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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업황 회복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롯데케미칼 관련 PRS(주가수익스왑) 익스포저를 떠안고 있던 증권사들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롯데그룹 유동성 우려의 ‘진앙’으로 꼽혔던 롯데케미칼이 10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다. 시장에서는 장기간 침체됐던 석유화학 업황 역시 바닥을 통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은 롯데케미칼 관련 PRS 물량 전량을 여전히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그룹과의 파트너십 및 당시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셀다운(재매각) 없이 자체 보유 형태로 유지돼왔다는 설명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해외 자회사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해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PRS 조달을 진행했다. 석유화학 업황 침체 장기화와 대규모 투자 부담으로 재무 안정성 우려가 커지자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인도네시아 법인(LCI) 지분 40%를 활용한 6500억원 규모 PRS에는 KB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참여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법인(LCLA) 지분 40%를 기초자산으로 한 6600억원 규모 PRS 계약에도 단독 참여했다.
최근 들어서는 롯데케미칼의 분기 흑자 전환과 함께 석유화학 업황 회복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시장 분위기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특히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나프타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과거 저가에 확보한 원재료로 만든 제품을 가격 상승기에 판매하는 ‘긍정적 래깅(원가 시차) 효과’가 단기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735억원, 당기순이익 335억원을 기록하며 10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롯데케미칼 관련 투자심리가 워낙 위축돼 있었던 데다 그룹 측 이해관계까지 고려되면서 증권사들이 PRS 물량 대부분을 자체 보유해온 것으로 안다”며 “실적 악화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개선되면서 업황이 바닥을 통과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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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PRS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계약을 맺고 만기 시점에 기초자산 가치 변동분을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기업은 자산 유동화를 통해 현금을 조달할 수 있고, 증권사는 수수료 수익과 원금 회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 사례 역시 해외 자회사 지분의 향후 가치 변동에 따른 손익을 증권사와 공유하는 구조로, 사실상 주식담보대출이나 크레딧 투자 성격이 강한 거래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PRS 특성상 담보자산 자체보다 계약 상대방의 신용도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만기 정산 과정에서 자산 가치 하락분을 보전해야 하는 주체가 결국 계약 기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케미칼 해외법인 지분은 시장성이 높은 자산으로 보기 어려워 증권사 입장에서도 셀다운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롯데케미칼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관련 PRS를 보유한 증권사들 입장에서도 부담 요인으로 꼽혀왔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 장기화와 범용 제품 중심 사업구조 영향으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차입 부담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신용등급도 이미 한 차례 하향 조정됐고, 추가 강등 가능성에 대한 우려 역시 커졌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상환능력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되면서 PRS 익스포저를 떠안은 증권사들의 리스크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특히 당시에는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과 유동성 우려까지 겹치면서 롯데그룹 익스포저가 큰 증권사들에 대한 시장 경계감도 확산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규모 PRS 거래에 연이어 참여한 한국투자증권 역시 관련 리스크 노출도가 높았다는 평가다. 예컨대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에만 롯데그룹 관련 약 3조원 규모 조달 거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불거졌던 ‘롯데 유동성 위기설’ 당시와 비교하면 그룹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최악 국면은 벗어났다고 보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 반등 기대감뿐 아니라 식품·유통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 흐름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다만, 시장에서는 업황 회복을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로 단정하긴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롯데케미칼 흑자에는 래깅 효과 등 일회성 요인이 일부 반영됐고, 글로벌 석화 수급 불균형 역시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석화업체들의 증설 압박이 여전한 만큼 마진 개선 흐름의 지속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에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금융 관련 재무약정 미달이 여전히 미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시장 경계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