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필드 "한국은 글로벌 톱3 투자국…대기업 AI인프라 투자 검토 중"
입력 2026.06.04 12:01

국내 운용자산 16조~17조…2030년 30조 이상 확대 구상
데이터센터·산업가스·신재생에너지 중심 투자 확대 계획
"재벌 성장 돕는 파트너 되겠다"…4조~5조원급 딜 검토
IFC 5~7년 추가 보유 가닥…"여의도 임대료 상승 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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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브룩필드자산운용이 한국을 향후 핵심 투자시장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며 인공지능(AI) 인프라와 에너지 중심 투자 확대 방침을 밝혔다. 현재 약 16조~17조원 수준인 국내 운용자산(AUM)을 2030년까지 30조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데이터센터·산업가스·신재생에너지·전력 인프라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신규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브룩필드는 이달 1일 서울 여의도 IFC에서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투자 전략과 주요 자산 운용 현황을 설명했다. 브룩필드가 국내 언론을 상대로 회사의 투자 철학과 한국 사업 전략을 공개적으로 설명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브룩필드는 글로벌 대체투자 업계에서도 독특한 이력을 가진 운용사다. 일반적인 사모펀드나 자산운용사와 달리 100년 넘게 직접 인프라와 에너지 자산을 운영해온 사업회사에서 출발했고, 약 20년 전부터 외부 자본을 유치하며 현재의 대체투자 운용사 형태를 갖췄다. 현재도 펀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자체 자본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일부 펀드의 경우 브룩필드 출자 비중이 30% 수준에 달한다.

    이 같은 배경은 투자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단순히 기업을 인수한 뒤 매각하는 바이아웃 전략보다는 장기간 사업을 함께 키우는 파트너십 모델을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박준우 브룩필드자산운용코리아 대표는 "브룩필드는 단순히 기업을 인수하고 매각하는 것보다 사업을 함께 성장시키는 파트너십 모델을 선호한다"며 "한국 반도체와 첨단 제조업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고 협력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가스·신재생 등 관심…엔비디아 펀드, 韓 투자 가능성 열어둬" 

    실제 브룩필드의 국내 투자 포트폴리오는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IFC와 물류센터 등 부동산 투자로 이름을 알렸지만 최근에는 산업가스와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등 실물 인프라 중심으로 투자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SK그룹과 산업특수가스 패키지 거래를 통해 약 1조40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해당 사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AI 산업 확대와 반도체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산업가스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를 하나의 성장 생태계로 바라보는 시각도 강해지고 있다.

    박 대표는 "한국 투자 초기에는 IFC와 물류센터가 대표 자산이었지만 이후 SK에어플러스와 데이터센터 플랫폼, 신재생에너지 플랫폼 등으로 투자 영역을 확대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강조된 분야는 AI 인프라였다. 브룩필드는 AI 인프라를 단순한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보지 않는다.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발전설비와 송배전망, 신재생에너지, 가스발전, 원자력까지 모두 AI 산업을 뒷받침하는 필수 인프라로 보고 있다.

    이에 브룩필드는 AI 확산이 전력산업의 위상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과거에는 산업 효율화와 에너지 절감 기술 발전으로 전력 수요 증가세가 제한적이었지만 최근 생성형 AI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나서면서 전력 수요 역시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변화는 브룩필드의 글로벌 투자 전략에도 반영되고 있다. 과거에는 단일 인프라 펀드를 중심으로 투자했다면 최근에는 AI 인프라와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 부문을 별도 투자 영역으로 분리해 운용하고 있다.

    특히 브룩필드는 엔비디아가 참여한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플랫폼의 핵심 운용사 중 하나다. 해당 플랫폼은 약 150조원 규모로 조성됐으며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GPU 인프라, 발전설비, 송배전망 등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전반적인 영역을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박 대표는 "AI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전력 수요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며 "브룩필드도 기존 인프라 펀드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워져 AI 인프라 펀드와 에너지 전환 펀드를 별도로 조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AI 인프라 플랫폼은 엔비디아가 앵커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GPU 인프라와 전력 생산시설, 송배전망까지 모두 투자 대상"이라며 "해당 펀드는 한국 투자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향성은 향후 국내 투자 계획에도 그대로 반영될 전망이다. 브룩필드는 현재 AI 인프라와 에너지, 첨단산업 관련 신규 투자를 다수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거래명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수조원대 거래를 포함해 5건 안팎의 투자 기회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국내 재벌들이 미래 성장 사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브룩필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보고 있다"며 "거래 규모는 수조원에서 4조~5조원 수준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2030년까지 韓 운용자산 2배 확대…임대주택 투자도 검토"

    브룩필드는 향후 한국 투자 규모도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국내 운용자산 규모는 약 16조~17조원 수준이다. 불과 5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성장한 규모다.

    회사 내부에서는 한국을 향후 가장 중요한 투자 국가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30년까지 국내 운용자산 규모를 30조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는 이보다 더 공격적인 성장 가능성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내부 전략회의에서도 한국은 브룩필드가 투자해야 할 글로벌 톱3 국가 가운데 하나가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브룩필드가 한국 시장을 높게 평가하는 배경에는 첨단 제조업 경쟁력이 자리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저출산 문제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투자 요인으로 꼽힌다.

    박 대표는 "한국만큼 투자처가 많은 나라를 찾기 어렵다"며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 아래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는 투자 기회가 많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부문에서는 IFC를 비롯한 핵심 자산에 대한 장기 보유 방침을 재확인했다. 브룩필드는 2016년 IFC 인수를 계기로 한국 부동산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약 10년 가까이 자산을 운영해 왔으며 최근에는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활용해 투자자 재구성 작업을 마무리했다.

    앤드류 버리치 브룩필드 동아시아·동남아시아 부동산 부문 대표는 "IFC는 브룩필드의 한국 투자 역사에서 상징적인 자산"이라며 "최근 성공적으로 자본 재구성을 마쳤고 새로운 투자자 기반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IFC를 인수하고 싶어 했던 투자자들도 있었고 가격도 나쁘지 않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이 장기 보유를 원했다"며 "새로운 LP들로 투자자 구성을 바꾼 뒤 한 사이클 더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브룩필드는 여의도 오피스 시장(YBD)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건설비 상승과 개발사업 지연 등으로 신규 공급이 제한되는 반면 프라임 오피스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버리치 대표는 "건설비 상승으로 신규 공급이 제한되고 있는 반면 프라임 오피스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하다"며 "IFC와 같은 고품질 자산은 임차인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아 임대료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물류 시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브룩필드는 최근 인천 청라 물류센터를 성공적으로 매각했지만 여전히 물류 섹터를 유망 투자 분야로 보고 있다.

    버리치 대표는 "2023년 물류 시장에서 디스로케이션이 발생하며 오히려 좋은 투자 기회가 만들어졌다"며 "신규 공급은 제한적인 반면 물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룩필드는 향후 주거와 호스피탈리티 분야도 새로운 투자처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임대주택 시장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최근 한국 주거 시장에서는 전세 중심 구조가 변화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월세 선호가 확대되고 있다.

    버리치 대표는 "한국 주택 시장 규제가 변화하는 과정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가 과거처럼 전세를 선호하지 않는 등 주거 시장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장기적으로 임대주택 시장 투자 기회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