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이머징 왜곡 그만'…외환 개방 韓 증시, 이번엔 '선진국' 갈까
입력 2026.06.04 07:00

6월말 외환시장 24시 시범거래·7월 본거래 개시
역외 원화 결제망도 추진…외환 인프라 선진화
패시브 자금 유입· 반도체 대형주 재평가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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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 증시가 34년만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로 올라갈 수 있을까. MSCI 신흥국 지수에서 한국과 대만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해 '반도체 편중'ㆍ'지수 왜곡'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올해 선진국 지수 워치리스트(관찰대상)편입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선진국 지수 편입의 장애물로 꼽혀온 공매도 제한을 전면 해제한 데 이어, 오는 7월부터 국내 외환시장을 24시간 체제로 전환한다. 외환위기 이후 폐쇄적으로 운영해온 외환 제도를 전격 개편하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6월29일 외환시장 24시간 시범 거래를 시작한다. 본 거래는 7월6일 개시될 예정이다. 현재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로 유럽계 투자자들의 거래는 편리하지만, 미국 시간대 거래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추진한 '역외 원화 결제망'은 다음달 IT 테스트를 진행한다. 9월 중 시범 운영을 시작하고 내년 1월 본 운영을 개시하는 게 목표다. 현재 우리나라는 역내 외환시장만 인정하고 있으며 역외 거래는 정부 인가를 받은 국내 중개회사 2곳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역외 원화 결제망이 열리면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원화 계좌를 두고 직접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겨냥한 조치다. 한국은 1992년부터 MSCI 신흥국 지수에 머물러있다. 2008년 관찰대상국에 올랐지만 승격하지 못했고, 2014년에는 관찰대상국에서도 제외됐다. 경제발전 단계, 시장 규모 및 유동성 측면에선 선진시장 기준을 충족하지만, 시장 접근성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국내 외환시장은 타 국가에 비해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트라우마로 외국인이 직접 원화를 보유하고 운용하는 데 부담이 따랐던 탓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대부분은 이미 외환시장을 24시간 열고 있다.

    정부는 다음달 관찰대상국에 등록된 후 내년 정식 승격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금 유입이 증가하고, 증시 및 외환 변동성을 완화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기도 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외환시장 개혁 간담회에서 "24시간 외환시장 개장 및 역외 원화결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유지해 온 외환 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획기적 조치"라며 "업그레이드된 경제 체급에 맞게 외환시장 시스템을 선진화하고, 글로벌 투자자의 수요에도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역시 선진국지수 편입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혔지만 작년 3월 전면 재개 후 평가가 기존 '미흡'에서 '보통'으로 상향됐다. 다만 투자자의 규제 준수 부담 및 규제 변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보고 의무 등 중복 규제를 완화하고, 큰 틀에서 제도를 유지 중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신흥국 지수의 왜곡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초 10% 안팎에 불과했던 MSCI 신흥국 지수 내 한국 증시 비중은 현재 21%까지 급등한 상태다. TSMC에 집중적 외국인 매수세가 몰린 대만 증시의 비중은 25%다. 

    두 국가 모두 반도체 관련 핵심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이 40~50%, 반도체 업종 전체 비중이 50~60%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MSCI 신흥국 지수 자체가 '반도체 지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성장 지향적인 투자 취지에도 맞지 않고, 분산투자 효과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MSCI 신흥국 지수에서 한국과 대만을 분리한 지수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왜곡 이슈가 있는 건 맞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증시 급등이 단순 단기과열이 아니라 증시의 레벨업으로 이어지려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관마다 구체적 기대 수준은 엇갈리지만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국내 증시에 긍정적일 것이란 예측에는 이견이 없다. 선진국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의 유입은 수급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동시에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동일한 선상에 서면서 그간의 가치 저평가 국면을 탈피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글로벌 IT 기업 대비 저평가된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재평가가 기대된다"며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확대한 가운데 대규모 패시브 자금이 들어오면 대형주 중심의 강한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