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도 짓겠다"…지자체 개발 패러다임도 바꾼 SK하이닉스
입력 2026.05.29 07:00

청주 테크노폴리스 완판…"하이닉스 옆이면 다 된다"
지선 앞두고 반도체·데이터센터 등 SK 유치 경쟁
"발전소 SK에 공급하자"…세수 위해 대기업 확보전
충주·제천 산단은 부진…반도체 중심 양극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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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의 SK하이닉스 유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발전소를 지어 SK에 전력을 공급하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과거 지방 산업단지가 싼 부지와 보조금을 앞세워 기업을 유치했다면, 최근에는 반도체 생산거점과 얼마나 가까운지, 전력과 주거·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함께 공급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지자체들이 SK하이닉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한 기업 유치 효과를 넘어선다. 반도체 호황이 지방 세수와 부동산 시장, 산업단지 분양까지 직접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방선거에서도 'K-반도체 클러스터' 공약이 잇따라 등장하는 등 반도체 생산거점 유치 경쟁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실제 SK하이닉스의 영향력은 지역 세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SK하이닉스 본사가 위치한 이천시의 지방세수는 2024년 3111억원에서 지난해 6182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올해는 8081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청주시 역시 올해 SK하이닉스가 약 3746억원 규모의 법인지방소득세를 납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세수의 상당 부분이 사실상 SK하이닉스 실적과 연동되는 구조다. 

    이에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HBM 중심 AI 메모리 호황이 지방 재정까지 흔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 재정이 반도체 기업 실적과 직접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반도체 생산거점과 데이터센터 유치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그중에서도 충청북도 청주 일대는 SK하이닉스 효과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청주에는 SK하이닉스의 낸드 생산라인과 차세대 HBM 후공정 투자까지 집중돼 있다. 최근에는 19조원 규모 첨단 패키징 팹(P&T7) 투자까지 추진되면서 청주의 반도체 배후 수요 기대감도 더 커지는 분위기다.

    청주 테크노폴리스는 이미 분양이 완료됐고, 인근 주거·상업용지 개발사업 역시 반도체 배후 수요를 바탕으로 흥행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충북도 부동산 시장에서는 "하이닉스 인근은 청약 불패"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충북개발공사가 추진 중인 청주 클래식 스마트밸리와 밀레니엄타운 등 주요 개발사업 역시 SK하이닉스와의 접근성을 핵심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청주 클래식 스마트밸리와 밀레니엄타운은 SK하이닉스가 위치한 청주 테크노폴리스와 직선거리로 약 5km 수준이다. 청주 테크노폴리스가 이미 완판된 만큼 인근 공동주택과 상업용지 역시 배후 수요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충북 안에서 온도차는 더 뚜렷해졌다. 청주·오송·오창·진천·음성으로 이어지는 성장축에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바이오 투자가 몰리고 있지만, 충주·제천 등 일부 산업단지는 여전히 분양률이 40~50%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연결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간 개발사업 체감 경기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최근 지방 산업단지 시장에서는 "반도체에 연결된 지역만 살아남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생산거점 인근 지역은 주거·상업시설 수요까지 빠르게 유입됐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은 미분양과 기업 유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는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다. 지자체 부동산 업계에는 최근 데이터센터 관련 문의와 검토가 크게 늘고 있는데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전력 확보가 가장 큰 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 대표적 시설인 데다, AI 인프라 확대와 맞물리며 지자체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충북 지역에서는 "전력만 확보되면 SK 추가 투자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발전소를 직접 지어 전력을 공급하자는 아이디어까지 거론된다. 충주시 역시 임기 내 발전소를 건설하고 SK그룹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지방공기업들의 역할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 지방개발공사가 산업단지를 조성해 토지를 매각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공동주택 민관합동 개발과 상업시설 유치, 복합개발 구조 설계까지 직접 고민하는 분위기다. 지방공기업들이 사실상 디벨로퍼와 인프라 사업자 역할까지 요구받고 있다는 의미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예전 지방 산단은 결국 토지 가격 경쟁이었다면, 지금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전력 인프라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SK하이닉스 같은 앵커 기업이 지역 개발사업의 성패 자체를 좌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