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는 줄이고, 여전채는 유지…연기금도 금리 따라 비중 조율
입력 2026.06.08 07:00

수익률 제고 위해 주식 늘리는 연기금
국내 채권 축소 기조…시장 충격 제한적
"연기금, 우량 회사채·여전채 선호 이어져"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주요 연기금들이 중장기 자산배분 계획에 따라 국내 채권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다만 채권 내에서도 일률적인 비중 축소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절대금리가 낮은 국고채와 은행채, 공사채 비중은 줄이는 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회사채와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는 유지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분위기다.

    채권시장에서는 연기금의 국내 채권 비중 축소가 당장 시장 수급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장기적으로는 금리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28일 제5차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국내 채권 목표 비중은 기존 24.9%에서 23.1%로 낮아진다. 반면 국내 주식 비중은 확대된다. 기금 규모가 1800조원을 넘어선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변화는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꼽힌다.

    국민연금뿐 아니라 사학연금 등 주요 연기금들도 국내 채권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저성장과 저금리 환경에서 채권 비중을 높였던 과거와 달리 장기 수익률 제고를 위해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금들은 지난해 말부터 국내 채권 잔고를 꾸준히 줄여왔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연기금의 채권 매도는 채권 종류별로 차별화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연기금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국고채, 은행채, 공사채를 중심으로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스프레드 매력이 있는 우량 회사채와 여전채는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연기금 입장에서는 채권 전체 비중은 줄여야 하지만 수익률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다"며 "절대금리가 낮은 국고채보다는 일정 수준의 크레딧 스프레드를 확보할 수 있는 회사채나 여전채 선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채권시장에서는 연기금, 공제회, 보험사 등을 중심으로 우량 회사채 및 여전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는 환경에서도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연기금의 국내 채권 비중 축소가 장기적으로 시장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연기금은 국내 채권시장의 대표적인 장기 투자자다. 이들의 매수 여력이 줄어들 경우 시장의 안정판 역할도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시장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목표 비중 변경이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데다 실제 보유 비중과 목표 비중 간 차이도 존재한다. 실제로 지난 1분기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채권 비중은 19.2%로 집계됐다. 목표 비중보다 낮은 수준이라 국민연금이 단기간에 대규모 매도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기 자산배분 계획은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행되는 성격"이라며 "목표 비중이 낮아졌다고 해서 즉시 채권을 대거 처분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오히려 연기금의 매수세 둔화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기금 수요 감소가 겹칠 경우 금리 상승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의 채권운용역은 "연기금 비중 축소는 단순한 매도 이슈보다 구조적인 매수 기반 약화로 봐야 한다"며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경계감이 높아지는 국면에서 연기금 수요 감소까지 겹치면 국고채를 중심으로 금리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