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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기가와트(GW)급 AI 팩토리 구축 계획을 공개하며 인공지능(AI) 인프라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장기적으로 AI 팩토리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고 1GW 규모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주가는 하루 만에 상승분을 반납하는 등 예상보다 미온적인 상황이다.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사업화와 수익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전날 발표한 AI 팩토리 사업은 단순한 데이터센터 증설을 넘어 사업 모델 자체를 바꾸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네이버의 핵심 사업이 검색·광고·커머스·콘텐츠 등 플랫폼 중심이었다면 AI 팩토리는 GPU, 데이터센터, 전력, 장기 고객 계약이 수익성을 좌우하는 전형적인 인프라 사업이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내년 상반기 55MW 규모 AI 팩토리를 시작으로 같은 해 말 100MW, 2028년 누적 200M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후 장기적으로는 1GW 규모까지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부동산 및 데이터센터 업계에서는 1GW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최소 70조원에서 최대 90조원 수준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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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시장에서는 이번 발표를 두고 네이버가 사실상 '아시아판 코어위브(CoreWeave)' 모델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AI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는 엔비디아 GPU를 대규모로 확보해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기업들에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GPU 클라우드 사업으로 급성장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약 1GW 규모 인프라를 확보했으며 시가총액은 약 80조원 수준까지 올라섰다.
네이버 역시 GPU 인프라를 구축한 뒤 AI 기업과 정부, 개발자들에게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GPU 확보 안정성을 높이고 소버린 AI 수요 확대 흐름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네이버는 AI 팩토리 사업을 통해 향후 연간 20조원 이상의 매출과 20%대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러나 시장은 아직 네이버를 코어위브와 같은 잣대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고객과 수익 구조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어위브는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고객과의 장기 계약을 통해 성장성을 입증했다. AI 수요 확대라는 기대감만으로 평가받은 것이 아니라 실제 계약과 매출을 통해 사업 모델을 증명했다는 의미다.
네이버는 "200MW 이상 수요를 원하는 고객이 존재한다"고 설명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약이 공개된 단계는 아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요 가능성과 실제 장기 계약 체결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결국 가동률이 중요해서 고객이 없으면 GPU와 데이터센터 투자비가 곧바로 비용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수요가 있다는 설명보다 실제 계약 체결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자금 조달 역시 핵심 변수로 꼽힌다. 네이버는 초기 200MW 구축을 위해 네이버와 전략적 파트너가 각각 10억달러 이상을 출자하고 이후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해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모펀드(PE)와 기관투자가 자금,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활용하는 구조다.
이는 그동안 보수적인 재무 전략을 유지해 온 네이버와는 상당히 다른 접근 방식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번 발표의 핵심을 AI보다 자금 조달 방식 변화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플랫폼 기업이던 네이버가 대규모 외부 자본을 활용하는 인프라 개발 사업자로 변모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AI 사업 자체보다 네이버의 자본 배분 전략 변화에 의미가 있다"며 "그동안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받던 네이버가 향후에는 자산 집약적 인프라 기업의 성격도 함께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네이버가 그동안 대규모 투자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네이버가 제시했던 글로벌 성장 서사 상당수가 실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왓패드다. 네이버는 2021년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약 6533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웹툰·웹소설 생태계 확대를 위한 전략적 투자로 평가받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3632억원 규모 영업권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왓패드 장부가치는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국내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 역시 1700억원을 투입해 경영권을 확보했지만 이후 600억원이 넘는 영업권 손상이 발생했다. 북미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역시 지난해 수백억원 규모 손상차손이 반영됐다. 지난해 네이버가 인식한 전체 영업권 손상차손은 4120억원에 달한다.
네이버는 올해 1분기 매출 3조2411억원, 영업이익 5418억원을 기록하며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그러나 GPU 확보와 AI 인프라 투자 영향으로 인프라 비용은 전년 대비 32.5% 증가했고 순이익은 31.3% 감소했다. AI 투자 부담이 이미 손익계산서에 반영되기 시작한 셈이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이번 AI 팩토리 사업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AI 시대에 필요한 성장 스토리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동시에 네이버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규모의 자본집약 사업이라는 점에서 실행 리스크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앞선 운용업계 관계자는 "AI데이터센터 서비스는 결국 GPU 확보, 전력 수급, 고객 계약, 외부 자금 조달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인데 아직까지 국내 기업이 역량을 증명한 사례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