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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증시가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중은행권의 한숨은 도리어 깊어지고 있다. 주가 상승의 과실을 쥔 외국인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을 밀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환율로 자본비율 하락 압력이 커지면서 은행권 눈앞에 닥친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등 정부과제 수행 능력마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연일 1500원대 고공행진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의 고환율은 미-이란 전쟁 불확실성 및 국제 유가 상승 등 대외 악재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른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수급 요인이 지목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분기 중에만 국내 증시에서 약 413억달러(원화 약 62조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달러 환전 수요가 커졌다.
금융권에서는 외환시장을 압박하는 이 같은 구조적 요인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 27일에 발표한 1분기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증권(주식+채권) 투자 평가액은 1조4729억달러에 달한다. 1500원 환율을 적용하면 원화로 2209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주가 폭등으로 불어난 외인의 평가이익(비거래요인)만 한 분기 새 1496억달러(약 224조원)에 달한다.
외국인이 현금화해 나갈 수 있는 2200조원의 자산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정부와 민간, 국민연금 등을 모두 합친 우리나라의 총 대외금융자산 2조8826억달러(약 4324조원)의 절반 수준일 뿐만 아니라, 외환당국이 즉시 동원할 수 있는 공식 외환보유액 4236억달러(약 635조원)과 비교하면 외환보유고의 약 3.5배에 달하는 수치다.
외국인이 차익실현 비중을 조금만 더 높여도 외환시장 변동성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단기간 가파르게 상승한 주식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이 같은 원인으로 촉발된 고환율의 직격탄은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환율이 오르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가 커지면서 분모인 위험가중자산(RWA)이 불어나 보통주자본(CET1) 비율 하락 압력을 높인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약 1~3bp(1bp=0.01%p)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포용금융 체계 개편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생산적금융 역시 목표치를 설정해 관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의 자본 부담 확대가 정책금융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의 구조적 외환포지션 승인을 확대하며 환율 민감도를 낮추고 있지만, 1500원대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규제 완화 효과만으로는 CET1 비율에 미치는 부담을 막기에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환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면서 자본 여력이 2조원가량 줄어든 상황"이라며 "상반기 생산적금융 차원에서 중소기업대출 확대에 힘을 실었지만 하반기에는 위험가중자산(RWA)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최근 주식 상승장에서 조금이나마 운용 수익을 거두기 위해 주식 포지션을 과거 대비 확대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은 최근 반도체 및 대형주 중심으로 증시 상승이 이어지자 개별 주식 직접 운용 형태로 자금을 운용하기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산운용 부문에서 일부 수익을 거두고 있음에도 주가 상승에 따른 환율 급등이 은행의 핵심 지표인 자본비율을 압박하면서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시 활황의 수혜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집중되는 사이, 은행권은 오히려 환율 부담이라는 부작용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환율 상승으로 중소기업 및 소호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자본비율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은행권 전반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환율 변동성까지 커지면서 이에 맞춘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전략을 세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