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주식교환 심사…법 개정도 전에 막 내리나
입력 2026.06.09 07:00

소수주주 보호 기조에 증권신고서 재수가 기본
'시가 기준' 법령 vs '주주 보호' 심사 기조 대치
M&A 및 계열사 잔여 지분 취득 어려워져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의 포괄적 주식교환 심사가 전례 없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관련 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감독 실무가 먼저 소수주주 보호 기조를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모회사에 유리한 완전자회사화 시도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분위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정은 의무공개매수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상장사의 지분 25% 이상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잔여 주주를 대상으로 추가 지분을 의무 공개매수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다.

    상법 개정에 이은 자본시장 제도 정비의 핵심 과제로 꼽히지만, 6·3 지방선거와 맞물려 입법 논의는 사실상 뒤로 밀려 있었다. 앞으로 선거가 마무리되면 본격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회에는 인수자가 25% 이상 지분을 취득할 경우 남은 지분 전량을 동일한 가격에 매수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되어 있다. 다만 현재 논의 초기 단계로 의무공개매수 대상 지분율 및 가격 산정에 대한 세부 사항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법 개정과 별개로 공개매수 대신 포괄적 주식교환을 택한 기업들은 이미 벽에 부딪히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우리금융지주와 동양생명이 제출한 포괄적 주식교환 관련 증권신고서에 정정명령을 내렸다. 구체적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소수주주 보호를 위한 조치 및 교환비율 등을 두루 점검할 것으로 내다본다.

    앞서 이마트 역시 신세계푸드의 완전 자회사화를 위해 3번째 정정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주주간담회를 두 차례 진행했고,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소수주주의 요구사항을 검토하기도 했다.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기존보다 29.6% 높인 6만3348원으로 다시 책정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정정 요구들이 단순한 개별 사례가 아닌, 자본시장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당국이 요구하는 '소수주주 보호'의 핵심이 결국 가치 산정 및 가격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의무공개매수 관련 입법은 아직이지만 사실상 같은 논리가 이미 작동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우리금융이나 이마트 등 개별 사례가 아닌 구조적 전환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기업들이 주식교환 비율을 정할 때 기준이 되는 건 '시가'다. 반면 당국과 시장이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은 자산가치 등을 반영한 '공정가치'에 가깝다. 기업 입장에서는 법령에 맞춰 교환비율을 짜더라도 주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 등을 입증하지 못하면 심사를 통과할 수 없는 딜레마에 직면한 셈이다.

    이러한 심사 기조의 변화는 당장 금융지주들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에 급제동을 걸 수 있다. 그동안 금융지주들은 보험사나 캐피탈사를 인수한 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통해 잔여 지분을 넘겨받아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공식을 사용했다.

    기존 지배주주가 잔여 소수지분을 정리하는 과정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수주주 보호 논리가 강하게 작동하는 이상 모회사에 유리한 포괄적 주식교환 등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아직 완전자회사화를 마치지 않은 그룹 계열 상장사나 금융지주 산하 보험·캐피탈사 등도 향후 지분 추가 확보를 논의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주식교환 구조를 다시 짜서 시도하든, 직접 공개매수로 방향을 바꾸든 결국 더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며 "처음부터 소수주주에 대한 적정 프리미엄을 전제하지 않으면 심사 통과 자체가 어려워진 시대가 됐다는 게 이번 사례들의 메시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