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끝나자 금융권 향하는 정책 청구서…상생·제재·지배구조 다시 속도
입력 2026.06.05 10:26|수정 2026.06.05 10:26

민주당 12곳 승리에도 서울은 국민의힘 수성
정책 추진 동력 커졌지만 속도조절론도 병존
홍콩 ELS 과징금 대폭 감경…제재 불확실성 완화
포용금융·지배구조 개편 등 금융권 부담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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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AI 생성 이미지)

    6·3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금융권의 정책 현안도 다시 집행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면서, 금융정책 역시 일방적인 드라이브보다는 소비자보호와 시장 부담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으로 속도가 조절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2곳을 확보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여권에 힘을 실어준 결과로 평가된다. 다만 국민의힘은 서울과 대구, 경북, 경남 등 4곳을 지켰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막판 역전승을 거두면서 정치권에서는 '여권 압승'과 별개로 수도권 중도층의 견제 심리가 확인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선거 이후 정책 현안이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선거 국면에서는 민감한 금융 현안의 결론이 미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선거가 끝난 뒤에는 미뤄졌던 안건이 순차적으로 처리될 수 있어서다. 은행권에는 상생금융과 소비자보호, 금융지주에는 지배구조 개편, 가상자산업계에는 스테이블코인 입법 등이 각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제재다. 금융감독원은 4일 임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합산 6000억원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안을 결정했다. 앞서 금감원이 금융위원회에 넘겼던 1조4000억원 수준의 제재안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낮아진 규모다.

    이번 결정은 선거 이후 첫 대형 금융 제재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는 평가다. 동시에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 명분을 유지하면서도 은행권의 자본 부담과 법적 수용 가능성을 함께 고려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초 시장에서는 조 단위 과징금이 현실화할 경우 은행권의 자본관리와 주주환원, 정책금융 공급 여력에까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과징금이 크게 감경되면서 은행권의 단기 부담은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제재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제재심 결과는 금융위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돼야 한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과징금 수용 여부와 행정소송 가능성, 임직원 제재 수위, 향후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체계 개편 등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홍콩 ELS 제재는 상생금융 논의와도 맞물린다. 은행권은 지난해부터 민생금융 지원, 취약차주 지원, 소상공인 금융지원 등 정책성 부담을 지속적으로 떠안아 왔다. 여기에 포용금융 전략추진단, 중·저신용자 생활안정자금 대출, 정책서민금융 확대 논의 등이 이어지면서 선거 이후에는 금융권의 '사회적 역할'을 재차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다만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금융정책의 속도와 강도를 조절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여권이 지방권력 전반에서는 우위를 확보했지만, 서울에서 야당이 승리한 만큼 금융권을 향한 과도한 비용 부담이나 규제 일변도 정책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홍콩 ELS 과징금 감경도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도 하반기 금융권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 연임 제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독립성, 사외이사 역할 강화 등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구체적인 개선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선거 이후 관련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차기 회장 승계 구도와도 맞물릴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하다. 특히 최고경영자 장기 연임 제한이나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방안이 구체화될 경우, 주요 금융지주의 승계 절차와 이사회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다만 당국도 금융권의 반발과 시장 혼란을 고려해 법제화와 모범규준, 자율 개선 방식을 놓고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 논의도 선거 이후 재개될 가능성이 큰 분야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그간 정무위 일정과 지방선거 국면이 겹치며 논의가 지연돼 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둘지, 거래소와 핀테크까지 열어줄지 여부는 금융권과 가상자산업계의 이해관계가 직접 충돌하는 사안이다. 은행권에는 새 결제 인프라 선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준비금 관리와 자금세탁방지, 지급결제 안정성 책임이 따라붙을 수 있다.

    지선 이후 금융권 현안의 핵심은 단순한 규제 강화라기보다 정책 집행의 재개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의 지방선거 승리는 정부·여당의 금융정책 추진 동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반면 서울에서 확인된 견제 심리와 홍콩 ELS 과징금 감경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시장 부담과 수용 가능성을 함께 따질 필요가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선 결과로 정부·여당의 정책 추진 동력은 커졌지만, 서울에서 나타난 견제 심리와 ELS 과징금 감경 흐름을 보면 금융권에 비용을 일방적으로 전가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상생금융과 지배구조 개편 등은 다시 속도를 내겠지만, 실제 강도는 시장 부담과 수용 가능성을 감안해 조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