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사 대표도, 패밀리오피스 오너도"..본업 대신에 삼전닉스 투자
입력 2026.06.01 07:00

반도체株 머니무브에 기업도 큰손도 잰걸음
사업보다 삼성전자, 대체투자보다 하이닉스
호실적에 잠재 호재도…투자 경쟁 이어질 듯

  • 온 나라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 직원이 '新 귀족' 계층으로 등극했고, 개미 투자자도 두 기업의 주식을 얼마나 일찍 얼마나 많이 담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주로의 머니무브가 이어지며 증권사에선 개인이 한 번에 수십억원을 투자했다는 목격담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런 분위기는 기업이나 큰손 투자자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사업을 공들여 키우거나 성장성 있는 비상장기업에 투자해서 얻는 성과보다 당장 삼성전자 주식을 샀을 때 눈에 보이는 이익이 더 크니 주식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자기 돈은 물론 차입 전략까지 적극 활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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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A 코스닥 상장사는 증권사를 대상으로 교환사채(EB) 발행 가능성을 타진했다. 시가총액 수천억원 수준의 이 회사는 수백억원 수준의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었는데, 이를 교환대상으로 삼아 자금을 조달하려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달 자금은 다시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데 쓰려 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B 중견기업의 창업주는 수 년전 회사를 팔아 조단위 목돈을 손에 쥐었고, 이후 패밀리오피스를 차렸다. 기존의 패밀리오피스는 통상 사모펀드(PEF)와 유사한 투자 전략을 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기업은 주식투자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 기업 투자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패밀리오피스는 금융사 자금도 융통해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 주식 투자금만 1조원 이상에 대출금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주는 최근에도 여러 증권사에 추가 대출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금 사용처는 역시 '주식 투자'다.

    '기관급' 투자 전략을 펼치는 개인도 있다. 수 년전 C 외국계 투자사를 떠난 전임 대표는 삼성전자 주식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를 제외한 개인 삼성전자 주주 중에서는 거의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큰 손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투자 성과로 쏠쏠한 보수를 챙겼지만, 삼성전자 주가 상승분이 이를 아득히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한 때 현업 복귀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현재는 '전업투자자'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통상 주식 투자와 거리가 먼 재무자문사들에서도 삼성전자 투자는 중요 화두다. 연초 한 외국계 자문사 대표는 본사로부터 삼성전자 투자를 허가받았다. 삼성전자가 '국민주식'이고, 단기 매매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삼성전자 주식을 담았어도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익률이 예상된다.

    반대의 사례도 있다. 다른 자문사 대표는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 수준을 오갈 당시 자녀에게 자금을 지원하며 주식 투자를 권했다. 자녀는 삼성전자에 투자하기로 했는데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판단에 따라 다른 주식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대표는 몇 개월 뒤 이 소식을 듣고 아쉬움을 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섰다. 고가 매수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실적이 받쳐주다 보니 앞으로 수년 간은 주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민연금도 삼성전자 주가 하방을 막는 형국이다.

    정부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꾀하고 있다. 편입 시 대규모 외국 자금이 삼성전자 주가 상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주가 상승에 기대를 건 큰손들의 투자 경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이고 개인이고 할 것 없이 삼성전자에 투자하기 위해 자금을 빼다 보니 일부 기관들은 유동성 압박에 허덕이고 있다"며 "향후 수년간은 반도체 기업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