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흥행의 역설...경쟁 붙을수록 원매자는 줄어든다
입력 2026.06.02 12:40

생보 빅3·한투·태광 참여하며 예비입찰 5파전
증자 규모·거래 조건 놓고 원매자 셈법 엇갈려
본입찰까지 진성 원매자 남을지 주목

  • KDB생명 매각전이 일단 겉으로는 흥행에 성공했다. 예비입찰에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업계 ‘빅3’를 비롯해 한국투자금융지주, 태광그룹(흥국생명)까지 참여하며 뜨거운 5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흥행이 오히려 매각 성사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역설적인 관측이 제기된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DB생명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전날 인수의향서(LOI)를 접수받았다. 당초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태광그룹 간의 2파전이 예상됐으나, 대형 생보 3사까지 전격 가세하면서 예상보다 경쟁 구도가 커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과를 두고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매각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물론 대주주인 산업은행(이하 산은) 역시 관련 언급을 자제해왔다. 업계에서는 산은이 조용한 경쟁 구도 속에서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로 보고 있었을 것으로 해석한다. 산은이 그동안 KDB생명에 투입한 자금만 2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거래 성사 자체가 중요한 과제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 밖의 큰 관심이 쏠리면서 산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일반적인 M&A에서는 원매자가 많을수록 매도자에게 유리하다. 경쟁이 붙으면 가격이 오르고 매각 성사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러나 KDB생명은 사정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비입찰 단계에서 예상보다 많은 후보가 몰리면서 매도자인 산은의 매각 조건이나 눈높이가 낮아지기 어려워진 반면, 향후 자본확충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원매자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본입찰 참여를 신중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산은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고 정리해야 하는 딜에 가깝기 때문에 시끄러워져서 좋을 것이 없다"며 "경쟁사가 적어야 원매자가 수용할 만한 조건이 유지될 수 있는데, 예비입찰에만 대거 참여했다가 정작 본입찰에서 빠져나가는 상황이 발생하면 매도자 입장이 곤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특히 후보별로 원하는 거래 구조와 증자 규모도 제각각이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 후보들은 산은의 사전 증자 규모를 최소화한 뒤 경영권을 넘겨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자본 부담이 큰 후보들은 산은이 먼저 대규모 증자를 실시해 인수 직후의 재무적 부담을 덜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일견 산은의 사전 증자 규모가 커질수록 거래 성사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지만, 산은 입장에서는 증자 규모가 커질수록 회수해야 할 공적자금에 대한 눈높이(기준점)가 높아져 도리어 배임 논란 등 매각 문턱이 높아지는 딜레마가 있다. 다수의 참여자로 인해 얽혀버린 이해관계를 풀어내는 것이 산은의 과제가 된 셈이다.

    산은으로서도 부담이 적지 않다. 국내 굴지의 대형 금융사들이 대거 참전했음에도 또다시 유찰될 경우, 그동안의 경영 관리와 매각 추진 과정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이번 ‘예비입찰 흥행’ 자체보다 실제 본입찰까지 진정성 있는 원매자를 얼마나 남겨두느냐가 진짜 본게임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현재 업계에서는 이미 보유 자산이 100조 원이 넘는 대형 생보 3사 입장에서 자산 17조 원 수준에 불과하고 부실 자산이 섞여 있는 KDB생명을 인수할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본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경우 자산이 300조원 수준으로 KDB생명을 인수한다고 해서 유의미한 시너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화생명의 기본자본 K-ICS 비율은 58.8%로 내년부터 적용되는 규제 기준인 50%를 웃돌고는 있지만, 여유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추가 자본확충 부담이 예상되는 보험사 인수는 부담스러운 선택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KDB생명의 K-ICS 비율을 금융당국 법적 기준인 10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최소 4000억원, 권고 수준인 130%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약 8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산은이 매각 전 사전 증자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이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대형 보험사들이 자체적인 시너지 판단보다는 ‘정무적 판단’에 의해 입찰에 참여한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낸다. 산은의 오랜 골칫거리인 KDB생명 매각에 '구원투수' 격으로 이름을 올려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지난 2022년 5차 매각전 당시 하나금융지주가 예비입찰에만 참여한 뒤 빠졌던 사례 역시 이와 유사한 정책적 참여 성격이 강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는 태광그룹(흥국생명)과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상대적으로 전략적 유인이 있는 후보군으로 분류한다. 흥국생명의 총자산은 23조8000억원 수준으로 KDB생명(17조원)을 품을 경우 단숨에 몸집을 두 배 가까이 불릴 수 있다. 흥국생명 자체의 재무 여력은 넉넉하지 않더라도, 태광그룹 차원의 현금성 자산이 2조원 수준으로 알려져 그룹 차원의 지원 가능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예비입찰 면면을 살펴보면, 화려한 대진표가 실제 거래 성사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진정성 있는 원매자를 가려내기 전까지는 일시적인 경쟁 열기에 그칠 수 있는 데다, 향후 가격 협상과 증자 부담 분담을 둘러싼 매각 측과 원매자 간의 협상 과정이 한층 더 복잡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5파전의 실질적인 유효 경쟁 여부에 대해 시장의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결과적으로 입찰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산은 입장에서는 공적자금 회수의 적절성을 증명해야 하는 동시에, 향후 매각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한층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