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모회사 주주 동의 방식이 관건
입력 2026.06.10 14:21

중복상장 예외 요건…영업·경영독립성·투자자 보호 모두 충족해야
모회사 주주동의 방식 막판 쟁점…3% 룰 적용 일반결의 유력 검토
덕산넵코어스, 특별결의 선행 사례…HD현대로보 적용 여부 주목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주주명부 기준·기관 동의 확보 등 실무 부담

  • 중복상장 제도개선 가이드라인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모회사 주주동의 절차를 중심으로 윤곽이 구체화하고 있다. 세 차례 공개 세미나를 통해 제도 골격은 공개됐지만, 투자자 보호 방식과 일반주주 의사 반영 절차를 둘러싼 세부 설계를 놓고 막판 조율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중복상장 제도개선 가이드라인을 놓고 막판 조율을 진행 중이다. 7월 시행을 위해서는 거래소가 규정 개정을 예고한 뒤 7일간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하고,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의결 절차를 마쳐야 한다. 금융위원회·거래소 차원을 넘어 대통령실 의중도 최종안에 반영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가이드라인의 큰 방향은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으로 이미 가닥을 잡았다. 상장사가 종속회사나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회사를 상장하려면 ▲영업독립성 ▲경영독립성 ▲투자자 보호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예외적으로 상장이 허용된다.

    중복상장 규제 대상은 상장회사의 외감법상 종속회사 또는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로서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회사를 상장하는 경우다. 손자회사 등도 포함될 수 있다. 단순 계열사 상장이 모두 규제 대상이 되는 건 아니지만, 상장 모회사 아래 자회사나 손자회사를 별도 상장하는 경우는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 설계에서 가장 고심하는 부분은 주주 보호 방안이다. 모회사 주주 이익 훼손을 막기 위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거래소는 주주동의 방식으로 ▲소수주주 다수결(MoM) ▲3% 룰 적용 일반결의 ▲주총 특별결의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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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재 업계에서는 3% 룰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감사위원 선임 때처럼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 상태에서 일반결의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특별결의와 MoM의 중간 성격을 띤다. 최대주주 영향력을 낮추면서도 MoM보다 부결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절충안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이라는 정족수 미달 가능성과 차명·우호지분 분산을 통한 규제 우회 가능성은 한계로 꼽힌다. 

    당초 유력하게 거론됐던 MoM은 채택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가 올해 2월 개정 상법 관련 가이드라인에서 주주평등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견해를 밝히면서다. MoM은 지배주주를 배제하고 일반주주의 과반 동의를 받는 방식으로 일반주주 보호 효과는 가장 강하지만, 부결 가능성과 절차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덕산하이메탈의 자회사 덕산넵코어스 상장 추진은 주주동의 절차의 선행 사례로 거론된다. 덕산하이메탈은 덕산넵코어스 상장과 관련해 주주총회 특별결의 방식으로 주주동의를 받았다. 가이드라인 확정 전이지만, 모회사 주주동의 절차를 선제적으로 밟은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유사한 중복상장 추진 기업들의 비교 기준이 될 수 있다.

    향후 예외 적용 여부가 주목되는 사례로는 HD현대로보틱스가 꼽힌다. 물적분할 자회사라는 점에서 가장 명확한 중복상장 유형에 해당하는 데 상장 완주 의지가 상당해서다. 

    HD현대로보틱스는 2020년 5월 HD현대(당시 현대중공업지주)로부터 물적분할돼 설립, HD현대의 현재 지분율은 80%다. 연결 실적 기여도가 약 1% 수준에 그쳐 영업·경영 독립성 요건은 충족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결국 투자자 보호 요건이 심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상장을 앞둔 투자자와 증권사 IPO 부서, 기업들은 가이드라인 확정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최종안의 방향에 따라 자회사 상장 전략과 일정에 적잖은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주주동의 의무화 자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자회사 상장은 성장자금 조달, 기업가치 평가, 투자자 엑시트와 직결되는 사안인데, 이를 모회사 주총 결의에 종속시키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영업·경영 독립성을 갖춘 자회사에까지 높은 수준의 동의 요건을 적용하면 예외 허용 장치가 아니라 사실상 상장 제한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무상 문제도 있다. 주주명부 폐쇄 이후 주식을 매도한 주주, 상장 추진 결정 이후 새로 유입된 주주, 예비심사 청구 이후 매수한 주주 등 이해관계가 다른 주주들이 혼재할 수 있다. 결정부터 실제 상장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어느 시점의 주주 의사를 기준으로 삼을지도 쟁점이다.

    기관투자자와 해외 주주의 동의를 확보하는 것도 난관이다. 국내 기관은 외부 의결권 자문기관의 권고를 따르는 성향이 강하고, 해외 기관은 국내 대리인을 통해 서류 처리만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직접 소통이 어렵다. 주주 참여율이 낮은 상황에서 높은 동의 요건을 부과하면 기권이나 무관심이 사실상 반대표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예외 허용을 어떻게 적용하고 판단할지가 쟁점인데, 각 방법마다 장단점이 있고 심사하는 거래소 입장에서도 융통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이드라인 제정이 계속 밀리고 있다"며 "일단 상장을 앞둔 이해관계자들은 가이드라인을 보고 움직이겠다는 계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