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요즘 지점에선 '너 그러면 본사 보낸다'는 농담도 나온다니까요." (한 증권사 WM 직원)
코스피가 80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 호황이 이어지면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의 지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본사 이동이 커리어 확장의 통로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높은 성과급과 상대적으로 나은 근무 여건을 이유로 지점에 남고 싶어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증권사에서는 PB 직무와 지점 근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신규 입사 희망자들 사이에서 PB 직무를 선호하는 흐름이 나타나는 것은 물론, 기존 지점 직원들 사이에서도 본사 이동을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증권사 WM 관계자는 "PB들의 지점 선호도가 확실히 높아졌다"며 "예전에는 커리어를 생각해서 본사 근무에도 관심을 갖는 직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지점에 남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증시 호황만큼 증권사들도 유례없는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KB·NH·신한·메리츠·키움·하나·대신 등 국내 10대 증권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33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2조551억원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1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순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벌어들인 셈이다.
PB는 증권업 호황이 월급봉투로 가장 먼저 체감되는 직무 중 하나다. 지점 선호가 커진 가장 큰 이유도 단연 성과급이다. PB는 고객 자산 유치 규모와 위탁매매 수수료, 금융상품 판매 실적 등이 성과 보상에 직접 반영되는 직무다. 개인이 관리하는 고객 기반과 영업 실적에 따라 보수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
활황장은 PB들에게 곧바로 영업 환경의 변화로 다가온다. 개인투자자의 거래가 늘고 리테일 자금이 유입되면 고객 상담과 자산 유치 기회도 늘어난다. 약세장에서는 신규 고객 유치와 상품 판매 부담이 크지만, 시장이 오를 때는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PB들이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도 넓어진다는 설명이다.
"장이 좋으면 고객 문의도 늘고, 상품 판매도 쉬워지고, 고객들의 수익이 늘어나니 심적으로도 편하죠. 약세장일 때는 오늘은 또 고객님께 손실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심란할 때가 많았어요." 지점 창구에서 상승장과 약세장을 모두 겪어본 PB의 말이다.
고액 보수자 명단에서도 WM 인력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채권 영업 인력이 증권사 고액 보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자산관리 현장에서 뛰는 PB들도 상위권에 포함되는 분위기다. 올해 1분기 주요 증권사 연봉 상위 5명 명단에도 고객 자산관리 조직 소속 인력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또 다른 이유로 '워라밸'을 꼽는 목소리도 많다. 본사 부서는 보고와 의사결정 과정이 촘촘하고 야근 부담이 크다는 인식이 있다. 반면 지점은 실적 압박은 있지만 업무 시간이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는 성과와 근무 만족도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점 선호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지점 PB들에게도 본사 이동이 선호되는 경로로 여겨졌다. 지점에서 영업 경험을 쌓은 뒤 본사로 자리를 옮기면 조직 내 입지를 넓히고 커리어를 확장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본사 근무가 승진과 보직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이 같은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본사 이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커리어상 이점보다 지점에서 기대할 수 있는 보상과 생활 여건을 더 중시하는 직원들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증시 호황이 지점 PB의 보상 기대를 키우면서 과거 본사 중심으로 짜였던 커리어 선호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