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M&A 예상 밖 흥행에도 남은 숙제…산은·예보는 어디까지 내줄까
입력 2026.06.11 07:00

예별손보 지원금 이미 1조원대…추가 확대는 쉽지 않을 듯
KDB생명 원매자들 "산은 얼마나 넣어주나" 관심 집중
공적자금 지원 범위 안에서 본입찰 승부 가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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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실 보험사 매각전이 예상 밖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KDB생명과 예별손해보험(가칭) 모두 복수의 금융사가 관심을 보이면서다. 

    업계에서는 흥행 배경으로 산업은행과 예금보험공사의 지원 가능성을 꼽는다. 실제 예별손보는 지난 유찰 당시에도 1조원대 지원안이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져, 시장의 관심은 산은과 예보의 지원 범위에 쏠리고 있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본입찰을 앞둔 예별손보 인수전에는 교보생명이 새롭게 가세했다. 교보생명은 최근 삼정KPMG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예별손보 인수를 위한 회계실사에 착수했다. 앞서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태광그룹(흥국화재)이 실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교보생명까지 참여하면서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OK금융그룹 역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22년 이후 다섯 차례 매각이 무산됐던 예별손보가 예상 밖 흥행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예별손보 인수 후보자들은 실사를 거쳐 오는 30일 최종 인수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 1일 진행된 KDB생명 예비입찰도 예상 밖 흥행을 기록했다. KDB생명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이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결과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업계 빅3를 비롯해 한국투자금융지주, 태광그룹(흥국생명)까지 참여하며 5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2014년부터 12년째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KDB생명이 드물게 의미 있는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한동안 외면받던 부실 보험사 매물이 다시 주목받는 배경으로 공적자금 지원 가능성을 꼽는다. 양사 모두 정상화까지 상당한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곳으로 평가받는 만큼 인수 이후 자본확충 부담을 일정 부분 덜 수 있다는 기대가 원매자들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최근 금리 수준이 높아지면서 보험사들의 지급여력(K-ICS) 비율이 개선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보다 추가 자본 부담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잠재 원매자들의 접근도 한결 수월해졌다는 평가다.

    실제 예별손보의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지난 3월 메리츠화재와의 매각 협상이 무산된 이후 지원 규모를 상당 수준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참여했던 지난 4월 매각 절차 당시에도 예금보험공사가 검토한 지원 규모는 이미 1조원을 웃돌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시장에서는 예보의 지원 규모가 1조2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는 새롭게 확대된 조건이라기보다 이미 지난 유찰 당시 논의됐던 범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당시 한국투자금융지주는 1조원 이상의 지원 규모에도 추가 지원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추가적인 지원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이번 매각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진행되는 재공고 입찰인 만큼 사전에 설정된 조건을 크게 변경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 입찰 당시에도 예보는 이미 1조원 이상의 자금 지원을 고려하고 있었다"며 "예별손보 매각은 이미 정해진 조건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거래인 만큼 지원 규모를 변경하려면 사실상 새로운 입찰 절차가 필요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KDB생명으로 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부 인수 후보 측이 최대 1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을 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산업은행 역시 KDB생명이 지급여력(K-ICS)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사전 자본확충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다만 실제 지원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회계법인, 계리법인, 법무법인 등의 자문을 토대로 자체 가치평가를 진행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매각위원회가 허용 가능한 자본확충 범위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입찰 과정에서 원매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구체적인 지원 규모는 본입찰 직전 확정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KDB생명의 K-ICS 비율을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3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약 8000억원 안팎의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산업은행이 어느 수준까지 이를 부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5000억원 이상을 투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원매자들이 산업은행의 자본확충 한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다만 후보별 셈법은 서로 다르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 후보들은 산업은행의 사전 증자 규모를 최소화한 채 경영권을 넘겨받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자본 부담이 큰 후보들은 산업은행이 먼저 대규모 증자를 실시해 인수 직후 부담을 덜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산업은행이 원매자들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원매자들은 실사를 통해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와 투자 구조를 제안할 수 있지만 산업은행이 사전에 설정한 범위를 넘어서는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산업은행도 자체 가치평가를 바탕으로 적정 지원 범위를 산출한 상태"라며 "원매자가 원하는 만큼 자본을 투입하는 구조가 아니라 산업은행이 정한 범위 안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산업은행이 생각하는 적정 지원 규모와 원매자들이 기대하는 수준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좁혀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결국 본입찰의 핵심은 원매자들이 기대하는 지원 규모와 산업은행·예금보험공사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가 얼마나 맞아떨어지느냐다. 예상 밖 흥행에 성공한 예비입찰과 달리 본입찰에서는 공적 자금 지원 규모를 둘러싼 치열한 셈법이 이어질 전망이다.