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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이 1인당 평균 5억~6억원대로 뛰면서 대기업 반도체 인력 유입을 기대했던 벤처캐피탈(VC)업계의 채용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오기로 했던 인력이 발길을 끊는 사례까지 나온다.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 20일 임금 및 단체협약(임금협약)에 잠정 합의하면서 기존에 VC로 오기로 했던 인원마저 발길을 돌리고 있다.
중소형 VC 대표는 "삼성전자가 노조와 성과급 지급에 합의하고 난 뒤 원래 우리 쪽으로 오기로 했던 인력이 연락을 받지 않는다"며 "지난해 우리 회사로 옮겨온 삼성전자 출신 직원들 중심으로 후회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지난해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사업 전망을 어둡게 보는 시선이 많았고, 고용 지속성에 대한 불안으로 반도체 인력들 사이에서 VC행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나 노조와의 협상이 타결되고 성과급이 풀리자 분위기가 빠르게 돌아섰다. VC로 이직한 직원들 사이에서는 "왜 VC로 왔나"하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고,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VC 업계는 산업계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공지능(AI)과 딥테크 투자가 길게 호황을 이어가면서, 단순히 숫자를 읽는 금융 감각만으로는 유망 기술기업을 가려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 중견 VC 대표는 "딜 구조는 몇 번 경험해보면 금방 적응한다"며 "숫자 보는 감각은 비교적 빨리 익히지만 정작 중요한 건 한 섹터에 대한 전문성과 현장 이해도"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능력은 단기간에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섹터별로 대기업 출신을 뽑아 산업계 인력으로만 조직을 채워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그 인재 풀이 대부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고연봉 대기업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성과급이 억대로 뛴 상황에서 VC가 제시할 수 있는 조건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검증된 산업계 인재의 가치는 높아지는데 데려올 길은 오히려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중견 VC 부사장은 "지난해 초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을 데려왔을 때만 해도 삼성전자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SK하이닉스부터 상단을 열어 몇억원씩 받아가는 형국이라 더 이상 조건을 못 맞춘다"고 말했다.
이어 "제안 자체가 조심스러운데 먼저 의사를 타진해봐도 반응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VC들은 차선책을 모색하고 있다. 산업계에서 직접 데려오기 어렵다 보니 이미 다른 VC에서 일하며 이직 의향이 있는 심사역을 영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다만 이 경로도 만만치 않다. 정작 영입하고 싶은 허리급 심사역일수록 잘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VC의 핵심 보상인 성과보수(캐리)는 펀드를 청산해야 손에 들어오는데 청산까지는 통상 10년 안팎이 걸린다. 캐리 수령이 가까운 인력일수록 이를 포기하고 자리를 옮길 이유가 없는 셈이다.
앞선 VC 부사장은 "오래 기다려 캐리를 받는 허리급은 자리를 잘 옮기지 않는다"며 "결국 2~3년에 한 번씩 옮겨 다니는 주니어급만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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