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선·VLCC 발주 몰린다"…고부가선 쓸어담는 K-조선 3사
입력 2026.06.01 07:00

조선 3사, 고부가선 중심 일감 확보
가스·원유운반선 발주에 북미 LNG도 기대
실적 더 좋아질텐데…수급 영향에 주가는 박스권

  • 국내 조선사들이 올해도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의 수주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으로 운임과 중고선가가 오르면서 신조선가 흐름도 우호적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조선 3사는 올해 들어 수주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5월까지 77억4000만달러의 수주액을 확보했다. 올해 조선·해양 수주목표 177억5000만달러의 약 43.6%다. 삼성중공업은 같은 기간 42억2000만달러를 수주했다. 연간 수주목표 139억달러의 30.4% 수준이다. 별도 수주 목표를 제시하지 않는 한화오션은 현재까지 25억2000만달러를 채웠다.

    수주 내용도 고부가 선종 중심이다. LNG운반선(LNGC), 초대형 LPG운반선(VLGC),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이 주를 이룬다. 물량보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선별 수주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LNGC 시장에서는 한국 조선사들의 우위가 유지되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조선사들은 현재까지 총 32척의 LNGC를 수주했다. HD현대중공업 11척, HD현대삼호 5척, 삼성중공업 11척, 한화오션 5척이다. 같은 기간 중국 조선사들의 LNGC 수주는 15척 수준에 그쳤다.

    올해 초만 해도 중국 조선사들의 LNG선 수주 확대와 후동중화조선의 생산능력 증설을 두고 우려가 적지 않았다. 중국의 공급 여력이 커지면 한국 조선사들의 가격 협상력이 약해지고, 신조선가가 하락한단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 수주 흐름은 이런 우려를 일부 불식시키고 있다. LNG선은 건조 난도와 운항 트랙레코드가 중요한 선종이다. 한국 조선사들의 경쟁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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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하반기에는 북미 LNG 프로젝트를 통해 대규모 LNG선 발주가 나올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미 지역 LNG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최종투자결정(FID)에 나서면서 LNG선 발주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SK증권은 GTT와 클락슨이 올해 LNG선 발주량을 각각 150척, 140척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3.6MTPA 규모의 LNG 프로젝트가 FID를 마쳤고, 올해도 32.5MTPA 규모의 3개 프로젝트가 FID를 완료한 만큼 추가 발주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조선업 연구원은 "북미 지역에서 대규모 LNG선 발주가 하반기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해당 물량이 어떤 속도와 규모로 시장에 나오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 긴장도 결과적으로는 수주 환경을 자극하는 요인이 됐다. 운임 변동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운반선 전반에 대한 발주 수요가 살아나는 분위기다. LNG선뿐 아니라 LPG운반선과 VLCC 발주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HD한국조선해양은 KSS해운과 초대형 가스운반선 3척 계약을 체결했고, 한화오션도 아프리카 선주로부터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 3척을 수주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관련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아시아로 향하는 선대가 부족해졌고, 운임도 역사적 고점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이 영향으로 LPG운반선과 VLCC 발주가 많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조선가는 아직 최고점은 아니지만 중고선가가 먼저 올라오면서 신조선가도 뒤따라가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도 조선사들의 호실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핵심은 얼마나 난도 높은 선박을 안정적으로 건조할 수 있느냐"라며 "국내 조선사들은 대형 가스선과 원유운반선에서도 경쟁력이 있어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스선 발주는 당분간 확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단순 운반선뿐 아니라 저장·공급 설비까지 관련 수요가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선 증권사 조선업 연구원은 "상선 수주에 이어 미국 데이터센터향 엔진 수주나 미국 함정 선체 블록 건조 등 새로운 모멘텀이 확인되면 좋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이 가장 중요한 이벤트"라고 덧붙였다.

    다만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앞둔 노조 리스크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실적 발표에서 생산성 개선 효과를 지속 언급해온 만큼,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수익성 향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증권사 조선업 연구원은 "견조한 수주와 실적 개선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반도체 업종으로의 수급 쏠림과 노조 파업 리스크가 겹치며 주가는 다소 눌려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영업익에 연동한 성과급 지급과 원·하청 동일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비용 부담과 실적 변동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