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되는 발행 묶일라"…시중은행, 가상자산 '양자택일' 최대 변수로
입력 2026.06.08 07:00

우회 진출 규제 범위 따라 전략 가변적
"돈은 유통에서"…금융권 셈법 복잡
지분율 규제에 가려진 핵심 변수
"발행·유통 가이드라인 명확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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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권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가운데, 향후 발행·유통 분리 규제 체계가 사업 전략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논의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의 지분율 등에 집중돼 있지만, 정작 사업성에 큰 영향을 미칠 발행·유통 분리 규제의 구체적인 범위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회와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도 발행과 유통을 분리하는 방향의 규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토큰증권(STO) 제도화 과정에서 발행·유통 분리 원칙을 적용하고 있고,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도 관련 취지의 규제가 반영돼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위가 이해상충 방지를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 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실제 토큰증권 법제화 과정에서도 조각투자 업계가 발행·유통 규제 통합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배경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스테이블코인 제도 설계 과정에서도 유사한 방향을 적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관련 규제가 명문화될 경우 발행 사업자는 유통 사업을, 유통 사업자는 발행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자회사를 통한 우회 진출 역시 특수관계인 규제 적용 여부에 따라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하나의 금융회사가 발행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유통 플랫폼이나 거래소에 투자할 경우, 발행·유통 분리 규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발행·유통 분리 규제의 적용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회사 설립이나 지분 투자까지 규제 회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별개의 사업 영역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따라 사업 전략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하나금융의 두나무 지분 인수 역시 이러한 논의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투자를 단순 재무적 투자라기보다 향후 디지털자산 거래·결제·정산 등 플랫폼 인프라와의 접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러나 향후 발행·유통 분리 규제가 도입될 경우 이 같은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나금융이 향후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디지털자산 플랫폼과 협력하거나 관련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가 허용될지 여부가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사업의 경우 수익성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발행사는 준비자산 관리와 시스템 구축, 각종 규제 준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반면 직접적인 수익원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유통 플랫폼은 거래 수수료를 비롯해 결제·송금·정산 서비스, 향후 다양한 금융상품 연계 등을 통해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발행과 유통 사이에 엄격한 칸막이가 설치돼 금융사들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경우, 상대적으로 발행보다는 유통·플랫폼 사업에 더 큰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은행권의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현재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발행 영역을 완전히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 주도 컨소시엄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발행 사업에서 완전히 빠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발행과 유통을 어떻게 구분할지에 따라 사업 모델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제도의 근간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는 업권별 지분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보유 한도를 제한할지를 두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실제 사업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행·유통 분리 규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논의는 지분 규제 등 발행 영역에 집중돼 있지만, 실제 시장 판도를 좌우할 변수는 발행·유통 분리 규제"라며 "은행들은 발행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경쟁 은행이 발행한 코인을 유통하는 역할만 맡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결국 발행과 유통의 경계를 어디까지 설정할지가 사업 전략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