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EX에 현금 쏟아붓는 빅테크들…삼성전자·SK하이닉스 방향타 어디로?
입력 2026.06.10 07:00

글로벌 빅테크들, 3년새 CAPEX 6배
'입장료' 치르지 못하면 AI서 도태
배당·성과급 등 배분 이슈 뜨거운데
"지금 투자 고삐 안당기면 미래 없어"
투자 확대 방향성 유도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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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인공지능(AI) 대전환을 앞두고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유례없는 자본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단순히 기술 우위를 점하는 것을 넘어, 천문학적인 자본을 얼마나 신속하게 인프라로 전환하느냐가 향후 10년의 산업 패권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됐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미래를 위한 '생존형 투자'에 사활을 거는 동안,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성과급과 배당이라는 분배 이슈가 더해지면서 투자 공식이 좀 더 복잡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쌓이는 잉여현금을 적기에 대규모로 시설투자, M&A 등 자본적지출(Capex)을 할 수 있을지가 패권을 넘어 생존의 필연조건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Capex 추이를 보면 기술 패권 전쟁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23년 약 280억달러 수준이던 Capex를 2026년 현재 약 1900억달러 규모까지 6배 넘게 확대했다.

    구글(Alphabet) 역시 같은 기간 320억달러에서 1850억 달러 수준으로 투자를 대폭 늘렸다. 거기에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800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증자는 공모·사모·ATM(시장매각) 등으로 구성되며, 버크셔 해서웨이도 사모로 100억달러를 투자한다. 

    그밖에 메타는 280억달러에서 1350억달러로, 아마존은 480억달러에서 2000억달러로Capex를 늘린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비용 증액이 아니다. 차세대 GPU 확보와 AI 데이터센터 구축은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할 '입장료'가 됐다. TSMC를 필두로 한 파운드리 업계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제조사들도 이 거대한 흐름에 맞춰 사활을 건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2023년 대비 2026년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Capex를 보면, SK하이닉스는 90억달러에서 170억달러 수준으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적자 부담 속에서도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380억달러에서 730억달러 규모로 투자를 대폭 강화했다.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가 이미 ‘전시 체제’에 돌입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글로벌 전장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기업 내부에서는 수익 배분을 둘러싼 구조적 고민이 깊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경영 성과급 지급 기준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로 제도화하면서, 이익이 늘어날수록 인건비가 자동으로 연동되는 구조가 정착됐다.

    이를 두고 산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성과급과 배당은 임직원과 주주의 당연한 권리이지만, 동시에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을 제약하는 고정비적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과급 및 초과이익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불거지면서, 일각에서는 "지금과 같은 경직된 보상 체계가 급변하는 글로벌 투자 환경에서 기업의 유연한 자본 운용을 저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보여준 시각차 역시 간극을 여실히 보여준다. 노동당국은 초과 이익의 '사회적 분배'와 '상생'에 방점을 찍는 반면, 산업당국은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분 단위로 투자를 집행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분배 논쟁은 기업의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는 강력한 외부 요인으로 자리잡았다.

    관련업계에선 지금의 반도체 경쟁이 '승자독식'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2026년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하지만,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과거 Capex가 기존 공정의 증설이나 효율화에 머물렀다면, 지금의 투자는 전력망 확보, AI 최적화 서버 인프라 구축 등 전방위적 자본 투입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단순한 '위탁 생산자'로 전락하거나, 기술적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시장 점유율을 경쟁사에 빼앗기게 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TSMC가 매년 막대한 배당 요구에도 불구하고 수익의 절반 이상을 꾸준히 재투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며 "기술 리더십이 흔들리는 순간 그 어떤 분배도 무의미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TSMC도 최근엔 분배 이슈로 시끄럽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또한 이제 '잉여현금의 용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금 쌓이는 이 현금은 당장 나눠야 할 '전리품'이 아닌, 차세대 기술 패권 확보를 위해 탄약고에 저장해야 할 '전비(戰費)'라는 얘기다.

    성과급 제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과 별개로, 경영진과 노조는 '미래 가치 창출과 보상의 연동'이라는 새로운 원칙을 세워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재계 관계자는 "단순히 실적의 일정 비율을 나누는 현재의 방식은 기업의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 기술 목표 달성도나 차세대 사업 성과와 연동된 보상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며 "정부 역시 상생이라는 명분으로 재투자의 골든타임을 가로막는 규제나 분배 강요를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기술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수천억달러의 자본을 쏟아붓고 있고, 경쟁사들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Capex를 발표하며 앞서 나가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산업의 자본 흐름은 이미 투자의 규모가 곧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재편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경제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차세대 기술 선점을 위한 투자로 방향타를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투자의 적기를 확보하기 위한 자본 배분 전략, 그 어느 때보다 한국 기업들에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