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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자사주 성과급 지급이 증권사 자산관리(WM) 부문의 하반기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임직원 자사주 지급 계좌 운용사로 삼성증권·KB증권·신한투자증권이 선정된 가운데, 올해는 지급 규모가 대폭 커질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기존 3사 체제가 유지될지, 추가 증권사가 합류할지에 증권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자사주 성과급 지급을 앞두고 일부 증권사 WM 조직을 중심으로 임직원 계좌 유치 가능성을 살피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아직 삼성전자 측의 최종 계좌 운용사 선정 방침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증권가에서는 기존 3개 증권사 외에 1~2곳이 추가로 선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자사주 지급 계좌는 지난해에도 증권사 WM 부문의 주요 영업 대상으로 부상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임금협상에 따라 직원들에게 자사주 30주씩을 지급했고, 임직원들은 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KB증권 중 한 곳의 계좌를 선택해 자사주를 입고했다. 당시 각 증권사는 삼성전자 임직원 계좌를 유치하기 위해 테슬라 차량, 골드바, 상품권 등 경품을 내걸며 경쟁을 벌였다.
올해는 분위기가 한층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자사주 지급이 1인당 30주 수준의 일회성 성격이 강했다면, 올해는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로 지급 규모와 지속성이 모두 커질 수 있어서다.
노사 합의안에 따르면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사업성과의 일정 비율을 재원으로 삼고, 회사가 정한 조건에 따라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구조다. 지급 주식 중 일부는 즉시 매각할 수 있지만, 나머지 물량에는 1~2년의 매각 제한도 붙는다.
성과급용 자사주 매입 규모가 크게 불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증권사들의 관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안의 특별경영성과급 산식을 2026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에 단순 적용할 경우, 성과급용 자사주 매입 규모가 약 21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는 확정된 매입 규모가 아니라 영업이익 전망치와 성과급 재원 비율, 세후 지급 구조 등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다. 실제 매입 규모는 향후 실적, 사업성과 산정 방식, 지급 시점 주가, 세율 적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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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증권사들이 삼성전자 자사주 계좌에 주목하는 것은 최근 대기업 임직원 보상 체계가 금융회사 고객 확보 경쟁과 직접 연결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SK하이닉스 성과급 지급 때도 금융권의 관심은 성과급 액수 자체보다 임직원들이 어느 금융회사 계좌를 선택하느냐에 쏠렸다.
SK하이닉스가 운영하는 경영성과급 DC 제도는 성과급 일부를 퇴직연금 DC 계좌로 적립할 수 있도록 한 방식으로, 약 2만2000명의 임직원이 DC 계좌 적립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임직원 약 3만명 가운데 상당수가 이 방식을 선택한 셈이다.
당시에도 사업자 간 경쟁은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의 경영성과급 DC 사업자 목록에는 증권사와 은행, 보험사를 포함해 십여 곳의 회사가 이름을 올렸고, 수천억원 규모 자금이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에 물밑 경쟁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사 측은 경쟁 과열을 우려해 금융회사들의 마케팅 활동을 상당 부분 자제시키고, 임직원들이 직접 사업자를 선택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자사주 성과급 역시 퇴직연금 DC 제도와 구조는 다르지만, 대규모 임직원 보상이 금융회사 계좌 선택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성격을 가진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단순한 주식 입고 계좌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임직원은 소득 수준과 투자 여력, 금융상품 가입 가능성 측면에서 WM 부문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우량 고객군으로 꼽힌다. 자사주가 입고되는 순간 고객과의 접점이 생기고, 이후 국내외 주식 거래는 물론 채권, 발행어음, 연금, 랩어카운트, 신용대출 등 다른 금융상품으로 영업을 확장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자사주 성과급은 일부 물량에 매각 제한이 붙는 구조여서 계좌 잔고 유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임직원이 지급 직후 곧바로 보유 주식을 모두 매도해 다른 계좌로 이동하는 방식이 제한되는 만큼, 선정 증권사는 일정 기간 대규모 우량 고객 자산을 계좌에 묶어둘 수 있다.
WM 부문에서 자산잔고와 고객 수가 핵심 성과지표로 활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증권사들이 물러서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WM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성과급 DC 때도 증권사들이 상당히 관심을 보였고, 회사가 마케팅 경쟁을 자제시킬 정도로 분위기가 과열되기도 했다"라며 "삼성전자 자사주 계좌도 당장 수수료 수익만 보고 접근하는 계좌가 아니라 대기업 임직원 고객을 선점하는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선정사 입장에서는 방어전 성격도 강하다. 삼성증권은 삼성그룹 계열 증권사라는 상징성과 기존 운용 경험을 갖고 있고,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도 지난해 삼성전자 자사주 지급 계좌 운용을 맡으며 시스템과 고객 응대 경험을 쌓았다. 반면 신규 진입을 노리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임직원이라는 대규모 우량 고객 기반에 접근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임직원 편의성과 시스템 안정성, 계좌 개설 및 입고 처리 역량, 고객 응대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급 대상과 규모가 커질수록 특정 증권사에 업무가 집중될 경우 계좌 개설 지연, 고객센터 응대 부담, 입고 오류 등 운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기존 3사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물량 분산이나 추가 증권사 선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실제 자사주 성과급 지급까지는 변수도 남아 있다.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보유·처분하는 절차와 관련해 주주 승인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고, 지급 규모 역시 향후 실적과 노사 합의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회사가 증권사들의 마케팅 경쟁을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SK하이닉스 사례처럼 경쟁 과열을 우려해 회사 차원의 관리가 이뤄질 경우, 증권사들의 공개 이벤트보다는 시스템 안정성, 임직원 편의성, 기존 고객 기반 등을 앞세운 물밑 경쟁이 중심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기업 임직원의 성과급과 퇴직연금, 자사주 지급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WM 고객 확보 통로가 되고 있다"라며 "삼성전자 자사주 성과급은 노사 이슈이자 주주 이슈인 동시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하반기 리테일 영업 판도를 가를 수 있는 대형 이벤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