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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AI(인공지능) 확산으로 대형 회계법인들이 신입 회계사 채용을 줄이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미지정 회계사 해소를 위해 사실상 채용 확대를 유도하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채용을 강제하는 조치라는 반발과 함께 글로벌 채용 축소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의 대폭 감축 없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로펌 등 비슷한 상황의 타 지식서비스 업종이 받을 영향도 관심거리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회계법인들은 올해 신입 공인회계사(CPA) 채용 규모를 두고 연일 회의를 이어가는 등 고심하고 있다. 통상 회계법인들은 6~8월 채용설명회와 면접을 진행한 뒤 공인회계사 최종합격자 발표 이후 채용을 확정하고, 다음 해 초 신입 회계사를 입사시킨다.
지난해에 이어 AI 발달로 일부 초급 직무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이직률도 낮아지면서 신입 채용 규모를 유지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올해는 이러한 분위기가 더욱 뚜렷하다는 평가다. 이에 대형 회계법인들은 올해도 신입 채용 규모를 전년보다 줄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AI 도입으로 애널리스트 한 명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 특히 딜(Deal) 부문은 비교기업 선정이나 밸류에이션 초안 작성 등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리서치 업무를 AI가 상당 부분 대체하면서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회계업계에서도 채용 감소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고, AI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국내외 회계업계의 가장 큰 화두"라고 덧붙였다.
금융위 'CPA 수습 안정화 방안' 두고 '채용 강제 조치' 비판 목소리
한편 대형 회계법인들의 채용 축소가 이어지면서 CPA 시험 합격 후에도 실무수습처를 구하지 못하는 '미지정 회계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회계법인별 수습 채용 인원을 배정하고 실무수습 인정 기관 및 부서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채용을 강제하는 조치라는 반발도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어 향후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된다.
5월 31일 금융위는 '공인회계사 수습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한국공인회계사회 규정 개정 승인 및 '공인회계사 실무수습기관 지정고시' 개정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행 공인회계사법상 CPA 합격자가 공인회계사 직무를 수행하려면 최소 1년의 실무 수습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채용이 줄면서 지난해 CPA 시험 합격자 중 실무 수습처를 찾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는 178명(4월 말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배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수습 시장 안정화 전까지 감사인 등록 회계법인이 미지정 회계사를 분담 채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미지정 회계사가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수습처 배정을 신청하면 회계법인의 매출 규모 등을 고려해 채용 인원을 배정하고, 장기간 미지정 상태인 합격자를 우선 배치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미지정 회계사를 채용한 회계법인에 감사인 지정제외점수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한공회도 회비 부담 완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실무수습 기관과 인정 범위도 확대된다. 금융당국은 국회, 법원, 국민연금공단 등 합격자 선호도가 높은 기관과 한공회 추천 기관을 실무수습 기관으로 추가 지정할 계획이다. 현재 재무제표 작성 부서 중심으로 인정되는 실무수습 범위를 넓혀, 지도공인회계사 확인을 거쳐 한공회장이 인정하는 부서에서도 수습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선발 인원의 대폭 감축 대신 회계법인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채용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선발 인원을 전면 재조정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미지정 회계사 문제가 불거진 지 수년이 지났지만 금융위원회 등 당국은 공인회계사 최소 선발 인원을 소폭 줄이는 데 그쳤다.
당국이 내놓은 방안은 자율 합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사실상 강제 배정에 가깝다는 점에서, 채용 축소 계획을 세우고 있던 회계법인들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 등 추가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늘어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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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력 채용 증가·신입 채용 감소는 글로벌 트렌드
신입 회계사 채용 감소는 글로벌 회계업계도 같은 흐름이다. 세계 4대 회계법인인 딜로이트, EY, KPMG, PwC는 최근 신입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채용 계획을 재조정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채용 축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PwC 미국법인은 2028년까지 세무·감사 부문 신입 채용 규모를 2025년 대비 약 3분의 1가량 줄일 계획이다. PwC 영국법인도 2025년 신입 채용 규모를 축소했다. PwC의 전 세계 직원 수는 2025 회계연도(2024년 7월~2025년 6월) 기준 5600명 순감소하며 36만5000명 아래로 떨어졌다. PwC는 2021년 향후 5년간 글로벌 인력을 10만 명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사실상 폐기한 상태다.
구조조정도 이어지고 있다. KPMG는 지난해 11월 미국 감사 인력 약 9000명 가운데 약 330명을 감원했다. 업계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이례적인 규모의 감원으로 보고 있다. 영국에서도 최근 빅4 회계법인들의 신입 채용 규모가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회계사 채용이 줄어든 반면 AI 관련 인력 채용은 늘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들은 머신러닝 개발자,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 전문가 등 AI 관련 인력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회계업계뿐 아니라 변호사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기존에 판례·법령 리서치를 하는 것이 신입 변호사들의 주요 업무였는데, AI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취업정보센터에 따르면 변호사 채용공고는 2021년(3895건) 대비 지난해(3167건) 약 18.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법률사무소·법무법인 채용공고도 약 20% 줄었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도 로펌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6개월간의 실무수습처를 찾지 못해 대한변협 합격자 연수에 등록하는 변호사 수도 크게 늘고 있다.
한 자문업계 관계자는 "AI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고 있는 곳이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같은 지식서비스 업종"이라며 "이미 법무법인에서도 상당수 업무를 AI로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고, 통상 신입 인력이 담당하던 업무부터 AI로 대체되면서 채용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계업계에서도 미지정 회계사 문제가 계속되고 있지만 선발 인원 조정 없이 강제 배정과 같은 방식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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