 위기와 원가 구조 개선을 강조한 점이 박탈감을 더 자극했다는 것이다.
-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 삼성전자 DX부문 직원은 "원가 절감은 결국 품질 이슈와 소비자 만족도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원가 절감 방안을 가져오라고 하면서, 정작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그 부담은 현장 직원들이 떠안는다"고 했다. 이어 "품질 이슈가 반복되면 직원들은 배로 고생하고, 브랜드 가치 훼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다시 원가 구조를 점검하겠다는 메시지가 나오니 직원들 입장에서는 또 다른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회사는 매번 DX부문이 위기라고 강조하며 보상 여력이 없다는 식으로 설명하지만, 정작 적자 사업부인 파운드리, 시스템 LSI에는 성과급이 지급되고 있다"며 "반면 DX 안에서도 흑자를 내는 모바일경험(MX),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챙겨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 DS부문은 성과급을 두고 '돈잔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같은 삼성전자 안에서 DX부문은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이야기만 반복되니 와닿을 수가 없는 것"이라며 "초반 회사가 제시했던 안과 비교해도 최종 합의 과정에서 DX부문의 조건들은 축소됐다"고 했다.
앞선 관계자는 "현재 DX부문 실적에는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재료비 부담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결국 경영진 책임을 이런 식으로 나눠갖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 안에 있으면서도 DX부문이 메모리를 비싸게 사 와야 하는 구조"라며 "DS부문의 호황 요인이 DX부문에는 원가 부담으로 돌아오는데 한 회사라고 볼 수 있나 싶다. 그냥 빨리 DS로 넘어간 투자금을 돌려 받아 분할했음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 내부 게시판에는 노 대표의 사과문이 올라온 뒤 비판적인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분위기가 급격하게 달아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직원들은 "DS가 잘 나갈 때 과거 DX가 뒷받침한 투자비를 회수해야 한다", "상생협력에 5년간 5조원을 쓰겠다는데 그 돈 DX에 분배해라"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DS처럼 파업 등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직원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임원 보상 구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임원들도 초과이익성과급(OPI)은 부문·사업부별로 받지만, 장기성과인센티브(LTI)는 DS와 DX를 가리지 않고 삼성전자 전체 실적과 주가 흐름 등에 연동되는 구조로 알려진다. 이런 구조에 있는 임원들이 DX 사원들의 박탈감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잠정합의안 가결 이후 DX부문 내에서는 동행노조 가입 움직임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동행노조는 현재 조합원 수가 1만4000명 안팎까지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에서는 DX 단독 과반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