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후 국책은행 이전 논의 재점화…희비 엇갈릴 산은·기은
입력 2026.06.08 07:00

기은, 여야 공약으로 추진 명분 확보…산은은 백지화 전망
정부, 공기관 '350곳' 대상 2차 이전 로드맵 발표 임박
28년 총선까지 '선거 공백기' 중 지방이전 추진력 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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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6·3 지방선거가 마무리되면서 국책은행을 비롯한 금융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부산시와 대구시의 선거 결과가 엇갈리면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희비가 교차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 중인 5극3특 등 지역균형개발 정책과 맞물려 금융기관의 이전 논의 또한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대구·전북 등의 시도지사 후보들은 금융 공공기관 본점 유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들의 공약에서 언급된 곳은 IBK기업은행, 농협중앙회, 한국투자공사(KIC) 등이다.

    대구시장에 당선한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는 기업은행 대구 이전을 비롯한 '경제 대개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구 내 중소기업 비중이 99% 이상인 만큼 기업은행의 정책금융 기능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 이름을 딴 창업센터를 설립하고, 기업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다고 밝혔다.

    추 후보는 선거운동 당시 "1조원 규모의 창업성장펀드를 조성해 대구를 창업도시로 만들고, 기업은행 본점 이전도 추진할 것"이라며 "기업이 몰려오는 최적의 투자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기업은행 본점 이전 논의는 선거 때마다 언급되는 단골 공약이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선 여야가 동시에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여야가 동일한 입장을 내세웠던 만큼 이전을 추진할 정치적 명분이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은행 본점 이전을 위한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반면 산업은행의 본점 이전 논의는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윤석열 정부 시절부터 추진한 이전 논의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을 밟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 줄곧 반대 입장을 취해왔고, 전 후보 역시 산업은행 이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전 후보의 주요 공약은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추가 이전,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등으로 이 대통령의 공약과 궤를 같이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 본점 이전은 이미 백지화 수순이었는데, 유일하게 이전을 고수했던 시장 후보가 낙선하면서 재추진할 주체도 사라졌다"며 "다만 기업은행 이전은 민주당까지 공약으로 내걸면서 은행 내부에서 반발이 거셌는데, 탄력이 붙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외 농협중앙회와 한국투자공사(KIC)의 전라북도 이전도 논의될 전망이다. 전북도지사에 당선한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농협중앙회와 KIC를 전북 내 유치하고 지역 산업을 성장시킬 '전북성장공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공기관 지방이전을 지속 추진 중인 점도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2차 공기관 지방이전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350여개 기관을 대상으로 지역 특화 산업 등과의 연계성을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선 곧 관련 로드맵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세종)와 금융감독원(강원 원주)과 더불어 국책은행 등의 이전 여부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금융 공공기관 이전을 논의할 동력이 충분히 확보됐다고 본다. 이번 지선을 끝으로 2028년 4월까지 전국 단위의 선거는 예정되지 않았다. 지역 현안을 밀어붙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한 셈이다.

    다만 현실적인 장벽은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 금융당국과 마찬가지로 국책은행의 본점을 이전하려면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조를 중심으로 한 직원들의 반대도 거세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금융노조 지방이전 공동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국책은행들의 본점 이전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은 선거 때마다 나오는 내용이지만, 공기관 지방이전 정책과 맞물리면서 전보다 추진력을 얻었다는 시각이 있다"면서도 "연구 용역 등을 통해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게 필요할 것이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진행되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