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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성장펀드가 비상장 AI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발표할 때마다 관련 상장사 주가가 폭등하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피투자 기업과 연결됐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들썩이는 테마주 장세가 반복되는 것이다. AI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자금이 투기적 수요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AI 반도체 개발 기업 퓨리오사AI와 관련된 코스닥 상장사들의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가 퓨리오사AI에 대한 직접투자 승인을 발표한 뒤 주가가 급등했지만, 1영업일만에 급락하는 모습이다.
포바이포는 이날 오후 1시 기준 전일 대비 10.4%(870원) 하락한 7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20.4% 급등한 8370원에 거래를 마감한 뒤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엑스페릭스의 주가도 12.4% 상승한 뒤 하루 만에 6.3% 내렸다. DS인베스트먼트 역시 전날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포바이포는 AI반도체 화질개선 서비스를 위해 퓨리오사AI와 협력 중인 기업이다. 엑스페릭스와 DS인베스트먼트는 퓨리오사AI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이다.
국민성장펀드의 AI 관련 비상장사 직접투자는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리벨리온과 업스테이지에도 직접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리벨리온 관련 기업으로 꼽히는 SV인베스트먼트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약 2달이 지난 지금의 주가는 당시의 절반 수준이다. 컴퍼니케이 등 업스테이지 관련 기업의 주가도 국민성장펀드 관련 발표 뒤 16.8% 올랐지만, 하루만에 하락 전환했다.
이슈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코스닥 시장에서 국민성장펀드가 새로운 테마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투자 기업 발표 때마다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구조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22일 국민참여형 성장펀드 출시 당일 코스닥 시장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했고, 지수가 5%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 자금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AI 육성이라는 취지와 무관하게 관련주 쏠림이 반복되는 건 우려스럽다"며 "반도체가 시장의 관심을 흡수한 상황에서 마땅한 정치 테마주도 없다 보니 사실상 국민성장펀드가 그 테마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패턴이 반복될수록 투기적 수요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국민성장펀드 발표=관련주 상승'이라는 공식이 굳어지면서, 관련 기업의 펀더멘털 등과 무관한 단기 매매가 반복될 수 있다. 투자 결정이 공개되기 전 미리 관련 주식을 매집하는 선행 매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제주반도체, 서진시스템 등 일부 코스닥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경우 주가 급등의 배경으로 국민성장펀드 자금 투자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이들처럼 AIㆍ반도체 등 10대 첨단 전략산업군에 속한 기업의 경우, 국민성장펀드의 투자 목표 중 하나인 '스케일업'(덩치 키우기)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민성장펀드의 리테일(국민) 배정분 6000억원이 사실상 하루만에 매진된 점 역시 국민성장펀드 '테마'가 지속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례적인 관심에 놀란 정부는 내년에 배정된 리테일 배정분 6000억원을 올해 조기 도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다만 이 경우 손실을 먼저 흡수할 정부 후순위분 관련 추가경정(추경)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해 당장 조기도입은 어렵지만, 올해분 투자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조 단위 추가 자금이 추가 집행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존재한다는 것 역시 국민성장펀드 관련주 테마에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발표 때마다 이 같은 급등락이 반복된다면 시장의 투기적 분위기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선행 매매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과 더불어 투자 결정 발표 시점·방식에 대한 관리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