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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가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는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신설해 재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성과보상 모델을 제시한 만큼 유사한 방식이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에도 성과급 체계 변화 논의가 번질지 관심이 모인다. 금융업 특성상 규제 환경과 자본건전성 관리 이슈가 있어 제조업과 동일한 방식 적용은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삼성전자가 그룹 핵심 계열사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영향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보상용 자사주 대규모 매입 전망...그룹 성과보상 체계 개편 가능성 대두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특별성과급 재원 마련을 위해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설 전망이다. 노사 합의안에 따라 회사는 장내에서 자사주를 직접 매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향후 수십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순차적으로 사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상한 없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를 처음 도입한 이후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상반기 내내 성과급 체계를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결국 삼성전자는 기존 연봉 50% 상한의 초과이익성과급(OPI) 체계는 유지하되, 반도체(DS) 부문에는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별도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신설했다. 특별성과급은 전액 자사주로 지급되며, 재원은 부문 공통 40%, 사업부별 60% 비율로 차등 배분한다. 지급 주식의 3분의 2에는 최대 2년의 보호예수 조건도 적용된다.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성과급 체계 개편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으면서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도 술렁이는 분위기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최근 임금협상 과정에서 ‘최고실적 동기부여 프로그램’ 논의를 하반기 이어가기로 하면서 성과보상 체계 개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기 역시 성과급 재원 기준을 기존 EVA(경제적부가가치) 20% 유지안과 영업이익 10% 연동안 가운데 임직원 투표로 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삼성 계열사 전반으로 성과급 체계 재편 움직임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금융 계열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를 함께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논의의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ㆍ생명ㆍ화재 등 금융계열사, 현금 기반 성과급에 익숙...변화 목소리도 '잠잠'
다만 금융 계열사들이 실제 성과급 체계 변화를 원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특별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구조를 마련했지만, 금융사 임직원들은 전통적으로 현금 기반 성과급 체계에 익숙한 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DS부문처럼 영업이익 연동 특별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모델은 국내 금융권에서는 당장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삼성전자가 그룹 핵심 계열사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삼성 금융 계열사들도 그룹 차원의 보상 체계 변화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시선도 제기된다.
통상 삼성 금융 계열사들도 TAI(목표달성장려금)·OPI(초과이익성과급) 중심의 현금 성과급 체계를 운영해왔다. 삼성그룹의 OPI는 사업 실적이 연초 수립한 목표를 초과할 경우 초과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제도다. 매년 초 전년도 실적 등 종합 성과를 기반으로 산정해 지급한다.
실제로 박종문 삼성증권 사장은 지난해 18억원의 급여 중 명절상여와 목표인센티브, 성과인센티브 약 9억여원을 성과급여로 현금 지급 받았다.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의 경우 약 11억원의 성과급에 '장기성과 인센티브' 항목이 추가됐는데, 이 역시 자사주 등 주식 지급이 아니라 주당수익률ㆍ세전이익률ㆍ주가수익률에 따른 주가연계형 인센티브였다.
국내 금융권은 연봉과 현금 성과급 중심 체계가 오랜 기간 자리 잡아왔다는 분석이다. 국내 보험·증권·카드사는 대부분 현금 기반 성과급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사는 제조업과 달리 금융당국의 자본건전성 규제를 받는 업종 특성상 성과급의 현금 비중이 높은 편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보험·증권사들은 지급여력(K-ICS)이나 순자본비율(NCR) 관리 부담이 커 자사주 기반 보상 확대에 상대적으로 신중하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IT·반도체 업계처럼 스톡옵션이나 주가 연동 보상을 통해 공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보다는 현금 성과급 중심으로 단기 실적을 보상하는 문화가 강하다.
실제로 과거 신한은행은 성과급을 현금과 지주 주식으로 혼합 지급한 바 있지만 직원들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노조는 임단협 과정에서 주식 지급 비중을 축소한 점을 성과로 평가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제조업계와 달리 주식 기반 성과급에 대한 선호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사는 실적 개선이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데다, 규제·금리·자본정책 등 외부 변수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같은 삼성 그룹이지만 특히 금융계열사는 업권 자체가 크게 다르기도 하고, 삼성전자도 내부에서조차 편차가 큰 상황이다보니 그룹에서 타 계열사와 관련한 논의가 나오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그룹 차원의 어떤 대승적 결단이 아닌 이상 현재로서는 전자의 성과급 체계 변경이 계열사로 번질지는 알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외선 주식 기반 보상이 '기본'...임직원 이해관계를 리스크 관리ㆍ주주 이익과 일치시켜
해외 투자은행(IB) 및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회사들은 임원급을 대상으로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나 이연보상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례로 모건스탠리의 경우 성과급의 75%를 3년간 나눠 이연 지급하며, 현금이 아닌 성과 연동형 주식 보상(RSU)으로만 지급한다. 경영 성과 목표를 달성했는지에 따라 주식 지급량이 달라질 수 있으며, 취소될 수도 있다. 또한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본인 연봉 10배 규모의 자사주를 보유하는 것이 의무다.
상대적으로 현금 보상이 후한 것으로 알려진 골드만삭스 역시 RSU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임원급 직급의 경우 성과급의 75% 이상이 RSU로 지급되며, 특정 일자 혹은 특정 경영성과를 달성하기 전까지 양도가 제한되는 옵션이 달리는 경우가 많다.
보통 RSU에는 해당 임원이 경쟁사로 이직하거나 중과실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 환수 조항(클로백;clawback)이 달린다. 실제로 2020년 말레이시아 1MDB 뇌물 스캔들에 연루됐던 골드만삭스는 데이비드 솔로몬 당시 CEO 및 전현직 관련 임원에게 제공한 1억7400만달러(2600억여원) 규모의 성과 보상을 환수하기도 했다.
선진 시장에서 주식 기반 성과 보상은 CEO 및 주요 임원들이 수익을 위해 과도한 리스크를 불사하는 것을 방지하는 시스템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직원의 이익을 주주들의 장기적인 이익과 회사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과 일치시키는 기능도 한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나 라임펀드 사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사태 등 일련의 금융사고 수습 과정에서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전현직 임직원의 성과급을 회수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금융사에 현금 중심 보상 시스템이 지속되는 한 단기적으로 무리해서 실적을 올린 뒤 책임은 나몰라라 하는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