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식비중 상향에…연기금·공제회 자산배분 셈법도 복잡
입력 2026.05.29 10:17

공무원연금·사학연금·교공 등 주식 목표비중 초과·근접
큰 형님 국민연금 결정에 주식 비중 상향 명분 확보
국내 증시 호황 속 리밸런싱 매도 압력 완화되나

  •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대폭 상향 조정하면서 주요 연기금·공제회의 자산배분 계획에도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 증시 급등으로 기관투자가들의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웃도는 가운데, ‘큰 손’ 국민연금의 결정으로 다른 기관들도 주식 비중을 확대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는 평가다.

    28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안을 심의하고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5.9%포인트(p) 상향했다. 기금위는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변동성이 커진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범위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초과했을 때 적용해온 리밸런싱 유예 조치는 종료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지난 2월 말 기준 395조원, 24.5%로 기존 허용 범위를 크게 웃돌았다. 이후 코스피가 추가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비중은 20% 후반대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결정으로 국민연금이 목표비중을 현실화하면서 국내 증시는 당장 대규모 리밸런싱에 따른 수급 충격을 피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연금이 주식 비중을 상향 조정하면서 다른 연기금·공제회도 주식 비중을 손볼지 주목된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 역시 국내주식 비중이 연초 목표치를 넘어서거나 허용범위 상단에 근접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 실제 교직원공제회는 올해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7.4%로 설정했지만 보유 주식 평가액이 늘어나면서 실제 비중이 목표치를 넘어섰다. 공무원연금도 국내주식 보유 가능 비중을 최대 16.9%로 정했지만 지난 3월 말 기준 주식 비중이 20%에 육박했으며 사학연금 역시 국내주식 허용범위 상단인 22.5%에 근접한 상태로 전해진다. 이 밖에 행정공제회, 경찰공제회 등도 증시 호황으로 전체 포트폴리오 내 주식 비중이 작년 말보다 늘어났다.

    연기금·공제회의 자산배분은 통상 연말 또는 연초 연간 운용계획 수립 과정에서 결정된다. 중장기 자산배분계획과 목표수익률, 자산군별 기대수익률, 위험도, 현금흐름 등을 반영해 국내외 주식·채권·대체투자 비중을 정한다. 연중에는 허용범위 안에서 전술적으로 대응하는 구조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일부 기관들은 주식 비중을 목표치에 맞추기 위한 리밸런싱 작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기관들이 내부적으로 중장기 자산배분 계획을 세워두는 만큼 단기간에 국민연금의 결정이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다만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대폭 높이면서 다른 기관들도 목표비중이나 허용범위를 재검토할 명분은 얻었다는 평가다. 향후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결정이 기관투자가들의 내부 논의에서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연기금·공제회들이 당장 주식 목표비중을 손보지 않더라도, 주가 상승으로 비중이 불어난 주식을 기계적으로 팔아야 하는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이 신규 매수 확대보다는 연기금·공제회 전반의 리밸런싱 매도 압력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관들은 자산군별 실제 비중이 목표치를 초과하면 내부 심의위원회 등을 거쳐 자산배분이나 리밸런싱 여부를 조정한다”며 “국민연금의 결정이 직접적인 기준은 아니더라도 내부 심의 과정에서 주식 비중을 늘릴 수 있는 명분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중장기적 자산배분 논의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대부분 기관들의 국내주식 비중이 늘어났고, 일부는 허용범위도 초과한 상태"라며 "이들 기관들의 입장에서는 초과분을 곧바로 매도하기보다 리밸런싱 속도를 조절하거나 허용범위를 재검토할 수 있는 참고 사례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