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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분위기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1990년대생 실무 운용역들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과거 술자리와 골프 중심이던 기관(LP) 영업 문화 역시 바뀌고 있다. 국민연금 담당자가 방문하면 일렬로 서서 인사하던 분위기까지 옅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 국민연금 내부 세대교체 흐름을 꼽는다. 최근 국민연금은 국내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등 전 부문에서 3~7년차 실무 인력을 중심으로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채용에서도 해외주식·수탁자책임·대체리스크관리·부동산투자 등 실무 중심 포지션 채용이 대거 이뤄졌다. 과거보다 주니어 운용역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중에서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실무진 연령대가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와 달리 기관 미팅이나 설명회 현장에서도 1990년대생 실무 운용역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최근 한 국내주식 위탁운용 증권사가 서울 시내 호텔에서 개최한 기관 설명회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됐다. 증권사와 운용사 측 참석자 상당수가 1970년대생 대표·본부장급 인사들이었던 반면, 국민연금 측 참석자는 대부분 1990년대생 실무 운용역이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분위기가 훨씬 딱딱했을 텐데 최근에는 LP 실무자들끼리 테이블에 앉아 편하게 이야기하는 분위기였다"며 "대표급이 참석하는 자리에서 상대방은 대부분 30대 실무자인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위탁 운용사(GP)들의 LP 영업 문화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 기관 영업은 술자리와 골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또 국민연금 담당자가 방문하면 운용사와 증권사 직원들이 일렬로 서서 인사하는 문화도 업계에서는 익숙한 장면이었다. 최근에는 1990년대생 실무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수평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LP 영업 담당자는 "요즘 실무 담당자들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고 골프도 잘 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예전처럼 의전 중심 분위기보다는 상대방 취향에 맞는 식당이나 공간을 공유하는 정도의 네트워킹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다른 공제회 관계자도 "예전에는 국민연금 담당자가 오면 줄지어 서서 맞이하는 문화가 있었다면 최근에는 그런 분위기가 거의 사라졌다"며 "실무자 중심으로 훨씬 간소하고 편한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세대교체가 단순한 조직 문화 변화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나온다. 기존 고참 운용역들의 이탈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젊은 실무 인력 채용 비중이 높아지면서 조직 분위기 자체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최근 수년간 기금운용직 채용에서 반복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진행한 신입 운용직 채용에는 5명 모집에 62명만 지원했고, 일부 직군은 사실상 지원자 대부분이 서류를 통과하기도 했다. 지난해 진행한 기금운용직 채용에서도 30명 모집에 최종 선발 인원은 절반 수준인 14명에 그쳤다.
IB업계에서는 전주 근무와 민간 금융사 대비 낮은 보상 체계 등을 국민연금 인력난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최근 증시 호황으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의 연봉 수준이 빠르게 상승하는 반면 국민연금은 여전히 공공기관 보수 체계 틀 안에 묶여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성과급을 둘러싼 불만 역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수년간 역대급 운용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운용역 보상 체계는 시장 기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성과급 산정 방식과 자산군별 보상 격차 등을 둘러싼 내부 불만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실제 최근 수년간 국민연금 출신 인력들이 국내외 자산운용사와 글로벌 투자기관, 국부펀드 등으로 이동하는 사례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민연금 경력이 글로벌 LP·GP 시장에서 일종의 '품질 보증서'처럼 받아들여지면서, 젊은 운용역들 사이에서는 "몇 년만 경험을 쌓고 해외 GP로 이동하자"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젊은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장기적으로 남아야 하는 직장이라는 인식은 예전보다 약해진 분위기"라며 "민간 금융사나 해외 운용사로 이동하기 위한 경력 단계처럼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아 추후 인력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