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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고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면에 등장했다. 배당주 특유의 방어력보다 반도체 대형주 편입 여부가 상품 흥행의 핵심 변수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월분배와 커버드콜을 결합한 구조에 반도체 대형주 노출을 더한 상품에 상장 첫날 개인 투자자들은 230만주 이상을 순매수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고배당주Plus커버드콜액티브 ETF'는 지난 2일 상장 이후 순자산총액(AUM) 1027억원을 기록했다. 상장 첫날 개인은 약 237만주를 순매수했다.
해당 ETF는 은행지주 등 국내 고배당주에 투자하면서 포트폴리오의 30% 수준에 대해 위클리 옵션 매도 전략을 활용하는 구조다. 전통적인 배당주 ETF에 커버드콜 전략을 더한 형태다.
다만 시장에서 주목한 지점은 '고배당'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였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역시 상품 홍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광고 문구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품은' 고배당주 커버드콜 ETF라는 점을 강조했다. 고배당주 포트폴리오라는 간판을 달았지만, 투자자에게 전달된 핵심 메시지는 사실상 반도체 대형주 편입 여부에 가까웠다.
이 같은 초기 관심은 최근 ETF 시장의 자금 흐름과 맞물려 있다. 국내 증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은 지수 상승에 올라탈 수 있는 상품을 찾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자금 유입 상위 10개 ETF 가운데 AI·반도체 테마와 관련된 상품만 5개에 달한 반면, 고배당주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고배당주는 통상 경기 방어, 안정적 현금흐름, 낮은 변동성 등을 기대하고 투자하는 자산군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최근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등락이 코스피 방향성을 좌우하는 장세에서는 배당주 ETF도 반도체 대형주 노출 여부를 외면하기 어려워졌다. 유례없는 반도체발 랠리 속에서 운용사들도 단순 배당 매력만으로는 투자자 관심을 끌기 어렵다고 보는 분위기다.
커버드콜 구조는 여기에 월분배와 변동성 대응이라는 명분을 더한다. 커버드콜은 주식 등 기초자산을 보유하면서 콜옵션을 매도해 옵션 프리미엄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까지 오르면 상승분 일부에 참여할 수 있지만, 옵션 행사가격을 웃도는 상승분은 제한된다. 반대로 시장이 횡보하거나 완만하게 조정을 받을 경우에는 옵션 프리미엄이 수익률을 일부 보완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구조를 두고 'ETF판 올웨더(All Weather) 상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고배당주를 통해 배당 재원을 확보하고, 커버드콜을 통해 옵션 프리미엄을 더하며, 반도체 대형주 편입으로 주도주 랠리에도 일부 참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장내 파생상품 매매차익에 해당하는 옵션 프리미엄 수익이 비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 관심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이를 전천후 상품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커버드콜 ETF는 월분배를 제공하더라도 가격 하락을 막아주는 상품은 아니다. 기초자산이 급락하면 옵션 프리미엄은 손실 일부를 상쇄할 뿐 원금 손실 자체를 방지하지 못한다.
분배금 역시 전부가 비과세 수익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분배금에는 주식 배당 수익 등 과세 대상 소득이 포함될 수 있고, 상품별·분배 시점별 재원 구성도 달라질 수 있다.
상승장에서도 약점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빠르게 오를 경우 콜옵션 매도에 따른 상방 제한으로 일반 주식형 ETF보다 총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
결국 투자자는 월분배와 옵션 프리미엄을 얻는 대신 강한 랠리 구간에서 일부 수익 기회를 포기하는 셈이다. 고배당, 커버드콜, 반도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결합됐지만 모든 장세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구조는 아니라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호황이 한 업종을 넘어 국내 ETF 상품 개발 공식까지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예전에는 고배당 ETF라고 하면 안정적인 배당수익과 방어력이 핵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주도주를 담지 않으면 투자자 관심을 끌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요즘 시장에서는 상품 구조보다 반도체 랠리에 올라타느냐가 흥행을 좌우한다. 고배당 ETF마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