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상장 임박…'반도체 자금 이동할까' 수급 블랙홀 '주의보'
입력 2026.06.02 15:17

"수급 블랙홀" 우려…반도체·빅테크 자금 이동 가능성
나스닥100 조기 편입 시 패시브 자금 기계적 유입 전망
국내 투자자, 공모 참여 불가…상장 직후 매수 집중 우려
오픈AI·앤트로픽 IPO까지…성장주 수급 불안 장기화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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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글로벌 증시 수급을 둘러싼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초대형 성장주가 새로 등장하는 만큼 기존 반도체주에 몰렸던 자금이 스페이스X로 이동하며 나스닥은 물론, 국내 증시에 큰 변동성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스페이스X는 이달 12일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11일 공모가를 확정한 후 12일 티커 SPCX로 상장할 계획이다. 스페이스X는 이번 IPO(기업공개)를 통해 최대 750억 달러(약 112조원)를 조달한다. 상장에 성공하면 예상 기업가치는 최소 1조7500억 달러(약 2450조원)에 달한다. 성사될 경우 단숨에 세계 기업 시가총액 7위에 오를 수 있는 규모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가 상장 직후 글로벌 성장주 자금을 빨아들이는 '수급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와 빅테크 등 기존 주도주에서 일부 차익실현이 나타나 스페이스X 매수 자금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논리다. 미국 대형 펀드들이 초대형 IPO를 앞두고 현금 비중을 높이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분석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특히 스페이스X는 시가총액이 큰 만큼 상장 직후 나스닥100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나스닥100에 조기 편입될 경우 패시브 자금과 관련 ETF의 기계적 매수 수요가 붙을 수 있다. 최근 나스닥100에 대형 신규 상장사의 조기 편입을 허용하는 패스트 엔트리 제도가 도입되면서, 스페이스X가 상장 후 짧은 기간 안에 지수 편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증시도 무관하지 않다. 올해 코스피 상승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상황에서 글로벌 성장주 수급이 이동할 경우 국내 지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페이스X 상장 이후 성장주 포트폴리오 자금 일부가 반도체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국내 시장이 주목하는 지점은 상장 직후다. 국내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를 미국 주식 계좌를 통해 사들이려 할 경우 기존 국내외 보유 주식 매도나 대기성 현금에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 공모 참여가 제한적인 만큼 상장 직후 유통시장에서 매수하려는 대기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페이스X는 국내 투자자가 공모 단계에서 참여하기 어렵다. 투자설명서(S-1)에 따르면 Class A 보통주가 한국 자본시장법상 등록되지 않았고, 한국에서는 사모 방식으로만 제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LG에너지솔루션처럼 국내에서 일반청약 증거금이 대규모로 묶이는 구조는 아니지만, 상장 직후 유통시장 매수세가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래 성장 기대에 투자하는 자금은 주로 AI 관련주에 집중돼 있는데, 스페이스X가 상장되면 기존 성장주 비중을 줄이고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주가에 미래 성장 가치가 선반영돼 최근 상승세가 가팔랐던 종목이 우선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 시각도 있다. 미국 내 대기자금이 여전히 풍부한 만큼, 스페이스X 공모가 기존 증시 유동성을 훼손하기보다 신규 자금 유입으로 소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페이스X가 우주항공 산업의 대표 상장사로 자리 잡으면 우주항공 ETF와 위성통신, 방산, 우주 부품 관련주로 투자 관심이 번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다만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AI 대어의 상장 추진도 이어지고 있어 성장주 수급 우려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앤트로픽은 미국 IPO를 위한 비공개 상장 신청서를 1일 제출했고, 오픈AI도 비공개 IPO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중 어느 기업이 AI 대표 기업 상장의 첫 타이틀을 가져갈지도 업계 관심사로 떠올랐다.

    스페이스X 상장 후 주가가 오히려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기업가치가 1조7500억 달러대까지 거론되는 데 비해 실적 기반은 아직 이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S-1 기준 스페이스X의 2025년 연결 매출은 186억7400만 달러(약 28조원), 영업손실은 25억8900만 달러(약 4조원)다. 1조7500억 달러 밸류를 적용하면 매출 대비 기업가치 비율(PSR)은 90배를 웃돈다.

    사업부별로 봐도 전통적인 우주 발사 사업만으로 현재 몸값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2025년 매출 가운데 스타링크 중심의 커넥티비티(Connectivity) 부문은 113억8700만 달러로 전체의 약 61%를 차지했다. 

    반면 스페이스(Space) 부문 매출은 40억8600만 달러로 약 22%에 그쳤고, 이 부문은 6억57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냈다. AI 부문도 32억1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은 63억5500만 달러에 달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올해는 스페이스X뿐 아니라 오픈AI, 앤트로픽 등 초대형 IPO 추진이 이어지고 있어 성장주 수급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스페이스X 자체도 상장 초기 주가 변동성이 클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단기 투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