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증시 들뜨게 한 젠슨 황…작년엔 우군 포섭, 올해엔 세일즈 집중?
입력 2026.06.02 14:41

작년엔 "도와달라"…이번엔 플랫폼 확장
네이버·두산·LG 회동 예고에 주가 급등락
삼성·SK·현대차 수준 수혜 랠리 기대하지만
뒷받침할 실체 없이는 금세 옥석 가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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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두 번째 방한 소식에 국내 증시가 재차 들썩이고 있다. 방한 일정 중 SK, LG, 네이버, 두산 등 국내 대기업과의 회동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 기업 주가도 일제히 오르내린다. 

    이번 방한의 성격이 지난 '치맥 회동'과는 결이 달라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 방한이 엔비디아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우군 포섭의 성격이 짙었다면 이번에는 철저하게 세일즈 목적이 짙어졌다는 평이다. 

    2일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전일보다 22% 올라 장중 17만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운 뒤 14%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일 상한가를 기록했던 LG전자와 네이버는 이날 개장 직후 조정을 거쳤지만 오후 들어 각각 약보합세, 상승 전환하며 여전히 지난 3개월 평균선을 훌쩍 웃도는 수익률을 이어가고 있다. 

  • 젠슨 황 CEO의 방한 일정이 사실상 이들 기업 주가를 끌어올렸다. 황 CEO는 대만에서 열리는 엔비디아 연례 컨퍼런스 'GTC타이베이' 등 일정을 마친 뒤 오는 4일 저녁 한국에 입국할 예정이다. 5일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주요기업 총수들과 만나고 프로야구 시구, 네이버 사옥 방문 등 일정이 예고된다. 

    구체적으로는 작년 10월 '치맥 회동' 이후 폭등장의 재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당시 황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회장과 치킨집에서 만나 피지컬 AI와 반도체 공급 협력을 논의했고, 이후 양대그룹 주가는 반년 이상 고공행진 중이다. 

    증권사 한 리서치센터장은 "젠슨 황 CEO가 작년 치맥 회동 이후로 국부를 얼마나 불려줬는지 고마울 정도"라며 "당시 회동 성격이 단순한 가속기(GPU) 세일즈가 아니라 '혼자 못한다, 도와달라'는 솔루션 요청에 가까웠고, 그게 향후 실적이나 사업 구상으로 드러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방한 역시 큰 틀에서는 우군 확보로 비치지만, 실질적으로는 세일즈 성격이 짙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황 CEO의 방한 목적은 크게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의 극심한 공급 부족으로 인한 병목 해소와 ▲피지컬 AI 독자 사업을 지탱해 줄 제조업 파트너십·데이터 확보로 받아들여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그룹의 도움으로 기초 기둥을 세우는, 우군을 모셔가기 위한 자리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26만장에 달하는 가속기(GPU) 공급 계획 역시 이 덕에 가능했다는 평이 뒤따랐다.

    반면 2차 회동 참석 기업들에 대해선 여전히 엔비디아가 주도권을 쥔 관계라는 시각이 많다. 엔비디아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확실한 한방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거론되는 네이버, 두산로보틱스, LG전자 등 기업들은 특정 영역에선 엔비디아의 우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각각 자본력이나 글로벌 시장 지배력, 칩 구매력에서 한계가 있는 편"이라며 "LG그룹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업들은 엔비디아 자체 칩 시스템이나 플랫폼 생태계에 편입시키기 위한 회동에 가까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두산그룹과 엔비디아의 협력 논의는 원전 등 에너지 인프라보다 두산로보틱스와의 협동로봇 파트너십에 방점이 찍혀 있다. 엔비디아는 국내 현대차그룹 외에도 이미 각국에서 수십개 업체와 자체 로보틱스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엔비디아가 두산의 로봇 사업에 전략적으로 의존하는 구도보다는 두산이 엔비디아 생태계에 포섭되는 구도에 가깝다는 해석이 많다. 

    네이버의 경우 가장 의문부호가 붙는 곳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등 미국 빅테크들에 비해 AI 역량이나 자본력이 뒤처지는 데다 제조업체가 아닌 만큼 엔비디아가 탐낼 만한 산업용 제조 데이터의 양도 부족하고, 자체 플랫폼에서 확보한 데이터 품질도 떨어진다는 평이 많은 탓이다.  

    그러나 네이버도 세일즈 관점에서는 미국 빅테크에 비해 순응적이면서 가성비 높은 고객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중국 기업이 아니라는 장점과 미국 빅테크 수준의 지배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약점을 결합하면 소버린 AI 시장 개척에 맞춤한 대리인이자 우량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LG그룹은 이번 회동 참석 기업 가운데 드물게 상호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파트너로 평가된다. LG전자를 중심으로 가전·공조(HVAC)·스마트팩토리·전장·로봇 등 실물 산업 데이터나 제조기반을 폭넓게 확보하고 있는 데다 비전센싱, 카메라 모듈부터 배터리 모듈 역량까지 고루 갖추고 있어서다. 단순 GPU 수요처를 넘어 엔비디아와 전략적 접점이 가장 큰 셈이다. 

    그러나 LG그룹 역시 앞선 삼성·SK·현대차그룹에 비해선 자본력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그룹 내부적으로 피지컬 AI로 피벗(pivot)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부품 공급사 중 한 곳을 넘어서 플랫폼 공동 개발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신중한 시각도 적지 않다. 

    황 CEO의 방한 일정을 전후해 당분간 회동 참석 기업들의 주가는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아직은 협력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나 윤곽이 드러나기 전이지만,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엔비디아가 점하고 있는 독점적 지배력을 감안하면 공식 고객사나 파트너로 포섭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단기적인 수혜 랠리를 기대하기에 충분하다는 얘기다. 

    금세 옥석이 가려질 것이란 관측도 동시에 나온다. 작년 치맥 회동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그룹이 보여준 폭발적인 주가 상승도 실질적인 반도체 이익 창출력과 로보틱스 청사진 등 가시적 성과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일회성 회동이나 단순 세일즈 대상에 그칠 경우 단기간 내 수혜 기대감을 토해내야 할 것이란 평이다. 

    외국계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재 엔비디아 수혜 기대감으로 주가가 폭등하는 기업들 중 몇몇 곳에 대해서는 '여긴 정말 아니지 않나' 하는 곳도 많다"라며 "당장은 실체 따위 중요하지 않다는 분위기로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지만 거품으로 보이는 기업들은 벌써부터 시장에서 회자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