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교체 이어 국장 공백까지…공정위發 대형 M&A 지연 우려
입력 2026.06.05 07:00

오행록 국장, 취임 두 달여 만에 전보…후임 미정
대행 체제라지만…민감한 대형 M&A 승인 부담
실무진 교체 후 늘어지는 공정위 심사 속 변수 추가

  •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일정이 예년보다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본시장에서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심사 실무진이 상당수 교체된 데 이어 지난 3월 취임한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까지 두 달여 만에 자리를 옮기면서다. 인수합병(M&A)의 경우 공정위 기업결합 승인이 거래 종결의 핵심 선행조건인 만큼 심사 지연이 거래 당사자 모두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M&A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12일 오행록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이 카르텔조사국장으로 이동한 이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공백 상태다. 현재는 이태휘 기업거래결합심사국 하도급조사과장이 국장 대행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오 국장은 지난 3월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으로 취임했지만 두 달여 만에 자리를 옮겼다. 갑작스러운 전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오 국장이 대기업 담합 등 카르텔 관련 사건 경험이 가장 풍부한 만큼 원포인트 인사가 이뤄졌다는 관측이다. 차기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을 두고는 몇몇 후보자가 논의되고 있지만 확정된 사항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M&A 업계에서는 최근 기업결합 심사 실무진이 상당수 교체된 데 이어 국장 공백까지 겹치면서 심사 일정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3월 공정위 정기 인사 과정에서 기업결합 심사라인의 사무관 상당수가 교체됐고, 심사 업무를 새로 맡은 인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사건별 쟁점 파악이 늦어지고 있으며, 기존에는 큰 문제 없이 넘어가던 사안에서도 보정명령이나 자료 보완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대형 M&A의 경우 경쟁제한성, 시장 영향, 사업계획 등 공정위가 들여다볼 쟁점이 적지 않은 만큼 보완자료 제출 과정에서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에는 주요 쟁점이 아닌 사안까지도 자료 보완 요구가 증가했다는 평가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기업결합 업무를 처음 맡는 실무진들이 많아지면서 질문도 늘어나고 일정도 예년보다 지연되고 있다"며 "경쟁제한성이 크지 않다고 봤던 소수지분 거래에서도 보정명령이 나오는 등 핵심적인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부분에서도 담당 사무관들이 자료 보완을 요구하면서 기업결합 심사 대응에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M&A의 경우 국장 공백이 클로징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업결합 심사는 실무 검토가 핵심이지만, 경쟁제한성 판단이 민감하거나 조건부 승인·불허 가능성이 있는 거래는 국장급 판단과 책임이 중요하다. 이 과장이 국장 업무를 대행하고 있더라도 대형 M&A 승인 판단은 더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올해 초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기업결합 불허 결정 이후 국장급 의사결정권자의 판단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롯데렌탈 인수 초기부터 공정위 실무진과 시정조치 방안 등을 논의하며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타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결합금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공정위 내부적으로도 심사 기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후문이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주식교환, 미래에셋컨설팅의 코빗 인수 등의 대형 거래도 심사가 더 지연될 전망이다. 네이버-두나무의 경우 지난해 11월 기업결합 신고 이후 공정위가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반년 이상 심사가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이 코빗 지분 92.06%를 취득하는 거래 역시 공정위의 자료 보완 요청이 계속되면서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두 거래 모두 시장획정과 경쟁제한성 판단이 쉽지 않은 가운데 국장 공백 상태에서는 더욱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평가다.

    기업결합 심사가 M&A 종결의 핵심 선행조건이라는 점에서 거래 당사자들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심사가 길어지면 매도자는 자금 회수 시점이 밀리고, 인수자는 투자 계획과 자금조달 일정 조정 부담을 떠안게 된다. 공정위 내부 인사 변동이 단순 조직 이슈를 넘어 자본시장 거래 일정의 변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진행 중인 거래의 경우 기존 국장이 담당하던 중 인사이동이 이뤄지면서 심사 전반이 멈춘 상태"라며 "후임 국장이 새로 올 때까지 승인이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당초 계획했던 M&A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정확하고 신속한 기업결합 심사를 위해서는 최초 신고 자료가 충실히 제출돼야 한다"며 "다만 최근 들어 결합 기업 간 지분관계 등을 누락하거나 부정확하게 기재하는 등 초기 자료 제출이 부실한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에 대한 보완 요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