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난 홍콩 ELS 과징금…금융위 마지막 쟁점은 금소법 '계도기간' 적용
입력 2026.06.05 11:45

제재심서 과징금 1.4조→6000억원 큰 폭 감경
위반동기 '중'→'하' 조정…부과기준율 낮아져
금융위, 금소법 초기 계도기간 '비조치' 적용할까
행정소송 분위기 한풀 꺾여…추가 감경에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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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은행권에 부과할 과징금을 당초 통지했던 금액의 절반 이하인 6000억원대로 대폭 삭감했다. 금융위원회의 제재안 반려 이후 금감원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시장의 눈은 이제 금융위원회의 최종 의결과 추가 감경 여부로 쏠리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주요 시중은행의 홍콩 ELS 관련 과징금을 당초 통지한 1조4000억원에서 6000억원대로 감경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14일 금융위가 사실관계와 법리 보완을 이유로 금감원의 제재안을 반려한 바 있다.

    업계는 이에 대해 과징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였다. 금감원이 지난 2월 제재심에서 1조4000억원의 과징금을 산정한 이후 금융위와 약 4개월 동안 오랜 논의를 해 왔고, 최근에는 이찬진 금감원장이 "과징금 부과로 인해 생산적 금융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념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제재 수위 조절을 시사한 바 있다.

    과징금이 반토막 난 결정적 요인은 위반 행위 매트릭스 등급의 하향 조정이다. 금감원은 이번 제재심에서 은행권의 위반 동기와 방법을 각각 '중에서 '하'로 낮췄다. 이에 따라 과징금 액수를 결정하는 부과기준율 자체가 하락하며 전체 금액이 대폭 깎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등급 조정을 통해 금융위가 향후 '6개월 계도기간' 면책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도록 금감원이 명분(비조치 조건)이 생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위 의결을 통해 현재 6000억원대의 과징금이 추가로 감경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위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제정에 따른 신설·강화된 규제와 관련한 비조치의견서를 의결하고, 초기 6개월간 제재보다 계도 중심으로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고의·중과실'이나 '중대한 재산상 손실'이 있는 경우는 예외로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이 이번에 위반 동기를 '경과실(하)'로 낮춰 잡으면서, 금융위가 "고의·중과실이 없으니 금소법 도입 초기 6개월간 판매한 분량은 과징금 부과 대상(모수)에서 제외한다"고 의결할 수 있는 법리적 길이 열린 셈이다. 이 조치까지 확정되면 은행권 과징금은 더 줄어들게 된다.

    그동안 금감원은 금소법 적용 예외(비조치)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금감원 역시 검사·제재 규정상 비조치의견을 낼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홍콩 ELS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일괄적인 비조치 적용은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제재심을 통해 위반 동기와 방법이 낮아지면서, 금융위가 계도기간 면책을 적용할 수 있는 법리적 명분과 조항 체계가 자연스럽게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이 제재 수위를 내리면서 최종 면책 여부에 대한 결단의 공을 금융위로 넘기는 그림이 됐다는 관측이다.

    당초 "1조4000억원대 과징금은 수용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던 은행권의 기류도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소송에 나서자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계도기간 적용 시 6개월 내에 해당하는 모수가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최종 금융위 의결 수위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공은 다시 금융위로 넘어갔지만,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는 오는 17일 정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나, 아직 관련 서면 통지 및 안건 이송 등 후속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안건 상정은 이달을 넘겨 7월 정례회의로 이월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전날 회의는 금융위 보완요청 사항에 대한 위원들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고, 과징금 수준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며 "계도기간은 금융위의 보완요청사항에 해당되지 않아 논의사항이 아니었고 필요시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